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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양 칼럼] 진리와 기복신앙 사이에서 방황하는 교회

사진: frank mckenna on unsplash

눈먼 기독교(6)

중미 멕시코에 수백 만 명의 신도를 거느리고 있는 종교가 있다. ‘산타 무에르떼’라고 불리는 이 종교의 신(神)은 해골바가지 형상에 한 손에 낫을 든 흉측한 모습이다. 중남미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로마 가톨릭이 변질되어 성모 마리아가 신의 자리에서 추앙을 받고 있는데, 멕시코에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자생 토착신이 마리아의 자리를 대신해서 보좌에 앉아 있는 것이다.[1] 이 종교를 받드는 현지인들은 자신들의 신에게 간구했더니 부자가 되고, 감옥에서 일찍 나오고, 병이 나았다고 열렬하게 자랑한다. 혹시 이들이 후진적 사고를 가졌기에 그런 유치한 신앙심을 가진 것이라고 무시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삼중큰스님 정해년 마지막 강연회 “황금돼지해 어떻게 운(運)을 받을 것인가?!” 대충 해도 되는 사람이 있고 해도 해도 안 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삼중큰스님 강연회에 오시면 길이 있고 희망이 보입니다. 참석하시는 모든 분께 영험한 황금돼지부적(지갑소지용)을 드립니다. 그동안 삼중원을 도와주신 감사의 보답으로 재물, 사업, 혼사, 이사, 매매, 취직, 승진, 시험, 건강 운 등 종합운세를 전문분야별 유명한 스님 세 분께서 무료로 봐 드립니다.

이 문구는 일간신문에 게재된 어느 유명 스님의 강연 광고다. 부처의 도(道)를 따르는 중이 중생들 돈 잘 벌고, 건강하고, 운수대통(運數大通)하는 길을 알려주겠으니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것이다. 불교가 우리나라에서 생활밀착형 종교로 자리 잡는 데는 이런 기복성향의 포교가 큰 역할을 했다.

물론 기복 종교의 대명사는 무속신앙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역술(易術)산업 규모는 연 4조여 원, 역술인이 45만여 명, 인터넷 역술 사이트가 200여 개에 이른다. 로봇이 커피를 타주고 스마트폰으로 TV를 보는 시대가 되었지만, 점(占)치고 굿하는 모습은 음지에서 오히려 더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기독교는 이런 기복 신앙에서 자유로운 상태인가?

좀 극단적인 사례지만, 우리나라 목사 가운데 ‘억만장자 협회’를 만들어 그 협회의 장(長)을 하고 있는 김아무개 목사가 있다. 이 목사가 쓴 책 가운데 『억만장자가 되는 12가지 비법』이라는 책이 있는데 그 핵심 내용은 ‘당신의 가정과 기업, 교회의 재정이 두 배로 풍성해질 것이며 평생 돈 걱정 없이 살게 될 것이다’이다. 이 책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목차로 구성돼 있는데, ‘우주의 재벌 총수 하나님 아버지’, ‘기름 부음이 넘치는 억만장자가 되라’, ‘역경을 초월하는 억만장자가 되라’ 등이다. 게다가 이 책을 읽고 소위 ‘억만장자세미나’에 참석한 사람들이 소감문이라고 올려놓은 글을 보면 어이가 없어 실소(失笑)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 책대로 실천하여 1년에 140억을 벌었습니다”, “수만 평의 땅과 여러 채 빌딩을 사게 되었어요”, “모든 성도들이 십일조가 아닌 오분의 일을 냅니다” 등의 내용이다.

이 시대는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몰아내듯 비진리가 진리를 몰아내는 시대가 된지 오래다. 성경을 오해하고, 왜곡하고, 이용해서 탐욕을 채우고, 죄성을 만족시키는, 무늬만 기독교인 가짜 기독교가 진짜 기독교를 몰아내고 있는 현상이 날로 확장되고 있다. 세속과 교회를 칼로 무 베듯 나누는 이원론이 썩 바람직한 가치관은 아니지만, 이 시대는 오히려 세속주의(secularism)가 교회를 집어삼키는 것을 조심해야하는 처지가 됐다. 세속주의의 중심에는 역시 돈과 성공이 자리 잡고 있다. 탐욕이라는 우상숭배는 결국 돈을 섬기는 배금주의와[2] 다를 바 없고, 성공이라는 신화는 기독 신앙의 수단화와 다르지 않다.

게리 토마스라는 영성 신학자는 “참된 믿음의 잣대는 얼마나 성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내어 맡겨졌느냐다”라고 말했다. 이것은 흔히 말하는 대로 내려놓음과 자기 비움 그리고 전적 의탁이라는 모습으로 참 기독교 신앙을 검증해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는 재물의 다소(多少)와 지위의 고저(高低) 그리고 명성의 유무(有無)가 영성의 기준이 돼버렸다. 세상에서 잘 먹고 잘 살고 유명한 기독교인은 영성(믿음)이 좋아서 그런 것이고, 그 반대는 영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여겨지는 풍조가 은근히 조성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회학자인 로버트 벨라는 “성직자들 사이에, 죄나 속죄와 같은 성경 언어를 희석시킨 나머지, 예수를 자신의 행복과 자아 완성의 수단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고 날카롭게 지적한 바가 있다. 이 시대의 성직자마저도 예수 이름을 복 받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면, 과연 이 시대에 희망이 어디 있겠는가? 진리와 기복신앙 사이에서 이리저리 방황하는 교회의 모습이 처량하고 안쓰럽다.


[1] 남미 페루에는 돈다발이나 주택, 승용차 같은 것의 미니어처를 마리아 상 앞에 놓고 기도하면 자신들이 원하는 돈, 집, 차가 생긴다고 믿는 가톨릭 신앙이 퍼져 있다.

[2] 拜金主義, mammonism, 맘몬주의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필자의 저서 <눈먼 기독교>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발췌, 게재합니다.

Park Sun

박태양 목사 | 중앙대 졸. LG애드에서 5년 근무. 총신신대원(목회학), 풀러신대원(선교학 석사) 졸업. 충현교회 전도사, 사랑의교회 부목사, 개명교회 담임목사로 총 18년간 목회를 했다. 현재는 (사)복음과도시 사무총장으로서 소속 단체인 TGC코리아 대표와 공동체성경읽기 교회연합회 대표로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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