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녘에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다음세대 선교사를 양성하는 헤브론원형학교에서 주방 영역을 섬기고 있는 박시원 교육선교사(61.수지선한목자교회). 그녀는 남편을 하나님 품에 보내드리고 못다 이룬 남편의 꿈을 이어받아 부르심의 자리에서 순종하고 있다. 복음을 전하는 자리나, 주방을 섬기는 자리가 동일한 농도의 하나님의 부르심이라고 고백하는 박시원 교육선교사를 만났다. <편집자>
새해를 맞은 헤브론원형학교 교정은 아직 방학 중이었지만, 활기차 보였다. 이 학교의 2015학년도 신입생 면접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인 것도 같았다. 약간 긴장한 듯한 지원 학생과 학부모의 모습이 언뜻 보이기도 하고, 교사들이 분주히 오가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성경을 교과서로 삼은 이 학교의 주방은 어떤 분위기일지 궁금하다.
– 어떻게 이곳에 교육선교사로 오게 되셨나요?
“작년에 주님 품에 안긴 남편이 이 학교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쳤어요. 건강이 좋지 않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수업을 했죠. 그때 남편의 건강이 회복되면 이곳에서 축구 감독으로, 저는 주방에서 아이들에게 밥해주는 것만으로도 기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정말로 주님이 그 고백을 실제로 이루어주셨어요. 남편이 소천하신 후 어느 날 집에서 기도하던 중 주님이 내면의 음성으로 이렇게 물으셨어요. ‘너 평생을 밥하고 설거지만 해도 괜찮겠니?’ 그때 대답했어요. ‘그럼요. 주님이 부르시면 어디든지 갈 수 있어요.’ 그렇게 마음을 받고 오게 되었어요.”
– 그런 어려운 시간을 거쳐오면서 결단을 하셨군요.
“축구 감독이었던 남편은 참 건강했어요. 그러다 2007년 무렵, 가슴이 답답하다며 병원을 찾았어요. 검사 결과 신장암 초기라는 진단을 받았어요. 의사가 놀랄 정도로 조기에 발견된 것이죠. 저는 암 진단결과를 보고 하나님이 남편에게 믿음의 은혜를 주실 기회라고 여겼어요.
콩팥 제거 수술 후 남편은 다른 것은 몰라도 영생의 문제는 해결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복음에 관심을 보이며, 주님을 알아가기 시작했어요. 그 이후부터 작년 4월 주님의 품에 안기기까지 7년 동안 주님은 남편의 마음을 붙잡아주셨고, 마침내 믿음의 고백을 받아내셨어요. 몸이 아파서 고생을 많이 했지만 구원을 신실하게 이루신 주님께 감사드려요. 지금은 주님 곁에서 기도하고 있겠지요.” (웃음)
소천한 남편이 믿음으로 섬기던 학교에서
– 어떻게 하나님을 만나게 되셨는지요?
“결혼하고 5~6년 쯤 지나 남편의 후배와 함께 동업하여 음식점을 시작했어요. 육체와 마음이 힘들어 마음의 위로를 받기 위해 제 발로 찾아간 곳이 교회였어요. 15~6년 동안 가르쳐주는 대로 순종하고 열심히 교회를 섬겼고 구원의 확신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2005년 주님의 특별한 은혜로 처음 십자가 복음 앞에 서게 됐어요. 은혜로 교회에서 네 사람이 함께 어떤 신앙훈련 과정에 참여했는데 그 때를 결코 잊을 수가 없어요.
주위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듣고 착하고 성실하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하나님의 빛 앞에 섰을 때, 평생 무덤까지 가져가고 싶었던 죄를 비춰주셨어요. 과거에 직장생활하며 육신의 정욕에 끌려 직장 상사와 죄에 빠져 아이를 갖고 낙태하기까지 했어요. 죄를 지어서 죄인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죄인이어서 죄를 지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믿어졌어요.”
– 자신의 죄인 된 실체를 드러낸다는 것이 쉽지는 않으셨을 텐데요?
“그 훈련을 받는 중에 저에게도 복음이 실제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어요. 아는 분들이 함께 교육에 참가했는데, 믿음의 결단을 해야 하는 순간이 있었어요. 사람을 두려워할 것인가 주님을 두려워할 것인가 고민했어요.
그런데 이때가 아니면 죄에 대해서 죽고 다시 사는 기회가 없다는 마음을 주셨어요. 선포하기로 결정하고 나니 마음에 평안을 주셨어요.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저의 옛사람에 대해 고백하고, 새롭게 거듭난 존재에 대해 믿음으로 선포하면서 비로소 안식과 기쁨이 몰려왔어요. 진리 안에서 자유함이 무엇인지 깨닫게 됐어요.
그리고 성령께서 저의 심령에 역사하시는 것을 알게 됐어요.”
– 복음을 깨닫고 난 이후, 주님이 어떻게 삶을 이끄셨는지 궁금하네요.
“하나님을 더 알고 싶은 갈망으로 중보기도학교에서 훈련받으며, 열방을 품고 기도하는 기도24·365를 시작했어요. 매일 한 시간씩 열방의 회복을 위해 기도한 것이죠. 그 과정을 통해 예수 생명 된 자가 기도로 나아갈 때 어떻게 열방을 회복해 주시는지 주님이 친히 가르쳐 주셨어요.
복음 앞에 서면서 알게 된 사실은 내 존재가 아름다운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것이었어요. 하나님이 기뻐하고 사랑하는 생명인데, 이 사실도 모르고 사단에게 속아서 15년여 동안 신앙생활 한다고 살아온 것이 원통했어요. 남편과 아이도 교회만 다닐 뿐이지 주님과 함께 죽고 다시 살지 못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마음을 주셨어요. 그래서 남편과 아들을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어요.”
– 주님이 기도를 어떻게 가르쳐 주셨나요?
“참 신기했어요. 나 하나만을 위해 근근이 살던 자가 어떻게 하나님 나라를 꿈꾸며 살게 되었는지요. 믿음으로 구하면 믿음대로 일하시겠다고 하셔서 주님이 가르쳐 주시는 대로 믿고 순종했어요. 기도제목이 비슷해 보이는 200여 개 나라를 위해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 모르는 저에게 주님은 당시 교회 안에 허락된 주택에 살면서 밤마다 성전에서 무릎으로 기도하게 하셨어요. 마땅히 빌 바를 알지 못할 때 ‘주님 알려주세요.’라고 기도하면 입으로는 말할 수 없지만 애끓는 통곡으로 주님이 기도하게 하셨어요.”
밤마다 성전에서 무릎 꿇고 기도
– 그렇게 열방을 품고 기도하시면서 어떤 은혜가 있으셨는지요?
“2011년에 선교훈련을 받으며 베트남으로 아웃리치를 다녀온 적이 있었어요. 그 때 중국 국경에 맞닿은 깊은 계곡에 사는 미전도종족인 흐몽족을 만났어요. 우리나라의 60년대 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예닐곱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동생을 업고 수공예품을 팔고 있었어요.
그들을 바라보며 한 시간 이상을 걸으면서 통곡하며 기도하게 하셨어요. 주님의 마음이 이 작은 한 영혼 한 영혼에게 가 있다는 마음을 부어주셨어요. 당신의 자녀들이 하나님을 알고 누리며 살아야 하는데 힘들게 사는 모습 때문에 안타까웠고 복음을 모르는 것 때문에 더 안타까웠어요.”
–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품는 시간이 되셨겠군요.
“네, 그리고 놀라운 것은 곧바로 주님이 기차 안에서 교회를 다니는 흐몽족 한 사람을 만나게 하셨어요. 그 안에 100여 명이 모이는 가정교회가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됐죠. 하나님이 어떻게 구석구석에 있는 당신의 백성들을 찾아내셔서 구원해 내시는지… 놀라웠어요. 육신적으로는 힘들고 나를 부인하여 믿음을 쓰지 않고는 갈 수 없는 여정이었어요.
그러나 순종하여 가면 땅을 밟게 되고, 땅을 밟으면 기도하게 되고, 기도하면 주님이 일하시는 것을 보여 주셨어요.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기도자리를 등한시하게 됐어요. 지금도 새벽 1시 기도시간을 잘 지키지 못하고 있어요. 평생 주님과의 약속인데 약속 못 지켜 드려서 죄송한 마음뿐이에요. 기도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보고 싶고,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망과 그 아버지의 마음을 다시 회복하고 싶어요.”
– 요즘 헤브론원형학교에서 누리시는 은혜를 들려주세요.
“집에서는 마냥 아이로 통할 텐데 선교사로 결단하고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볼 때 신기했어요. 처음에는 음식을 하는지 아이들을 바라보는지 정신이 없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 학교 학생들이 특별한 아이들이 아니라 특별하신 주님의 아이들임을 깨닫게 됐어요. 여느 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하나님 앞에 합당하지 못한 모습들이 드러나기도 해요. 도둑질, 음란, 거짓말 같은 것들이요.
그러나 작은 것조차 그냥 넘어가지 않으시고 주님 수준으로 빚어가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보게 되요. 한 지체의 죄악이 드러나면 함께 아파하고 돌이키게 하시고 회복되면 함께 기뻐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요. 누구라고 할 것 없이 한 생명, 한 생명들이 너무 귀하고 아름다워요.
그 어린 나이에 가장 복된 길,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 순종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라요. 세상이 보기에는 험하고 좁은 길을 선택하여 기꺼이 열방의 먹잇감으로 잡아먹히기 위해 배우고 순종하는 아이들을 보면 한국 교회에 소망이 보여요.”
특별하신 주님의 아이들임을 깨달아
– 공동체로 사는 삶을 통해 누리시는 은혜를 듣고 싶습니다.
“공동체 생활을 하게 되면서 주님의 십자가를 더욱 붙들게 됐어요. 때로는 공동체 안에서 어려운 순간들도 있지만, 말씀 앞에 서면 나를 깨뜨리시고 회개하게 하시고 사랑으로 섬길 수 있게 하셔요.
부르신 자리에서 마음 다해 주님을 사랑하고 순종하고 싶어요
지체의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한 부르심과 한 목적을 향해 달려갈 것을 말씀해 주세요. 매일 아침 예배와 열방기도, 수요말씀기도 시간에 주님 앞에 설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주님을 알 수 있는 기회가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요. 은혜죠.
모범생이었다는 교만함과 천박한 가치를 붙들고 있는 모습. 얼마나 못된 점이 많은지 돌아보면 주님 앞에서 깨어져야 할 것 투성이라는 것을 시시때때로 일깨워 주세요. 그리고 내 존재가 주님을 영원토록 기뻐하고 즐거워하고 사랑할 존재인 것을 말씀 앞에서 가르쳐 주세요.”
– 마지막으로 기도제목을 나눠주세요.
“화급한 기도제목은 91세의 시어머니와 89세의 친정어머니의 구원이에요. 기회가 될 때마다 복음을 전하고 있고 기도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따금 집에 다녀올 때마다 혼자 남겨두고 오는 30대의 아들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요.
그러나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면 이 모든 것을 더하시리라(마 6:33)”는 말씀과 “주 예수를 믿으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행 16:31)”는 말씀을 믿고 부르심의 자리로 옵니다. 남편과 나를 인도하셨던 주님이 아들에게도 일하실 것을 믿고 올려드려요.
50세가 넘어 주님을 만나고 60세가 지난 황혼에 접어들었어요. ‘밥 잘 먹고 살다가 편안하게 죽었다.’로 인생을 마감하고 싶지 않아요. 부르심의 자리에서 마음 다해 주님을 사랑하고 섬기는 일에 끝까지 순종하고 싶어요. 그리고 순종의 자리에서 주님의 영광을 보고싶어요.
또 한 가지는 헤브론원형학교에 다음세대 선교사들을 섬길 선생님들을 보내주시도록 기도해주세요. 선생님들이 많이 부족해요. 연약하지만 저도 순종하고 있어요. 주님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자원하고 헌신하셔서 이 영광을 함께 봤으면 좋겠어요. 우리의 작은 순종을 통해 주님 얼굴 뵐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GNPNEWS]
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