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역으로 외출했다가 부득이 늦은 밤중에 숙소에 들어왔다. 자정이 넘은 시각이었다.
당연히 어두컴컴하리라 여겼던 우리 방 301호에 불이 켜져 있었다. 방에 들어오니 아이들은 그 시각까지 만화책을 보고 있었다.
“예원아, 엄마가 부탁했잖아. 방 청소하고 빨리 자라고.”
큰 아이는 둘째 승리와 서로 ‘네 책임이야!’ 하며 말다툼을 벌였다. 야단을 맞은 예원이는 억울한 듯 울먹이며 분을 삼키며 씩씩댔다. 밤이 깊었지만, 아이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눴다.
아이와 한번쯤은 대화를 나누고 싶었던 때였다. 지난해만해도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면 말할 때뿐, 변하지 않던 아이였다. 그러나 헤브론원형학교에 입학한 이후, 어느 날 믿음으로 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예원아! 네 안에 계신 주님이 하셨다. 또 믿음으로 순종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렇게 그날 밤 아이와 주님의 은혜를 나눴다.
헤브론원형학교에 아이를 보낸 이후, 주님은 아이는 물론 부모도 동일하게 함께 진리 앞에 서게 하셨다. 주님은 먼저 엄마인 나를 깊이 다루셨다. 모든 영역에서 치열하도록 말이다.
지난해였다. 입학한지 6개월쯤 지났을 무렵, 나는 딸이 진리로 변화되는 것을 눈으로 보고 싶어 했다. 그 무렵 주님이 주신 말씀은 ‘인내’였다.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그분을 신뢰하는 믿음 가운데 사랑하며 인내하라(롬5:3-5). 이제 막 믿음의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에게 믿음으로 뛰어가라고 말하고 있었다. 주님의 음성이 들렸다.
“너 왜 이렇게 마음이 조급하니. 내가 너를 사랑하여 기다린 것처럼 너도 나처럼 예원이에게 사랑으로 인내해야지” 나를 어떻게 지금까지 걸어오게 하셨는지 변함없는 사랑으로 기다리시고 사랑함으로 인내하시고 진리에 눈을 뜨고 실제가 되기까지 기다려주셨는지 깨닫게 하셨다.
헤브론원형학교에 입학한지 1년 6개월을 지나 아웃리치를 다녀온 아이를 다시 보게 됐다. 이젠 스스로 집을 정리정돈하며, 엄마의 마음을 위로하는 아이를 본다. 그렇게도 시켜야만 했던 일이, 이제는 자발적인 마음으로 기쁨으로 하는 것을 본다.
예원이의 그 억울한 마음은 결국 자신이 인정받고 싶었던 것임을 알게 하셨다. 그날 밤, 그동안 하나님이 내 마음에서 어떤 일을 하셨는지 아이와 나눴다. 예원이의 눈에서도 내게서도 후두둑 감격과 기쁨의 눈물이 떨어졌다.
“예원아 하나님이 지금까지 너를 인내하며 사랑으로 기다리셨지? 이젠 네가 받은 사랑 동생에게 동일하게 흘러가야 하지 않겠니?”라고 말하며 기도하고 잠자리에 누웠다. 예원이가 슬그머니 내 손을 잡으며 이렇게 말했다.
“엄마 미안해, 그리고 이제부턴 정말 믿음으로 할게요”
하나님의 말씀을 받을 때에 사람의 말로 받지 아니하고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음이니 진실로 그러하도다 이 말씀이 또한 너희 믿는 자 가운데서 역사하느니라”(살전 2:13) [GNPNEWS]
임은영 선교사
온 가족이 선교에 헌신, 남편과 함께 슬하에 1남 1녀 두 자녀를 둔 엄마로 순회선교단 한국본부 행정팀을 섬기며 국내외 선교사를 돌아보며 믿음의 삶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