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 세계복음화의 발자욱(43)
니카라과 1일차, 때를 따라 도우시는 하나님의 손길
지난 밤 11시에 쿠바 올긴 공항을 출발해 12시 30분에 아바나에 도착했다. 아바나에 우리팀인 액토르 부부와 카르텔이 나왔다. 이미 며칠 전 똑같은 상황에 황 장로님 가정과 기찬 집사 부부를 국내선에서 국제선으로 인도해주는 감사한 일을 했는데 오늘 또 우리가 맡겨둔 수백 kg의 짐을 가지고 마중 나오셨다. 쿠바와 같은 상황이라 국내선에서 국제선까지 이동하는 일이 보통이 아니다. 30명이 들고 있던 짐을 택시로 이동하는 것도 일이었다. 이곳은 택시도 잘 다니지 않는다. 그런데 큰 트럭을 빌려와서 짐도 나르고 우리도 태워줘서 난처할 만한 일이 잘 해결되었다. 참으로 감사한 제자들이다. 우리는 국제선 공항에서 몇 시간을 보내고 새벽 6시 30분에 파나마로 출발했다. 그리고 두 시간 정도 대기하다가 다시 니카라과로 출발했다. 그래서 점심 무렵에 도착했다. 한니발 목사님이 나와 있었다. 우고 목사님과 알람 목사님도 나왔다. 30인 버스를 대절해서 나왔다. 어딜 가든지 함께할 수 있는 제자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그런데 니카라과라의 상황이 만만치 않다. 오순절 계통이 거의 90%다. 그래서 감정적으로 신앙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복음의 핵심을 전달하려고 하면 많은 반대에 부딪힌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번 우리에게 부탁했던 오솔로노 목사님은 연결이 잘 되지 않았다. 심지어 로멜 목사님을 통해 연락 오기로는 모든 것이 다 준비되어 있다고 했는데 막상 와서 한니발 목사님과 대화해보니 연결이 안 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일단 한니발 목사님이 준비한 곳 중심으로 인도를 받아야 할 듯하다. 쿠바에서 국가적인 전도 운동의 응답을 받고 나서 니카라과에 왔는데, 거의 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분위기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이 나라는 이 나라의 때에 맞게 중남미 복음화를 위해 주께서 역사하실 줄 믿는다.
니카라과 2일차, 한계에 달한 섬김. 조금 느린 반응
2일차에는 오전 9시부터 우고 목사님의 교회에서 집회를 하게 되었다. 전도 협회의 회장인 우고 목사님의 교회를 가는데 수도에서도 외곽인 것 같다. 그냥 시골이라해도 무방할 듯한 분위기다. 교회가 도로가에 있다. 예배당 건물을 비롯해 교육관과 기타 건물들이 4~5개 있다. 넓이로 얘기하면 그렇게 작은 교회는 아니다. 그런데 다른 건물보다 본당이 가장 낡은 것 같다. 예상한 대로 에어컨은 없었다. 니카라과 날씨가 워낙 후덥지근해서 앉아있는 것 자체가 힘든 상황이었다. 선풍기 한 대만 강사를 향해 있고 다른 곳은 아예 없다. 본당에 문을 열어두었는데 조금씩 바람이 부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야말로 찜질방 수준이다.
한니발 목사님과 우고 목사님 내외, 그리고 외부에서 오신 목사님 몇 분이 와 계셨다. 그리고 이 교회 성도들 20~30명 정도가 함께 자리했다. 총 30~40명 정도다. 우리 팀들이 들어가니 예배당이 거의 메워졌다. 그런 상황에서 짧게 찬양하고 설교를 시작했다.
앉아있는 것도 힘이 드는데, 말씀 전하시는 구 목사님은 얼마나 힘드실까? 통역하는 광의 선교사도 마찬가지다. 한 시간 강의를 하고 30여분 쉬었다. 그러다가 아예 강의 장소를 옮겼다. 이 정도 숫자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선풍기가 셋팅되어 있는 공간이었다. 그나마 선풍기가 있으니 그 전 장소보다는 좀 나았다.
그렇게 두 번째 강의를 시작했다. 그런데 통역하는 광의 선교사가 조금 이상했다. 눈이 점점 감기는 것이었다. 통역을 하는데 눈이 점점 감긴다. 졸리다고 할 수 없는, 눈이 감길 뿐 아니라 흰자가 조금씩 보일 만큼 상태가 많이 안좋아 보였다. 한참 뜨거워지는 분위기를 생각하면 멈추면 안 될 것 같으나, 광의 선교사를 보면 한 시가 급한 상태였다. 그래서 부득불 강의를 멈추게 했다. 급하게 멈추고 점심을 먹게 하고 광의 선교사를 버스로 불러서 쉬게 했다. 얼음을 뒤통수에도 대고 발바닥에도 대게하고 누워있게 했다. 머리가 아프고 갑자기 눈이 감겼다고 했다. 더위를 먹은 것 같아 보였다. 두 시간 내내 버스에 있으면서 쉬게 하고 오후 집회도 버스 안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날 저녁 예배 스케줄은 취소했다. 다음날 저녁 예배 스케줄도 취소했다. 대신 다음날 오전과 오후도 오늘처럼 버스 안에서 에어컨을 틀고 진행하기로 했다. 상황은 그러한데 오신 목사님들이 말씀을 너무 잘 듣고 집중셨다. 성도들은 잘 모르고 있는 눈치였고, 초청받아서 오신 목사님들은 말씀을 너무 잘 듣고 반응이 좋았다. 이 목사님들이 준비된 분이라는 사실을 알고서 오후에도 강의를 진행하게 된 것이었다. 광의를 위해서라면 아예 모든 스케줄을 취소 하는 것이 맞으나 니카라과 전체를 위해서는 부득불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 다행히도 시원한 차 안에서 얼음으로 비상조치를 하고 나니 광의 선교사 상태가 훨씬 나아졌다. 차 안에서 진행한 오후 강의는 다행히 잘 마무리가 되었고, 열 명 정도의 목사님들 피드백을 받았다. 니카라과 교회의 문제점을 잘 인식하고 있으며, 변화되어야 함을 인지하고 있는 분들이셨다. 그리고 모두 은혜를 분명히 받았다.
그런데 이분들의 피드백은 쿠바나 다른 나라와는 달랐다. 조금 한 발 떨어져서 보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너무 좋다. 우리는 정말 배우고 싶다. 내일도 와서 배우겠다. 우리 속에 있는 것들을 다 빼내고 이 내용으로 채우고 싶다. 내일은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사실이 정말 나에게 계시되기 원한다. 이거다! 내가 찾던 것이 이것이다! 정말로 예수가 나의 그리스도다! 이것이 복음이고 이 복음을 위해 내 인생 전체를 걸겠다.’ 분명 은혜를 받은 것 같은데,이런 내용의 나눔은 아직은 없었다. 뭔가 약간은 느린듯한 그러다가 마음이 맞으면 생명을 거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그러고 한니발을 보니 딱 니카라과 목회자를 대변하는 듯한 이미지였다.
저녁에 예배 스케줄은 한니발 목사님께 부탁했다. 오후에 숙소로 돌아와서 더위에 지친 몸을 충분히 쉬게 했다. 전 목사님을 비롯해서 더위를 먹은 분들이 꽤나 있는 듯했다. 다들 너무나 고생했다. 그래서 머리로 올라온 열을 떨어뜨릴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광의 선교사에게도 링겔을 맞게 해서 안정을 취하게 했다. 더운 중남미의 날씨를 조금은 경험하고 알게 된 날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역을 멈출 수는 없었다. 충분히 쉬고 다음날부터 또 달리는 것이다. 오직 예수는 그리스도! 오직 당대 세계 복음화!
니카라과 3일차, 결론을 향해 나아가다
전날 충분히 쉬기도 했고 링겔도 맞아서 그런지 광의 선교사의 상태가 좋아졌다. 그래도 이미 한 번 몸에 탈이 난 상태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했다. 지난 밤에 비가 많이 내렸다. 큰 비도 아닌 것 같은 데 곳곳에 도로가 유실되었다. 그리고 교회 근처도 많이 쓸려내려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새로 보이는 목사님이 세 분이나 더 되었다. 지난 번에 참여했던 분들이었다. 그것이 감사했다. 마치 쿠바 아바나의 아뚜르팀을 보는 것 같았다. 힘이 없는 분들이 모인 것 같았는데, 꾸준히 이 답을 가지고 응답을 받으며 팀 모임을 계속 진행하고 있던 바로 그 팀들의 모습이 니카라과에도 형성이 되는 것 같았다.
2일차에 이어서 이날도 구 목사님이 말씀을 전했다. 날씨가 더운 탓에 땀이 계속 나는 상황인데도 열띤 강의를 진행했다. 옷에 땀이 젖어 들어가는 것이 눈에 보이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의가 이어졌다. 광의 선교사의 몸 상태도 괜찮아서 강의실에서 모임을 진행했다. 오전에 두 시간 강의를 진행했다. 그런데 두 번째 강의가 거의 마무리 될 무렵 또 광의 선교사의 눈이 잠시 감겼다. 전날처럼 심하지는 않았지만 아직까지는 조금 몸에 무리가 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진행하는 설교를 또 급히 마무리했다.
앞으로 남은 사역이 한참인데… 기도가 필요했다. 니카라과의 많은 스케줄을 조금 정리한 상황이어서 여유가 있기는 했지만, 이 나라의 무더위가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게 하기 때문에 안정을 취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상황이었다. 이날 스케줄을 마치면 다음날은 이동하고 오후부터 사역을 진행하는 터라 조금은 여유가 있었다. 그 시간을 활용해 최대한 몸이 회복되도록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오후에는 다시 버스에서 사역을 진행했다.
목사님들과 사모님들을 포함해서 15명 정도가 모였다. 전날 못지 않게 이분들의 집중도는 대단했다. 사실 첫날부터 목사님들이 말씀을 잘 들었다. 구 목사님은 그 시간 우리 팀들을 따로 모아서 중요한 말씀을 주셨다. 통역없이 우리 팀들을 위해 창세기 3장을 자세히 풀어주셔서 참으로 귀한 시간이었다. 더운데도 그 상황에 아주 알맞게 다들 인도를 받은 것이었다.
이렇게 니카라과 사역 중에 마나구아의 사역이 거의 마무리가 되고 있었다. 사실 마나구아의 사역은 다른 지역에서 사역을 하는 것보다 상당히 적은 시간으로 진행됐다. 그동안의 사역을 오랜 기간동안 계속 이어서 하면서 지치기도 하고, 날씨가 너무 더워서 힘들었던 것도 있었고, 또 광의 선교사가 무리를 해서 더위를 먹은 것 등, 여러 이유로 다른 나라의 사역보다 짧은 기간 사역을 하게 되었다.
이상의 이유도 중요하지만 니카라과의 준비 또한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여러모로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사회주의 분위기가 아직도 강하게 뿌리내리고 있고, 알미니안주의[1]가 많은 영향을 끼치고, 오순절 계통이 교회의 90% 정도로 강하다 보니 사역이 진행됨에 따라 한니발 목사님을 비롯한 목사님들이 조금은 주눅이 든 것 같았다.
사실상 이번 스케줄을 취소했으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었다. 이미 티켓팅을 한 상황에서 그렇게 연락이 왔기 때문에 강행하겠다고 한 것이다. 만일 콘택된 목사님들이 시간이 안 되면 현장에 바로 들어가서 제자를 찾겠다는 마음으로 강행하겠다고 한 것이었다. 현장에 와서 보니 조금은 이해됐다. 이분들이 생각보다 많은 반응과 역사가 일어나지 않는 것을 보고, 또 교회와 니카라과를 너무 잘 알다보니 힘들다고 판단했는지 그렇게 결정을 하고 연락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들어오겠다고 하니 집회 일정을 부랴부랴 잡은 것이다. 우고 목사님 교회와 인근의 아는 목사님, 그리고 알람 목사님과 그 주위 몇 분의 목사님들을 초청해서 진행하는 형태가 되었던 것이다. 어찌하든지 상황은 그러했다.
그런 중에 첫 집회를 우고 목사님 교회 중심으로 진행했다. 그것도 상당히 짧은 시간에 하고 목사님들의 피드백을 받아 보았다. 그런데 참여한 목사님들이 한 분도 예외 없이 제대로 은혜를 받은 것이었다. 니카라과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을 잘하지 않는다. 한 발 떨어져서 계속 지켜보고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에게 은혜가 임했다는 것이다. 이런 분들이 결론을 붙잡고 일어나면 놀라운 일이 일어날 듯 싶었다.
그래서 그 모습을 보고 싶었다. 이분들에게 토요일 저녁 6시에 정말 이 복음을 가지고 이 전도를 통해 니카라과 복음화를 하고 당대 세계 복음화를 할 분들만 오시라고 했다. 그때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될지 방향을 제시해주고 그동안에 우리가 해왔던 모든 영상 자료와 문서 자료를 전달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니카라과 목사님들은 여러 이유로 많이 바쁘다고 했다. 하루 전체를 시간을 낸다는 것이 어렵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은 이틀을 다 투자했다. 주일을 준비해야 할 가장 바쁜 날인 토요일에 이들이 온다면 일단은 결단을 하고 온 분들 이라고 볼 수 있었다. 제대로 셋팅을 해서 니카라과 전체를 살릴 수 있도록, 중남미에 또 다른 모델이 되도록 인도받을 것이다. 어려운 중에도 귀중한 응답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다. 오직 예수는 그리스도! 오직 당대 세계 복음화! [복음기도신문]
[1] 알미니안주의(Arminianism)는 직접적인 종교경험을 강조하는 신학에 반反하고, 이성을 강조하는 기독교 신학의 한 갈래이다. 칼빈주의 신학과 비교하면, 칼빈주의는 예정론과 구원에서 하나님의 주권을 보다 강조하지만, 알미니안주의는 구원에서 합리성과 인간의 자유의지를 강조하는데 구원을 받는데 있어서 인간의 의지적 결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조성욱 목사 | 복음가득한교회 담임. 군 복무 중 폭발사고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이후,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고 구령의 열정에 사로잡혀 ‘예수는 그리스도’라는 성경말씀을 중심으로 전도하며 교회를 개척, 지금은 열방에서 주님의 제자를 찾고 있다. 현재 100여국에서 제자를 찾아 주님의 일꾼으로 거듭나게 한 은혜를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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