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높이라 Prize Wisdom 잠 4:8

문제를 문제시하지 않는 믿음

▲ 작품설명: 멜 보흐너(Mel Bochner), 측정: 방(Measurment: Room), 1969, 검은 테이프, 뮌헨의 갤러리 하이너 프리드리히에 설치, 현 MoMA소장

1969년 멜 보흐너는 뮌헨의 한 갤러리에서 지금껏 보지 못한 ‘작품’을 전시했다. 전시장에 들어선 관객들은 매우 당혹스러웠다. 하얀 벽에 있어야 할 그림이나 조각 대신, 검은 선과 숫자만 무심하게 쓰여 있었다. 선은 벽과 문틀과 창틀을 따라 그어졌고, 이 검은 선 위에 적힌 숫자들은 벽, 문, 창의 가로, 세로, 높이를 잰 것이었다. 보흐너는 갤러리 벽의 사이즈를 표기함으로써, 그 벽의 실체를 드러냈다. 드러난 것은 단지 그 크기의 벽일 뿐이었다.

이렇게 급진적인 작품은 사실 인간의 지각 경험을 다룬 것이다. 사람은 심리 상태에 따라 대상을 지각한다. 어떤 대상은 실제보다 커 보이고, 반대로 작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때 실제 사이즈를 알려주면 대상의 실체가 드러나는 동시에, 나의 지각 능력이 얼마나 부정확한지 깨닫게 된다.

정말 그렇다. 어떤 이는 커 보인다. 그래서 실제 키를 알면, 그렇게 작았냐며 놀라곤 한다. 실제보다 크게 느끼는 지각 오류는 존경하거나 두려운 대상에게 일어난다. 보흐너의 작품이 설치된 갤러리 또한 미술가에게는 만만한 공간이 아니었다. 선망의 대상이자, 막막한 장벽이며, 압력을 가하는 권력적 공간이기도 했다. 예술가들은 보흐너의 작품을 보고, 그리 숨 막힌 흰 벽이 고작 이 정도였나를 느꼈다. 살면서 우리가 마주하는 문제들도 그렇다. 두려울 때 문제는 크게 느껴진다. 그럼 어김없이 절망과 좌절, 불안과 낙심이 엄습해 온다. 문제 앞에 주저앉지 않으려면, 두 가지 중 하나는 반드시 갖춰야 한다. 하나는 문제의 실체를 파악하는 ‘이성’, 다른 하나는 문제의 주관자가 하나님이심을 아는 ‘믿음’이다. 그렇다면 둘 중 무엇이 내게 평안을 줄까? 문제의 크기를 아는 이성일까, 아니면 이 문제를 문제 되지 않게 하실 하나님을 향한 내 믿음일까. [복음기도신문]

이상윤 미술평론가

<저작권자 ⓒ 내 손안의 하나님 나라, 진리로 세계를 열어주는 복음기도신문. 출처를 기재하고 사용하세요. > 제보 및 문의: 

[관련기사]
말씀하옵소서, 주의 종이 듣겠나이다
교회에 90년대생이 온다
사랑으로 하나 됨

Print Friendly, PDF & Email

관련기사

20240425 Bible
[GTK 칼럼] 말씀을 전파하라(8): 깊이 있고 균형 잡힌 목회를 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aaron-burden-unsplash
[채영삼 칼럼] ‘예정론을 오해한 사람들’에게
20230731 Bible
[GTK 칼럼] 말씀을 전파하라(7): 바른 예배와 믿음의 길을 알려 주기 때문이다
20240418 Bible
[GTK 칼럼] 말씀을 전파하라(5) :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머리 되심을 찬양하기 때문이다

최신기사

[TGC 칼럼] 복음은 기적이 포함된 역사다
아시안미션, 국내 선교단체 사역자 위한 리프레쉬 캠프 개최.... 70여개 단체서 34명 참여
한국VOM, 탈북민 방문으로 하나님의 사랑과 위로 전달
美 정부, '성별' 대신 '성 정체성'으로 변경... 초중고 시설, 운동팀에 큰 영향 우려
코로나 기간 북한 실상 보여주는 영상 탈북자 공개, 일본TBS 보도
미얀마 반군, 4월초 점령한 태국 국경 인근 주요 도시에서 철수
[오늘의 한반도] 낙태 없는 세상 위한 ‘생명대행진’ 개최 외 (5/1)
Se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