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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하 칼럼] 모험에 가득찬 빈민가 복음 애니메이션 상영

사진: 원정하 목사 제공

빈민가에서 복음 에니메이션을 상영하며 순회 주일학교를 하는(복음시네마) 사역은, 그 낭만적인 분위기와 멋진 아이템들에도 불구하고 사실 굉장히 애로사항이 큰 사역입니다.

처음 찬양 율동 시간은 그리 어려울 게 없습니다. 그리고 에니메이션 상영이 끝난 후의 5분 말씀도, 그 짧은 말씀 중간 중간에 보너스 달란트를 주는 퀴즈가 몇 번이나 나오기 때문에 집중도가 낮지 않습니다. 문제는 영화 상영 시간입니다.

일단 장소가 덥고 좁은 빈민가입니다. 그나마도 불까지 꺼져있습니다.

거기에서, 교육도 제대로 받아보지 못하고 거칠게 자란 아이들, 세 살부터 열 일곱까지 수십명이 이 30분간 아름답게 집중해서 영상을 보리라는 기대 자체가 과한 것이지요. 어떤 아이들은 떠들고, 어떤 아이들은 자리가 좁다보니 앞 뒤로 오가며 서로를 밀치고, 심지어 스크린을 가리거나 그림자놀이(?)를 하다가 욕을 얻어먹기도 합니다.

사진: 원정하 목사 제공

야외에서 하면 밀침 현상은 다행히 좀 줄어들지만, 바닥에 흙이나 자갈이 있다보니 악당 케릭터에게 던지거나, 때로는 앞 사람 뒤통수로 던지고 모른척 하는 등의 장난꾸러기들이 나타나곤 합니다. 가끔은 그러다가 앞 아이와 뒷 아이가 서로 쌍욕을 하면서 싸우고 … 가만히 내버려 두면 정말 지옥의 복마전이 시작되곤 합니다. 때로는 영상이 재미있고 신날 때, 도리어 더 산만해 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인도 현지인 사역자들은 간단하게 이걸 평정합니다. 좀 때리거나(막대기로 두더지 게임하듯 앉아있는 아이들 머리를), 혹은 따귀를 때리는 모션을 하거나, 큰 소리로 화를 내거나, 아니면 기관총 같은 잔소리를 하는 것이지요. 아직 90년대 한국처럼 그런 일이 문화적으로 용인되기는 합니다만, 저는 그래도 그렇게 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바람직하지도 않을뿐더러, 다음 주에 와보면 같은 일이 그대로 반복됩니다. 그렇다고 통제를 안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소음이 일정 정도를 넘어서면 빔프로젝터를 일시 정지시킵니다. 아까까지 말도 하고 움직이던 아담과 하와가 갑자기 얼어붙고, 소리도 안 나지요. 그리고 저는 아이들에게 말 없이 손가락으로 1을 표시합니다. 두 번째에는 2를 표시하지요. 세 번째에는 영상이 얼마만큼 진행되었든, 바로 끄고 짐을 챙겨서 떠납니다.(물론 영상 상영 전에 이렇게 할 것이라고 경고를 하지요.)

진짜로 영상을 끄고 떠난 적이 지난 10년간 한 세 번 정도 있는데, 그 후에는 그 지역 어린이들은 완전히 질서가 잡히더군요. 다만 떠나며 뒤돌아볼 때, 마지막으로 떠들었던 아이가 얻어맞고 있는 모습이… 저희를 아프게 하기는 했지만 말입니다.(같이 떠들어 놓고)

교육의 기본은 일관성이고, 또 본능을 통제시키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악한 행동에는 보상을 주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전재구요. 순회 주일학교도 ‘학교’니까요. 어제도 두 번 영상을 멈추었습니다. 한번 만 더 멈추게 되면, 저는 떠나는 것이지요. 모든 어린이들이 긴장으로 하나되었습니다.

사진: 원정하 목사 제공

그러나 가장 조마조마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저였습니다. 무거운 장비 챙겨서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얼마나 어렵게 시작한 복음 시네마 사역인데… 청년 네 명이 나랑 같이 왔는데… 이 공간을 빌려준 성도에게도 얼마나 민망하고 미안할 텐데… 그걸 다 헛걸음으로 만드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거든요. 두 번째 멈춤 이후로는 아마도 제가 제일 긴장하고 기도하며 영상을 봤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아이들은 숨소리도 안 내고 영상을 끝까지 보았고, 어린이 사역은 순조롭게 마쳐졌습니다.

주님께 감사합니다. 계속 이 거친 아이들과 잘 사역을 진행해 나갈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어릴 적 옥토교회 주일학교 최고의 개구쟁이였던 벌을 이렇게 갚아나가나 봅니다. ^^ [복음기도신문]

원정하 | 기독교 대한감리회 소속 목사. 인도 선교사. 블로그 [원정하 목사 이야기]를 통해 복음의 진리를 전하며 열방을 섬기는 다양한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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