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생을 송두리채 바꿔놓은 만남
“실패한 내 인생이 부끄러웠습니다. 전쟁터 한복판에서 장교로 근무할지도 모를 동창을 만날까 두려웠습니다. 그러다 아프가니스탄 내전의 포화 속에서 비참하게 살아가는 그 땅의 사람들의 모습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만남이 제 인생을 송두리채 바꿔놓았습니다.”
자포자기한 심정에 실낱같은 재기의 희망을 품고 서우석씨는 2009년 무렵, 미군의 신분으로 아프가니스탄 파병되어 의무병의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21세기초 중동의 화약고가 된 이곳에서 발이 만신창이가 되어 버린 다양한 연령대의 현지인 3명을 만났다.
한 할아버지는 다친 발을 이끌고 미군 병원이 있다는 그곳으로 3일간을 걸어와 치료를 하고 맨발로 돌아갔다. 그날 밤 그는 그 할아버지를 맨발로 돌려보낸 자신을 책망하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한 달에 네 번이나 발을 다치며 슬리퍼를 신고 다녀야 하는 청년. 크기가 다른 신발을 신고 전쟁에 참전하고 있던 현지인 군인.
부대 내에 신지 않는 신발들을 수소문해 이들에게 전해줬다. 그리고 전단을 붙이고, 블로그를 만들어 신발이 없어 고통을 받고 있는 이들의 얘기를 전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3000명분의 신발을 이들에게 나눠줬다.
무슨 힘으로 그 모든 일을 감당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가정형편으로 다니던 의대도 도중하차하며, 하는 일마다 실패의 아픔을 겪은 그는 자신도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한때 의료선교사를 꿈꾸며 아시아, 남미 국가들에 단기선교를 다녔던 그는 자신도 선교의 삶을 살 수 있음을 깨달았다.
하루는 의사출신으로 미군의 통역을 맡던 현지인이 그에게 아프간의 또 다른 현실을 보여줬다. 고아와 과부들이 사는 곳으로 그를 데려갔던 것이다. 이슬람 사회에서 남편 없이는 홀로 움직일 수도 없는 과부들의 비참한 삶과 전쟁 고아로 길거리에 내팽개쳐진 아이들의 기가 막힌 모습은 주님이 보여주신 그 땅의 현실이었다.
안타까운 현실을 놓고 기도하던 그에게 주님은 ‘불가능을 꿈꿔라’는 말씀을 주셨다. 미국으로 돌아와 한 교회에서 선교보고를 위해 순서를 기다리던 그에게 주님은 마가복음 10장 27절을 보게 하셨다. ‘사람으로서는 할 수 없으되(impossible) 하나님으로는 그렇지 아니하니(possible)’ 주님는 또 그에게 마가복음
2장의 네 친구들에 의해 실려오던 중풍병자의 이야기를 떠올려 주셨다.
“의학용어 중 헴(HEME)이라는 게 있어요. 혈액 속에서 산소 4개를 꼭 잡고 온 몸에 산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그 헴이 H(Housing.주택) E(Education.교육) M(Medical.의료) E(Employment.직업창출)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철분(Fe)즉 물질(Fund)이 필요하죠. 바로 물질과 기도인 것이죠” 그가 현재 운영하는 비영리단체(NGO) 힘펀드(HEME Fund)는 그렇게 명명됐다.
2010년 미국에, 2013년 한국에 NGO를 등록한 그는 현재 아프간 전쟁 미망인들의 자립을 위해 재봉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재봉학교를 설립, 수료생에게 재봉틀을 지급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월 100~200 달러의 수입으로 최저 수준의 생계를 감당할 수 있게 됐다. 또 문맹률이 높은 사람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있다.
“어머니가 저를 먹여 살리기 위해 재봉틀을 돌렸던 기억이 이렇게 연결될 줄은 몰랐어요.”라고 그는 웃으며 말했다. 주님의 부르심과 은사에는 후회함이 없다는 말씀을 실감케 된다.
이같은 기술교육과 파쉬툰어 교육을 담당하는 학교는 현재 2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그는 저렴한 수준의 시설을 임대해 아프간 전역에 50개 학교를 꿈꾸고 있다.
“현재 저희들은 하나님의 사랑을 흘려보내는 일을 하고 있어요. 이것이 현재 그들에게 할 수 있는 전부예요.”
그러나 이들에게 그들을 돕는 물질이 하나님의 사람들과 교회에서 나오고 있다고 분명하게 밝히며 복음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힘펀드의 일이 본격화되면서 그는 6년간의 미군에서 올3월 제대했다. 그때부터 힘펀드의 대표이자 전임 사역자로 아프간에 하나님의 사랑을 흘려보내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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