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리포트 (8)
맥도널드에서 점심을 먹는데 옆의 엄마가 아이들에게 햄버거를 사주며 울고 있습니다. 익숙한 언어, 큰 가방, 배낭. 국경을 넘어온 가족입니다. 아빠는 아내와 아이들을 국경까지 데려다 주고 그곳에 남았습니다.
울지 말라고 위로했습니다. 주님 은혜로 이 전쟁이 끝나 집으로 돌아갈 것이니 힘을 내자고 격려했습니다. 이렇게 밝은 가족들이 생이별을 하고 유럽으로 흩어지고 있다니.
어제 (3.19) 통계로 국경을 넘은 난민이 332만 8692명이라고 합니다. 모두 얼마나 아픈 사연을 품고 있을까. 너무 멀리 가지 않길, 너무 오래 헤어지지 않기를.
서글픈 봄
이방 도시 수체아바(Sucheava)에 봄이 왔습니다. 화창하고 낮 온도가 16도까지 오릅니다. 체감온도는 20도를 넘습니다. 지난주만 해도 춥더니 어느새 봄이 다가왔습니다.
이 변화가 난민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전쟁이 발발한 때는 겨울 끝자락, 매서운 2월 하순이었습니다. 3월 중순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 날씨는 눈발이 날리는 겨울이었습니다. 먼 길을 떠나며 모자를 쓰고 두터운 옷, 따뜻한 신발로 집을 나섰습니다. 봄이 이렇게 찾아올 줄이야.
우크라이나에서 일상의 봄은 기쁨입니다. 열심히 일하고 주말이면 집 앞에 예쁜 꽃을 심고 뒷마당에는 여름과 가을 채소를 심으며 과일 나무를 손질하는 즐거움 가득한 날이었습니다.
이 봄은 다릅니다. 두터운 옷과 손에 든 가방 만큼이나 삶이 무겁습니다. 갈아 입을 옷이 없는 것도 아닌데. 그저 내 집에 두고 온 것이거늘. 떠나고 싶어 온 것도, 내가 결정한 여정도 아닌데. 난민들, 내 형제, 자매들은 이 따스한 계절에 못내 마음이 시립니다. 이제 그만 돌아가고 싶습니다. 집이 그립습니다. <계속> [복음기도신문]
김태한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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