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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차이나통신] 베트남 근대사에서 만난 인생 (1)

▲ 베트남 전통장례 예식의 한 장면. 사진: 바나바 제공

사람 사는 이야기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나 나누고자 합니다.  1948년생인 느엉과 응웬티 선 두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느엉의 남편은 자식도 없이 전쟁터에 나가 3년만에 전사했습니다. 선이 전쟁 통에 혈혈단신 젊은 과부가 된 후 친구 느엉의 집에서 친 자매, 친 딸처럼 의지하며 살아왔습니다. 느엉의 어머니도 남편과 아들 다 잃고 딸 느엉만 남아 여자들만 3명 사는 집에서 서로 의지하며 살고 있었지요.

전쟁 때라 젊은 남자들은 다들 남쪽 전장으로 나갔고 여자들과 나이든 사람들만 마을에 남았습니다. 이때 느엉의 친구 선은 군수공장에 다녔습니다. 공장의 책임자인 젊은 남자 페(Phe)는 당간부라는 이유로 전쟁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느엉의 어머니는 그런 페를 마음에 두고, 딸 느엉에게 남편도 아들도 없는 여자의 슬픈 운명을 들며 재가를 권합니다.

그러나 느엉은 남편 비엔의 장례식 말미에 동네 사람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조국을 위해 죽은 남편의 죽음이 부끄럽지 않도록 조국을 위해 부녀로서도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겠다’고 인사하며, 어머니의 재가 권유를 완곡하게 거절한 바 있습니다. 느엉은 그 공개적인 약속을 기억하며 자기 집에 사는 역시 젊은 과부 선을 살뜰하게 챙기며 삽니다.

페는 느엉의 집을 틈나는대로 드나들며 친절하게 남자없는 느엉의 집 험한 일을 도와주고 느엉은 자기 어머니에게도 잘하는 페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능하면 둘이 함께 있는 것을 피합니다.

당시 나라는 전쟁으로 피폐해진 경제, 길거리 좌판에서 돼지고기를 구매 제한, 병든 자식이 있어 돈이 있고 더 사려해도 줄 선 사람들에게 욕먹는 상황입니다. 그런 시절에 고기가 필요한데 못사는 아줌마를 위해 자기 몫의 고기를 사서 나눠주는 등, 착한 일 하는 느엉은 동네 사람들의 칭찬을 듣고 동네 남자들이 관심도 얻게 됩니다. 그러나 느엉은 언제나 친구 선을 더 염려합니다.

선과 느엉 모두 공장에서 작업중, 폭격 경보로 피해 들어간 참호에 우연히 선과 페만 들어가게 되었고 폭탄이 근처에 떨어질 때 마다 선은 무서워 떨며 페의 품안으로 파고 들고 그를 품어 안심시켜 주던 참호 속에서 페와 선, 두 남녀 사이에 사건이 일어납니다.

이어지는 전쟁 통에 배는 불러오고 아직 불확실할 때, 느엉은 선을 책망하고 권고합니다. 몸 조심하라. 어느날 선이 과로로 근무중 기절하여 병원 응급치료를 받고 임신한 사실이 알려져 공장내 자아 비판이 열립니다. 뻔한 동네에서 남편없는 여자가 임신했으니 남편이 누구냐, 선이 공박당할 때, 느엉은 가족 없이 외로운 친구 선을 돕지 못한 자기에게 책임있고 또한 우리 이웃 모두의 책임이다 라고 말합니다. 공개 자아비판에서 홀로 선 선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회중은 계속 추궁하고, 젊은 과부 느엉과 선을 염두에 두고 질투와 연정을 가지고 있던 동네 남자들은 성인 군자같던 젊은 남자 페를 의심하여 선의 불륜 상대가 공장 감독 ‘페’라고 지적해 주길 원하는 것 같습니다. 페가 그 비판 자리에 책임자로 있었지만, 선이 참다 못해 항변, “내가 잘못했다. 그러나 더 이상의 희생자는 만들지 마라. 내가 외로울 때 여러분이 해준 것은 무엇이 있었으며 이제도 나를 힘들게 하고 또 다른 남자를 희생자로 만들려 하느냐”하며 당에서 축출될 각오하고 울며 뛰쳐나갑니다. 자아 비판장은 난장판이 됩니다.

그후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페는 뛰쳐나간 선을 찾아 해 넘어가는 시간 으슥한 산에서 만납니다.

“왜 말하지 않았느냐. 내가 괴롭다. 내가 너를 힘들게 했다. 참호에서 절제 못한 내가 부끄럽다. 그리고 자아비판에서 용기있게 고백못한 것을 참회하고, 안전한 공장 책임자 자리를 버리고 고향을 떠나 남쪽 전선으로 가겠다.”고 페는 말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한 일은 책임 질테니 가기 전, 정한수 떠놓고 가족이 보는 앞에서 결혼식을 올리자고 제안합니다.

선은 말합니다.

“아니다. 내가 잘못이다. 내 일은 내가 책임질테니 당신은 당신을 사랑하는 느엉과 결혼하세요. 느엉이 당신을 흠모하고 있어요.”

페도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합니다.

“그렇지 않아. 너도 나중에 태어날 아이의 인생을 위해서도 나와 결혼해야 한다.”

“아닙니다. 걱정마세요. 나는 임신한 적 없어요. 절대 부담 갖지 말고 느엉을 행복하게 해주세요..” 그리고 선은 울며 그 자리를 뛰쳐나갑니다.

집에서 울며 밖으로 나간 선과 보이지 않는 페를 찾아나섰던 느엉은 그 둘의 상황을 목격하고 진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한수 떠놓고 간단한 결혼식조차 치루지 못하고 페는 전선에 내려가는 기차에 탑승하기 위해 기차역에 나왔습니다. 전송나온 사람은 없을까, 혹시 선이 나오지는 않았을까 주위를 둘러볼 때 느엉이 나타납니다. 페는 느엉에게 선의 안부를 묻는데, 느엉은 무운과 안전을 비는 선이 수놓은 손수건 정표를 페에게 대신 전달해줍니다. 그리고 기차는 남쪽 전선으로 달려갑니다.

선은 산달이 꽉 찬 상태에서도 쉬지 않고 일합니다. 모두들 선에게 쉬라고 하지만, 다들 조국을 위해 일하고 있는데 쉴 수 없다며, 공장에 계속 나갔습니다.

어느 날 공장에서 한참 일을 하던중 공습 경보가 발령됩니다. 다들 임무 위치로 가고 선도 폭격을 피해 도망가다가 무거운 몸으로 넘어지며 부상을 입고, 폭격이 그친 후 응급실에 가서 조치했지만 심장이 뛰지 않습니다. 엄마는 죽고 뱃속의 아이는 제왕절개로 건강하게 태어납니다. 그 선의 딸 티엔 탄은 1972년 12월에 태어납니다.

전쟁이 끝나고 ‘호치민, 호치민, 위대한 호치민 할아버지‘라고 동요를 부르는 학교에서 만 3, 4살 먹은 어린 여아들이 철없이 행복한 인생을 노래하고 있을 때, 전쟁에 참전했던 페가 오른팔을 잃은 상이군인으로 느엉의 집을 찾아왔습니다. 느엉은 죽은 아버지와 남편 비엔과 친구 선의 영정 사진을 바라보며 슬픈 마음에 페의 품에 안겨 흐느끼는데, 할머니와 티엔 탄이 귀가합니다. 느엉은 자신의 뒤로 숨는 소녀에게 ’이 분이 너의 아버지다‘ 라고 말합니다. 티엔 탄은 호기심어린 눈으로 한쪽 팔이 없는 페를 바라보며, 나중에는 그의 품으로 파고 듭니다.

다음날 페와 느엉은 논이 있는 언덕 한쪽의 초라한 선 무덤을 찾아 과거를 회고합니다. 그의 슬프고 짧은 삶과 사랑이 살아있는 동안은 우리 들의 마음 속에 남을 것이다 하며 노을이 져갑니다. 이 이야기는 베트남 역사에서 일어날 법한 내용을 기초로 통일 베트남에서 만든 전쟁 영화의 스토리입니다.

인생은 또 다른 사연을 낳고

1944년생 후, 또 한 여성은 응웬 티 먼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먼은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고 자라납니다. 어머니가 자신을 낳고 곧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로 태어난 해만 알고 있을뿐, 자신의 정확한 생일은 알지 못합니다. 고향 마을을 떠나 살다가 고엽제가 많이 뿌려졌던 베트콩 침투로 이 르어이 전투 현장을 따라다닙니다. 전쟁이 끝난 한참 후 1983년 3월 3일에 자신 역시 아버지를 모르는 딸을 낳았습니다. 고향과는 연락을 끊고 살다가 2020년에 아무도 찾지 않던 어머니의 장례에 참석하게 됩니다. 고향 마을의 먼 친척이라는 아저씨가 와서 조촐한 장례 절차를 대행해 주고, 그의 딸 란은 홀몸으로 어머니의 영정을 들고 상여 앞을 걸어갑니다.

란의 어머니, 먼은 부모와 태어난 날짜도 모르고 고향도 알지못한 채 전쟁터를 떠돌며 낳은 유일한 혈육인 딸과 함께 살다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언제나 보듬어주던 어머니를 떠나 보낸 딸은 이제 거친 세상에 홀로 남았습니다.

영화의 장면에서는 아버지, 남자 형제들, 남편 다 잃고 홀로 된 어머니와 또 20대 초반에 과부가 된 친구와 같이 살면서 사랑하고 우정이 있습니다. 그리고 열악한 환경에서도 도덕을 지키려는 여자와 자식없이 홀로된 여인의 슬픔으로 딸에게 재가를 권하는 스토리가 덧붙여졌습니다. 또 사랑했던 친구가 흠모하던 남자를 뺏고, 그 남자가 팔을 잃고 사랑을 뺏아간 친구의 초라한 무덤 앞에 서 있는 남녀, 그곳에서 죽은 여인을 그리워하는 외팔이 남자가 서 있습니다.

영화는 처연한 인생을 실루엣으로 멋있게 잔상을 남기고 있지만, 철없는 딸 티엔 탄은 장애인 아버지와 피 하나 섞이지 않은 어머니를 친 어머니로 알고 살 것입니다. 전쟁으로 파괴된 곳에서 공산주의 정책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유토피아에서 인생을 삽니다. 아직 살아있다면 올해 48세입니다.

어린 시절에는 넓은 세상의 경험도 없으니 다른 인생은 알지 못합니다. 또 어린아이들이 먹고 사는 문제가 무엇인지도 알지 못합니다. 전쟁과 그 후유증을 온몸으로 부대껴온 베트남 사람들은 영화를 보면서 미국을 미워하게 되고, 학교에서 배운대로 ’위대한 호치민, 호치민‘하며 위대한 베트남에 긍지를 가지며 성장할 것입니다.

그리고 전쟁터에서 쓰러져간 영화 속 가상의 스토리로 죽은 자는 위대하고 불쌍하고 그런 운명을 만든 미국이 원수가 되나 그들이 스스로를 죽이고 만드는 슬픈 역사는 모릅니다.

영화에서는 가난과 슬픈 죽음보다, 힘든 전쟁에서도 자아비판도 하며 도덕적으로도 완전함을 지키려는 조상들의 투쟁을 미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베트남은 그 전쟁이 완전히 끝난지 3년 8개월이 안되어 1978년 12월에 캄보디아와 전쟁을 치릅니다. 1989년에 캄보디아에서 군사를 철수한 베트남은 1979년은 중국과 한달간 전쟁을 다시 치룹니다. 그리고 1991년 소련 연방의 해체로 전세계 연합 공산주의 투쟁이 무의미해져 버렸습니다. 베트남에서는 공산주의로는 살 수 없는 것을 깨닫고 1986년 개혁과 개방을 의미하는 도이머이 정책을 추진하여 자본주의 체제를 도입합니다. <계속> [복음기도신문]

바나바(인도차이나 사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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