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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칼럼] 유대인 스님과 한국인 목사의 만남

사진: 오영철 제공

전혀 상상하지 못한 만남을 할 때가 있다. 그런 만남은 묘한 질문과 기대를 남긴다. 오늘은 그런 만남을 가졌다. 이스라엘 유대인 배경의 스님을 만난 것이다.

오늘은 티무끌로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기 위해 예배당에 들어갔다. 잠시 후에 밖에 분위기가 약간 소란스러웠다. 카렌 마을인데, 카렌이 아닌 무리가 교회당 앞에 도착하였다. 그 가운데 한 스님도 있었는데, 얼굴이 서양인이었다. 예배에서 설교를 하는데, 눈에 약간 거슬렀다. 예배 시간에 밖에서 서성거리기 때문이다. 예배를 마치고 교인들이 나가니 그들이 가지고 온 구호품들을 나누기 시작하였다. 서양 스님이 구호품을 가지고 태국인들과 같이 찾아온 것이다.

나는 교회 지도자의 안내를 받고 식사가 준비된 집으로 갔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참 오랜 만에 방문하게 되어 그 동안 밀린 이야기들이 많았다. 한참 이야기를 하는데, 스님이 숙소 근처에 왔다. 눈치를 보니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그를 데리고 온 분이 같이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태국에서 스님은 항상 좋은 자리를 차지한다. 일반인들이 그들보다 높은 자리에 앉으면 안된다. 자연스럽게 그는 푹신한 소파로 안내되었고 나는 바닥에 앉았다. 내가 나이가 많아도 이것이 이곳의 예의이다.

그와 만남은 생각보다 길어졌다. 처음에 태국어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는 이스라엘에서 온 유대인 배경의 스님입니다. 태국에는 얼마나 있었나요.”
“저는 1995년에 태국에 왔습니다.”

그리고 나는 대학교 다닐 때 아내와 같이 선교사로 헌신하고 태국에 온지 이제 27년이 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나의 짧은 설명에 공손하게 존중의 의사를 표현하였다. 그리고 자신이 왜 스님이 되었는지 설명하였다.

“유럽에서 심리학을 공부하였는데, 인생에 대한 답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것이 구도자의 길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후에 중국에서 공부를 하였다. 그리고 태국에 왔고 8년전에 스님이 되었다고 한다.

큰 딸이 헝가리에서 심리학 공부를 하였다고 하니 그의 얼굴이 갑자기 달라졌다. 아내가 딸이 졸업한 대학교 이름을 이야기하니 놀라면서 본인도 그 학교를 졸업하였다고 한다. 큰 딸의 대학교 선배인 것이다. 그것도 같은 과의 선배였다. 이후에 대화 분위기가 갑자기 바뀌었다. 일단 언어가 태국어에서 영어로 바뀌었다. 태국어로 스님과 대화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 스님의 이름을 부르면 안되고 존칭어를 사용해야 한다. 영어를 쓰니 그런 불편함이 없어졌다. 그리고 둘 사이에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그는 큰 딸의 대학교과 동문이라는 것이 순식간에 긴장을 허물어 버렸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습니까? 이 깊은 산골에서 딸의 학교 선배를 만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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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놀라고 나도 놀랐다. 그 곳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모두 놀랐다. 그가 교회당에 도착하였을 때 설교자가 카렌족이 아님을 알았다고 한다. 나의 외모와 단어에서 뭔가 특이점을 발견한 것이다. 나의 눈에 그가 들어왔던 것처럼 그도 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이방인으로 살다 보니 본능적으로 또 다른 이방인은 다가오는가 보다.

“이곳에 와서 가르침을 주고 희생하고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의를 갖추고 격려하는 그에게 나는 다음에 같이 대답을 하였다.

“저도 선교사로 오기 전에는 와서 가르치려고 했는데, 와서 보니 훨씬 많이 배우고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어진 그의 표현이 인상적이다.

“어떤 존재에 의해 부르심의 길을 선택하고 그 길을 따라가는 것이 존경스럽습니다.”

그는 그 존재를 하나님이라고 표현하지 않았다. 그의 표현 방식으로 상대방을 존중해 주는 것이다.

그는 유대인 중에서 어쩌면 유일한 태국 불교 스님일 것이다. 이스라엘에 가서도 승려 복장을 하기에 유대인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쳐다본다고 한다. 이렇게 생각하니 뭔가 바뀐 느낌이 들었다. 나는 불교와 유교 배경에서 자랐지만 목사가 되었다. 그는 유대인 배경에 있었다가 불교 스님이 되었다. 배경과 반대되는 길을 걷고 있다.

그가 있는 절을 가도 되는가 했더니 언제든지 오라고 했다. 딸 이야기를 계속했다. 올 12월에 딸이 돌아온다고 하니 같이 이스라엘로 오라고 한다. 왜냐하면 마침 그 때는 아버지 생일이 있어서 이스라엘을 방문 중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치 오래전에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는 느낌이다. 자연스럽게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몇 번 나에게 부탁한다.

“Keep in touch(계속 연락합시다).”

빈말이 아니다. 앞으로 다시 만날 날을 서로 기대하는 것이다.

그가 구도자의 길을 언제 마무리할지 모르겠다. 이번 방문 목적은 어려운 소수부족 마을을 도와주는 장면을 SNS에 올려서 다른 서양인들에게 도움을 도전하는 것이라고 한다. 교회당 앞에서 구제품을 나누어 주는 장면을 촬영하는 이유가 있었다.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은 선한 일이고 칭찬받을 일이다. 한편으로 SNS를 통하여 여전히 주목을 받고 싶어하는 것을 보니 아직도 욕망이 남아 있구나 생각했다.

헤어지면서 내가 그에게 악수를 청했다. 태국에서 일반인들이 스님에게 악수를 청할 수 없다. 스님이라는 위치보다는 큰 딸 학교 선배이기 때문이다. 맑게 그리고 흔쾌히 응해준다. 앞으로 언제 그를 다시 만날 지 모르겠다. 구도자로서 그의 인생이 궁금하다. 예수님과 같은 민족인 유대인들이 예수를 주로 고백하는 경우는 드물다. 불교 스님으로 진리를 찾는 유대인은 더욱 드물다. 그가 거의 유일할 텐데 그의 여정은 어떻게 될까?

그가 성경 배경을 몰라서 예수님을 믿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는 어쩌면 유대인으로 나보다 더 잘 알 것이다. 그와 관계에서 앞으로 나의 역할은 무엇일까? 앞으로 다시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왜 하나님은 이런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인도하셨을까?

전도서 기자는 “사람들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전 3:11)”라고 했다. 그가 ‘인생’의 의미를 찾고자 구도자가 된 것은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의 흔적일 것이다. 천하 만사가 다 때가 있다(전 3:1)는 것은 오늘 만남이 우연한 만남이 아님을 의미한다. 하나님의 예비하신 시간 가운데 만남인 것이다. 만남은 새로운 세계로 이끌고, 그 세계에서 하나님의 독특한 일을 경험하게 한다. 그 가운데 복음은 예상하지 않은 통로와 대상으로 향하고 있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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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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