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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식 칼럼] 어머님의 눈빛 속에 어른거린 추어탕 한 그릇

사진: 손은식 제공

두꺼운 겨울 패딩을 정리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여름 반팔 티셔츠가 생각 날 만큼 한 낮의 기온은 초여름만큼 오르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우리나라도 점점 아열대 기후로 바뀌는 듯 합니다.

거리에선 ‘추위 걱정이 끝날만하니 또다시 더위 걱정을 해야하나?’라고 생각될만큼 거리의 이웃들의 삶이 점점 힘들어지는 듯 합니다.

종각역에 도착해 준비한 간식에 김밥을 담아 재포장 후 함께 모여 간단한 나눔과 시작 기도를 드린 뒤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햇볕이 좋으니 거리분들도 따듯한 햇볕 아래에 앉아 휴식을 취하거나 잠을 청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의 얼굴에 조금은 편안한 기운이 묻어나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점심 식사를 하고 종로 좁은방으로 갔는데 한 낮의 열기 때문인지 좁은방의 방문들이 거의 다 열려 있었습니다. 좁은방은 마치 계절이 여름과 겨울만 존재하는 듯 했습니다.

좁은방 사역을 마치고 나오다가 문득 김옥순 어머님이 생각이 나서 어머님 댁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올해 94세인 김옥순 어머님은 제가 좁은방 사역을 하며 가장 먼저 찾아뵙고 교제를 나눈 어머님이십니다. 그 때는 코로나 이전이라 어머님 댁에 함께 모여 예배도 드리고 세상사는 이야기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연세 많은 어머님께 혹여라도 전파 위험이 있지 않을까 걱정에 자주 찾아 뵙지를 못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도 많이 완화되어 오늘 어머님을 찾아뵈었습니다. 어머님은 볕이 좋아서 그런지 마침 문밖에 의자를 놓고 앉아계셨습니다.

어머님께 다가가 인사를 드렸는데 어머님은 마치 처음 본 사람처럼 ‘누구요?’ 하시며 약간은 날이 선 듯한 반응을 보이셨습니다. 어머님께서 치매 증상이 있으신 건 알았지만 그 증상이 더 심해지신 듯 보였습니다.

어머님 앞에 쪼그리고 앉아 어머님의 주름진 손을 잡고 지난 시간들의 이야기를 해 드리니 어머님은 그때를 회상이라도 하시는 듯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피어올랐습니다.

그런데 어머님과 대화를 나누며 마음 한 구석이 계속 아파 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얼굴도 많이 야위었고 특히 어머님의 눈동자는 촛점을 잃은 듯 흐릿했고 생기가 없어 보였습니다. 마치 공기가 차 있던 고무풍선에 구멍이 생겨 공기가 조금씩 빠지듯 어머님의 몸에 있던 생명의 기운이 점점 빠져나가는 듯 했습니다.

갑자기 어머님의 눈동자 속에서 돌아가신 저희 아버님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아버님도 병마와 싸우다 돌아가셨는데 병과 싸우다 지칠대로 지친 어느 날 아버님이 제게 추어탕이 한 그릇 드시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아버님이 계시던 병원 주변을 돌아다니며 추어탕 가게를 찾았지만 찾지 못하고 빈손으로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버지가 드시고 싶다는 마음은 알았지만 저도 한 시간 정도를 헤매고 다녀 약간 지치고 힘든 마음에 아버지께 약간 짜증섞인 말투로 오늘은 그냥 병원 식사를 하시고 다음에 드시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아버지는 저에게 충분히 다시 다녀오라고 하실 수도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당신 때문에 헛고생한 아들에게 미안하다고 하시며 병원 밥을 꾸역꾸역 드셨습니다. 그리고는 며칠 후 드시고 싶다던 추어탕도 드시지 못하고 아들 힘들게 하기 싫다는 듯 서둘러 하늘나라로 떠나셨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 김옥순 어머님의 눈빛이 지난날 추어탕 한 그릇 대접하지 못했던 아들에게 미안하다고 하셨던 아버지의 눈빛과 너무도 닮아 보였습니다. 어머님께서 그 언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을지 알 수 없지만 그리 길지 않을 것 같다는 불안한 마음이 자꾸만 고개를 듭니다.

어머님과 헤어지고 돌아오며 이제부터 매주 한 번이라도 어머님을 찾아뵈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희 아버지는 고통 속에서 하늘나라로 떠나셨지만 옥순 어머님은 고통없이 하나님의 부름을 받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하나님께서 그렇게 인도해 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류연우>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손은식 목사와 프레이포유 사역을 섬기는 사역자들의 사역일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손은식 목사 | 2013년 말부터 서울 시내의 노숙자와 홀로 사는 어르신을 돕고 기도하는 프레이포유 사역으로 이 땅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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