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5호 / 뷰즈 인 아트
요하네스 베르미어(Johannes Vermeer)는 17세기 네덜란드의 화가이자 화상(畵商)이었다. 생전에는 이렇다 할 명성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는데, 현대에 이르러 그의 작품을 경쟁하듯 수집했던 일본인 컬렉터들에 의해 인기와 명성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베르미어가 그린 이 작품의 제목은 ‘milkmaid(De Melkmeid)’로, ‘우유 따르는 하녀’로 번역되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우유를 전담하고 말고는 그다지 중요치 않고, 주방 일을 도맡아 하는 하녀의 의미로 볼 수 있다. 당시 유럽에서는 ‘milkmaid’나 주방에서 일하는 하녀들이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그려지곤 했다. 사람들은 우유 짜는 하녀와 우유 배달부 사이의 낯뜨거운 애정 행각을 음담패설 소재나 가십거리로 나누곤 하였고, 자연스럽게 하녀와 성적 욕망을 연결한 외설적인 그림도 자주 등장하였다.
이러한 배경을 고려하면, 우유를 따르는 여인을 보는 베르미어의 시각은 매우 놀라울 따름이다. 부엌일을 하는 여인을 이렇게 표현한 화가는 이전에 없었다. 소매를 접어 걷은 단정하고 소박한 옷차림은 정직과 성실을 보여 주며, 우유조차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따르는 모습에서는 숭고한 헌신과 경건을 엿볼 수 있다. 요리 연구가들은 이 장면을 분석하며, 그녀가 만드는 음식이 아마도 먹고 남은 딱딱한 빵 조각에 달콤한 커스터드 크림을 발라 재생한 디저트일 것이라고 했다. 남은 음식으로 디저트를 만들다니, 절약 정신과 재치가 빛을 발한다. 뒤쪽 아래의 상자는 앉아 있을 때 사용하는 발난로인데, 작가는 꺼진 난로를 의도적으로 그려 넣음으로써, 앉을 새 없이 마음 다해, 맡은 일을 행하는 모습을 강조하였다. 이렇게 <하녀>는 정직, 성실, 검소, 겸손, 경건이라는 명확한 신앙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러한 사소한 일상의 섬김은 그림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도 얼마든지 『하나님의 임재 연습』의 로렌스 형제처럼, “프라이팬에 작은 달걀 하나라도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뒤집는다.”는 사소한 일상 속 깊은 사랑의 섬김을 만나곤 한다. [복음기도신문]
이상윤 미술평론가
<저작권자 ⓒ 내 손안의 하나님 나라, 진리로 세계를 열어주는 복음기도신문. 출처를 기재하고 사용하세요. > 제보 및 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