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격리, 분리, 폐쇄, 고립, 거리두기 등 사회적 열병을 앓고 있는 가운데도 중국교회와 기독인들뿐 아니라 종교인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압박은 결코 완화되지 않았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매년 중국교회와 기독인들에 대한 박해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는 China Aid Association(对华援助协会, CAA)는 중국 당국의 탄압 방식이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며 10대 박해 사례를 밝히는 등 상세하게 관련 소식을 기술했다.
CAA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이슬람교협회를 제외하곤 어떤 조직이나 개인도 핫즈(hadj)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슬람교핫즈사무관리법(伊斯兰教朝觐事务管理办法, 총 7장, 42개 조항으로 돼 있음)’이 지난 12월 1일부터 발효되는 등 종교의 중국화(宗教中国化)를 이루기 위한 조치가 계속 이어졌다.
중국 당국이 발표한 신학기 ‘교사기율(教师纪律)’을 살펴보면 종교 음악은 음악 교과서에 포함되지 않도록 교사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예를 들어,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Tannhäuser)’,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 중 4악장 ‘환희의 송가(Beethoven Symphony No. 9)’ 등은 종교적 배경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배제해야 한다. 만일 문제가 되면 교사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저장(浙江)성 원저우(温州)시 정부는 학교 교사들에게 종교를 믿지 않을 것을 서약하도록 강요했다. 각 교사들은 마르크스주의 종교관을 확고히 하고 무신론 교육과 학습을 강화하며 어떤 종교활동에도 참여하지 않고 어떤 곳에서도 종교를 홍보하지 않고 전파하지 말아야 한다. 내몽골의 한 학교에서는 학생은 물론 학부모에게 모든 형태의 종교활동과 종교단체에 참여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종교교직원관리법(宗教教职人员管理办法), 중화인민공화국 경내 외국인 종교활동 관리 규정 실시세칙(中华人民共和国境内外国人宗教活动管理规定实施细则) 등 내부 단속뿐 아니라 외국 종교단체와 교류를 원천적으로 금지할 수 있는 법규들의 시행을 가시화했다.
기독교의 중국화(基督教中国化)는 산둥(山东)성 짜와좡(枣庄)시 기독교중국화연구센터 설립과 허난(河南)성 상추(商丘)시, 랴오닝(辽宁)성 후루다오(葫芦岛)시, 광둥(广东)성 중산(中山)시 기독교중국화 세미나 개최 등 지역적으로 보다 광범위하게 진행됐다.
이 밖에도 정부 주도로 ‘기독교애국주의과정’이 개정되고 ‘중국기독교윤리학’ 교재 편찬도 준비됐다.
기독교에 대한 악의적인 이미지 덧씌우기도 단행됐다. 국정 교과서인 ‘직업 도덕과 법률’(职业道德与法律) 내 서술된 성경 이야기는 변조되고 왜곡됐다. 예를 들어 ‘기독(基督)’ 대신 ‘JD’를 넣어 중국JD교삼자애국운동문선(中国JD教三自爱国运动文选)으로 바꾸고 ‘신(神)’, ‘주(主)’라는 단어도 노출되지 않도록 했다.
중국 공산당의 교회 10대 박해 사례
한편 CAA 보고서는 교회 지도자에 대한 체포와 수감, 교회에 대한 이전 명령과 폐쇄 등 예년의 핍박 행태보다 확대된 2020년 박해 상황을 아래와 같이 정리하기도 했다.
첫째, 교회로부터 묘지까지, 산 사람부터 죽은 사람까지 철거의 범위가 광범위해졌다. 교회는 물론 모임에 사용된 기독교인의 사택, 교회 소유의 자선장소, 교회 십자가를 강제로 철거했고, 십자가가 그려져 있는 기독교인의 묘소, 묘비를 파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비석에 새겨져 있는 ‘하나님 아버지’라는 글자조차도 지웠다. 산시(山西)성 신저우(忻州)시 소재의 약 120년 된 침례교인의 순교비가 파괴되기도 했다.
둘째, 국가전복선동죄로 중형을 선고받은 사례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2019년 이른비언약교회의 왕이(王怡) 목사가 국가전복선동죄로 징역 9년을 선고받은 이래 후난(湖南)성 츠리(慈利)현 터리(特利)가정교회 설립자인 자오화이궈(赵怀国) 목사가 국가전복선동죄로 재판에 회부됐다. 구이저우(贵州)성 구이양(贵阳)시 언광(恩光)교회 우쉐차오(吴学超) 목사와 양웨이(杨维) 사모가 국가안전부 요원들에 의해 연행돼 향후 어떤 조치가 뒤따를지 주목된다.
셋째, 안면인식 카메라 시스템을 통한 교회 관리가 가시화하고 있다. 장쑤(江苏)성, 간쑤(甘肃)성, 허난성, 장시(江西)성 등의 종교활동장소에서 안면인식 카메라 설치가 이뤄지고 산둥성에서 교회들은 물론 기독교인들의 거주 장소에도 안면인식 카메라 시스템에 따른 관리가 확대되고 있다.
넷째, 가정교회뿐 아니라 기독교인들의 집에서 예배가 이뤄지지 않도록 막고 있으며 인터넷상에서 이뤄지는 모임과 신학훈련, 생중계되는 집회도 금지하고 있다.
다섯째, 기독교 출판의 생산, 판매, 유통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처벌 대상이 되고 있다. 기독교 온라인서점 ‘샤오마이수팡’(小麦书房)을 개설한 혐의로 장샤오마이(张小麦, 본명 陈煜, 천위)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샤오마이수팡을 통해 서적을 구입한 기독교인들에 대한 조사도 이뤄졌다. 량루루이(梁汝瑞), 주궈칭(朱国清)은 어린이 성경을 인쇄했다는 혐의로, 선전(深圳)시 생명수과기발전유한공사의 푸쉔쥐안(傅选娟) 등 4명은 성경플레이어를 판매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여섯째, 교회에서의 결혼식은 종교사무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18세 미만은 입장할 수 없고 결혼식에 참석하려면 실명으로 등록해야 한다. 기독교 장례식에서 찬송가는 부를 수 없으며 십자가와 같은 종교물품은 사용할 수 없다.
일곱째, 기독교인은 공개적으로 복음을 전할 수 없다. 과거에는 기독교인들이 설령 복음을 전하는 모습을 경찰이 본다고 해도 적극 제지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바로 금지하거나 행정구류에 처하고 있다.
여덟째, 정부가 교회를 강제 점유하고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장쑤성 푸닝(阜宁)현 베이저우좡기독교회(北周庄基督教会)는 문화타운으로, 장쑤성 푸닝현 류취안교회(流泉教会)는 양자이전류취안종합문화서비스센터(羊寨镇流泉村综合文化服务心)로 변경됐다. 장시성 잉탄(鹰潭)시의 성당은 오락시설로 바뀌었다.
아홉째, 공교육을 거부하고 가정과 교회에서 교육하겠다는 기독교인들이 생겨나고 이에 대한 제재가 이뤄지고 있다. 한 기독교인이 자식의 친구 어머니들을 집으로 초청, 집회를 갖고 양육 경험을 나눠 경찰의 조사를 받는 등 기독교 교육에 대한 정부의 경계가 높아지고 있다. 이 밖에 푸젠(福建)성 샤먼(厦门)시의 한 호텔은 기독교 종교활동장소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처벌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교회에서 오성홍기를 게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배 때 국가를 부르게 하는 등 중국화한 기독교인들을 만들어 기독교, 종교보다 우위에 있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에 온전히 순응하도록 만들려고 애쓰고 있다. 교회뿐 아니라 기독교인 집까지 마음대로 쳐들어가 수색하고, 학교 교육을 거부해 자녀를 홈스쿨링하거나 교회학교에 보내고 있는 기독교인 부모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있다.
안면인식 기술의 고도화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집중 관리를 통해 중국교회의 생존공간은 점차 줄어 들어가는 듯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새롭게 활성화한 온라인 기독교 모임이 또 다른 가능성으로 부각됐지만 그 또한 언제든지 탄압의 빌미를 줄 수 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중국 당국이 기독교의 중국화를 시도하는 한 이런저런 어려움을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올해도 더욱 힘든 날이 중국교회 앞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용기를 잃지 않으면 좋겠다. 복음은 기쁜 소식이지만 위기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는 것을 기독교역사가 증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음의 정수에 더욱 천착하는 중국교회가 되기를 바란다. 소금과 빛으로 살아가는 기독교인이 있는 한 어떤 박해도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가려는 결기를 막을 수 없다. 이를 위해 전 세계 기독교인들이 기도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면 좋겠다. 힘내자, 중국교회여. [중국을 주께로 = 복음기도신문]
왕빈 | 중국전문가
이 칼럼은 중국 선교전문지 <중국을 주께로>의 동의를 얻어 게재되고 있습니다. www.chinatogo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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