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예수 그리스도 승천 후 제자들과 사도들을 통해 복음이 이스라엘을 넘어 유럽으로 그리고 동방의 작은 나라인 조선까지 들어온 배경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예수님은 승천하시기 전 온 천하에 다니며 만민에게 복음을 증거하라고 명령하셨다. 하지만 이방인에 대한 초기 유대 그리스도인들의 편견과 선민의식은 모든 민족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에 큰 장벽이 되었다.
그러나 성령께서 베드로와 이방인 고넬료의 만남을 통해 이방 선교의 문을 활짝 열어 주셨다. 로마시대 때 황제 숭배를 강요당하던 그리스도인들. 극심한 박해의 역사 속에서도 복음은 결코 힘을 잃지 않았다. 또 교회가 부와 권력으로 부패했을 때에도 예비된 하나님의 사람들을 통해 복음은 회복되었고 힘 있게 확장되어 나갔다.
19세기에 들어서 복음은 유럽을 넘어 아시아인 인도와 중국, 일본으로 들어간다. 중국과 일본에서 선교를 하던 선교사들에 의해 발견된 미전도 종족 조선. 이 때 조선은 흥선 대원군의 쇄국정책으로 인해 문을 굳게 잠그고 서양 문물을 배척했다. 1866년 제너럴셔먼호를 타고 들어와 27세의 젊은 나이로 순교한 토마스 선교사를 시작으로 굳게 잠긴 조선 땅에 복음의 문이 열리게 된다.
하나님이 조선을 이처럼 사랑하사! 그리고 그 복음에 미쳐 이 땅에 생명을 걸고 들어온 모든 선교사들의 삶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을 아리게 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선교사들이 있다.
의과대학을 수석으로 입학한 인재였지만 주님의 부르심을 따라 이 땅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불철주야 복음을 전하고, 병자들을 돌보다가 5년 만에 쓰러져 주님 품에 안긴 존 헤론.
전염병이 창궐한 곳에서 가장 낮고 천한 자들을 위해 살다가 조선에 온 지 겨우 2년 만에 전염병으로 쓰러진 의사 제임스 홀. 아들 셔우드 홀은 아장아장 걸을 때였고, 아내 로제타는 임신 중이었다. 남편을 잃은 로제타는 잠시 본국으로 돌아갔다. 비록 남편을 앗아간 조선이지만 포기할 수 없는 하나님의 소명에 이끌려 다시 조선으로 오게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딸을 잃고 가슴을 찢는 모진 고통의 시간을 견뎌내야 했다.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조선을 사랑한 가슴 시린 사연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조선을 품고 수개월 동안 태평양을 건너왔건만 왜 이리 짧은 인생으로 마쳐져야 하는가? 이 무슨 낭비인가? 라며 잠시 책을 덮고 앉아 있는 나에게 주님은 십자가를 묵상하게 하셨다. 십자가의 죽음은 다 끝난 것 같았으나 온 인류를 구원한 승리였듯, 허망하게 끝난 것 같고 낭비처럼 보이는 이들의 희생이 하나님의 시간에서는 결코 헛된 희생이 아니었던 것이다.
십자가 사랑의 농도를 그대로 살아낸 증인들의 삶은 잠들어 있던 하나님의 사람들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이들의 순교의 피로 말미암아 조선을 향한 기도와 발걸음은 계속 이어졌고, 복음의 물줄기는 힘 있게 조선 땅 구석구석에 흘러 들어갔다.
나무 한 그루 시원하게 자라 오르지 못했던 이 황폐한 땅에 하나님은 자신의 생명과 같은 자들을 보내어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게 하셨다.
“사랑했습니다. 죽도록 사랑했습니다. 조선인보다 조선을 더 사랑했습니다.”라고 고백한 한 선교사님의 고백처럼 순교자의 피는 한국교회의 초석이 되었고, 한국은 세계 선교사에 전무후무한 선교역사를 이루는 나라가 되었다.
복음에 빚진 한국, 이제 한국을 넘어 온 열방에 받은 은혜를 흘려보내야 할 때이다. 이 책은 모든 그리스도인으로 하여금 안전지대에 머물러 있을 수 없도록 일깨우는 책이다.
아프리카 땅을 섬기고 기도하다 보면 마치 130년 전 조선을 보는 듯하다. 미개했던 조선의 회복을 꿈꾸며 조건 없이 사랑했을 믿음의 선배들처럼 오늘도 아프리카와 모든 열방에 복음의 빛이 비추어지도록 그 바보 같은 사랑을 이제 내가, 이 민족이 할 차례이다. 바로 이 복음에 우리가 미칠 차례이다. 마라나타!
“이 천국 복음이 모든 민족에게 증언되기 위하여 온 세상에 전파되리니 그제야 끝이 오리라(마 24:14)” [GNPNEWS]
박희영
필자는 선교사로 헌신 후 현재 서아프리카의 복음화를 위해 남편 이규철 선교사와 함께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