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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칼럼] 이제야 심장이 운다

사진: Mara Ket on Unsplash

오늘 OO사회복지과에 아버지 존함 석 자를 확인하고 서류신청을 다시 했다. 그리고 이제야 가까스로 아버지에게 달려갈 수 있겠다고 심장이 소리를 낸다.

들을 수도 없고 불러 볼 수도 없었던 ‘아빠~아버지~’ 그 존함조차 서먹하고 입으로 말하기도 쑥스러워 꺼내지도 못했었다. 막연한 그리움을 묻고 묻어서 아무 존재 의미가 없는 사람이 되었다. 솔직히 잊고 살았다. 나는 그냥 서류를 무시하고 바쁜 일상으로 아무 일 없듯이 돌아왔다.

좀 지난 일이다. 친정엄마를 찾아뵈었더니 노란 서류봉투를 하나 건네신다. OO사회복지과에서 온 서류였다. 요점만 말하면 이렇다. 육신의 아버지에게 나는 딸이길, 동생은 아들이길 포기한다는 서명 같은 것이었다. 순간 가슴이 떨리고 숨이 확 막혀왔다. ‘이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많은 사람이 묻곤 했다. 그런 아버지가 밉지 않았냐고?

사실 나는 엄마가 미웠다. 상황과 환경에 최선을 다해 살아 내신 것을 알지만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냐고 나는 반문하곤 했다. 우리 남매는 지독하게 외롭고 이 세상에 너무도 서러웠다. 하나님의 은혜가 흐르고 그 은혜를 먹고 있어도 난 엄마를 미워했다. 아니 엄마가 너무 보고 싶고 그리웠다. 엄마는 내게는 그런 그리움이 되었기에.

하지만 아버지는 기억이 없는데 어떻게 그리워하며 무엇이 보고 싶어 그 절박함을 넘어선 미움이 있단 말인가?

미워하지 않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했었다. 모든 환경을 수긍하는 너그러운 착한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서류에 써 있는 이름 석 자만 보았을 뿐인데 내 속의 심장은 거짓을 못한다.

아~ 문제가 있구나! 이것은 너무 무겁고 캄캄하다. 내 지식과 이론은 아주 멀쩡한데 내 심장이 멀쩡하지가 않다.

내 안에 이렇게 엄청난 것이 숨어 있었다니~ 사탄이 교묘하게 날 잡고 있었구나!

사망의 줄이 나를 얽고 불의의 창수가 나를 두렵게 하였으니(시 18:4)

얼마 전 이 일을 드러내게 된 일이 있었다. ‘주님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고 싶었다’ 책을 읽은 어느 선교사님께서 어린 시절 고단했던 삶이 있었기에 그 은혜가 우리 민족, 일본 속의 조선을 품을 수 있었네요~ 하고 말씀하셨다. 깊은 하늘에 별이 총총하고 파도 소리만이 잠들지 않은 밤이었다. 성령의 이끄심으로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 삶을 나누게 되었고 들키지 않으려 숨겼던 내 심장에 화살이 들어왔다.

눈에서 눈물은 나지만 심장은 울지 않는 그 답답함.

이 정도면 충분해 하면서도 이것은 엉터리야 하는 내 심장 소리.

심장이 터져서 사랑이 흘러넘치길 아무리 소원해도 단단한 돌덩이가 되어 꿈적도 하지 않던 내 심장.

그 심장에 화살이 꽂혔다. 그런데 꿈쩍도 요동도 없다. 아니 절대 요동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렇게 쉽게 움직일 수 없다고 심장이 소리를 낸다. 고집불통 심장이 아파 온다. 그제야 심장이 운다.

착한 마음인 줄 알았던 내 마음은 절대 용서할 수 없는 마음이 포장된 것이었다. 살아오신 이유가 먼저 자식에게 다가오지 못하는 상황이기에 자식이 먼저 찾아가는 것이 도리인 것을 알면서도 내가 나쁜 것이 아니라며 무관심했던 것을 완전하게 드러내고 회개했다. 주님은 나의 서러웠던 삶을 먼저 구석구석 빈틈없이 위로해주시고 죄를 똑바로 보게 하셨다.

이스라엘 백성의 거룩을 바라셨던 주님은 사람의 눈을 피한 아간의 죄를 결코 간과할 수 없으셨다. 거룩한 하나님의 인도함을 받는 그 백성은 거룩해야 하기 때문이다.

“너는 일어나서 백성을 성결케하여 이르기를 너희는 스스로 성결케하여 내일을 기다리라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에 이스라엘아 너의 중에 바친 물건이 있나니 네가 그 바친 물건을 너의 중에서 제하기 전에는 너의 대적을 당치 못하리라”(수 7:12)

딸아~ 악은 모든 모양이라도 버리라.(데살 5:22)

이렇게나 아빠 아버지가 그리울 수가 없다. 그 품에 얼른 뛰어 달려가 안기고 싶다.

이젠 나도 나이가 들어가니 사는 날이 얼마나 남으셨을까? 예수님은 믿으실까? 얼마나 살기가 힘이 드시면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을 아들 딸에게 그런 서류를 보내셨을까?

[아빠~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못 견디게 그리운 세월이 당신을 묻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 세월로 나를 지으셨습니다.]

나는 우리 민족이 원망 대신 화해와 용서가 이루어지길 기도하면서, 우리 민족 안에 분열의 아픔 대신 하나 됨의 기쁨을 기도하면서, 내 안의 원망과는 화해하지 못했고 내 안에 아픔을 기쁨으로 띠 띄우지 못했다. 하나님은 내 눈의 눈물과 심장의 눈물을 먼저 하나 되게 하셨다.

그리고 이제야 민족의 하나 됨을 위해 숨겨두신 퍼즐 조각으로 심장이 달려갈 수 있겠다. [복음기도신문]

고정희 선교사 | 2011년 4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가족이 일본으로 떠나 2014년 일본 속에 있는 재일 조선인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우리학교 아이들을 처음 만나, 이들을 섬기고 있다. 저서로 재일 조선인 선교 간증인 ‘주님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고 싶었다'(도서출판 나침반, 202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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