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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식 칼럼] “내가 죽으면 장례나 좀 치러줘”

사진: 프레이포유 제공

새벽녘까지 세차게 퍼붓던 비는 그쳤지만 아직도 하늘은 비를 머금은 구름이 가득합니다. 비가 그치면 기온이 많이 떨어질거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그리 많이 떨어지진 않은 듯 합니다.

연휴가 끝난 다음 날이라 그런지 어제와는 다르게 지하철은 많은 인파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하나님께서 함께 해 주시길 기도드리며 사역지인 용산역으로 향합니다. 용산역에 도착해 간식 봉지에 김밥을 담아 포장하고 대합실로 올라갑니다.

함께 모여 간단한 나눔과 시작 기도를 드린 뒤 사역을 시작하였습니다. 텐트촌에 내려가 가장 안쪽에 위치한 텐트에 계신 김*봉 형제님께 갔습니다. 이 분은 제가 갈 때면 거의 매번 성경을 읽고 계시는 형제님입니다.

젊은 시절에 신학을 공부했다고 하는데 어떤 사정인지 모르겠지만 신학을 중도에 그만둔 듯 합니다. 그래서인지 몸이 불편하여 일을 못하게 된 요즘 더욱더 성경을 열심히 읽는 듯 합니다.

지난 목요일에는 몸이 아파 잠시 중단했던 온누리교회 목사님 한 분과 1:1 성경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고 합니다. 제가 계속 공부를 해서 목사님이 되면 어떻겠냐고 물어보니 아직 그럴 생각은 없다고 하면서도 하나님께서 길을 열어주시면 그 뜻에 따르겠다는 말씀도 합니다.

하나님께서 형제님을 귀하게 사용해 주시기를 기도드리며 대합실로 올라갑니다. 대합실에 올라오니 사역자 한 분이 반가운 소식을 전합니다. 거의 한 달 넘게 소식이 궁금했던 김*삼 아버님이 어디에 계신지 알게 됐습니다.

저만큼이나 아니 저보다 더 아버님의 소식을 궁금해 하셨던 송언주 집사님, 송영주 자매님과 함께 아버님의 거처로 갔습니다. 아버님은 신용산 지하차도 입구쪽 통로에 박스를 깔고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아버님 주변으로 거리 분들이 두세 분 더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아버님께 다가가 인사를 드리니 잠시 멍한 상태로 계시다가 제 얼굴이 기억났는지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졌습니다. 그동안 어디에 계셨냐고 여쭤보니 잠시 병원에 다녀왔다고 하였습니다.

아버님께 왜 자리를 이쪽으로 옮기셨냐고 여쭤봤는데 별다른 답이 없으셔서 혹시 역무원들이 쫓아냈냐고 여쭤보니 그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버님의 그 대답이 왠지 거짓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아버님과 처음 용산에서 만났던 일이 생각이 났습니다. 제가 처음 사역을 할 시기이니 거의 4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그때 아버님의 인상은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시기도 딱 요맘때인 것 같습니다.

그때 아버님은 용산역을 마치 자신의 영역인 양 행동에 거칠것이 없었고 한 조직의 보스처럼 양 옆에 자신의 왼팔과 오른팔처럼 두 명을 항상 데리고 다녔습니다.

그리고 아버님의 필요 물품도 같이 다니던 분들을 통해 신청하셔서 기억에 더 남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 아버님은 예전의 강했던 모습은 다 지워지고 젊은 사자에게 쫓겨 이리저리 숨을 자리를 찾는 늙은 사자의 모습이었습니다.

제가 더 가슴이 아팠던 점은 아버님이 제 전화번호를 물어오셨는데 제가 전화번호를 알려드리자 그 다음에 들려온 아버님의 나지막한 말 때문이었습니다.

아버님은 제가 전화번호를 적어드린 종이를 품에 갈무리하며 낮은 목소리로 “내가 죽으면 장례나 좀 치러줘.” 하셨습니다.

그 자리에서는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냐고 말도 안된다는 듯 한 대답을 했지만 아버님은 마치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계신 듯 보였습니다.

함께 아버님을 찾아뵌 두 분도 아버님과 대화를 나누며 가슴 아파하셨고 아버님이 회한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결국 두 분도 함께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아버님은 요즘 수시로 찾아오는 통증에 많이 힘들어하고 계신 듯 합니다. 하나님께서 아버님과 함께하시며 지켜주시고 치유의 손길로 만져주시어 다시 건강을 회복시켜 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류연우>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손은식 목사와 프레이포유 사역을 섬기는 사역자들의 사역일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손은식 목사 | 2013년 말부터 서울 시내의 노숙자와 홀로 사는 어르신을 돕고 기도하는 프레이포유 사역으로 이 땅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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