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미술로 표현된 하나님 나라의 영광
하나님의 나라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될까? 사석에서 ‘우연히’ 만난 작가가 요한계시록의 ‘새 예루살렘 성’을 주제로 작업한다고 할 때, 이러한 의문이 들었다.
게다가 그는 대학 강의로, 건축 프로젝트로 충분히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기에 굳이 전시회를 열 필요가 전혀 없었다.
이렇게 작가 박미예에 대한 끊임없는 의문을 풀고자 그의 작업실에 들어섰을 때, 이 만남이 말 그대로 ‘우연이 아님’을 직감했다.
복음학교에서 보았던 하나님 나라의 영광에 대해, 나 아닌 누군가도 그것을 알고 또한 그것을 주제로 작업하고 있음을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현대 미술 작품들은 최근 숫자와 씨름이 한창이다. 수 백 개를 넘어 수 천 개의 다양한 재료들, 예를 들면 다이아몬드, 종이상자, 알약, 심지어 버려진 페트병까지 동원되어 미술작품을 만든다.
박미예 또한 4000여 개의 나무토막으로 벽을 세웠다.
그러나 이 작품과 다른 현대미술과의 차이점은 작품을 이루는 단위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 지에 있다. 다른 현대미술 작품에서 작은 부분들은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있고, 많은 숫자로 장대한 규모를 이루기 위해서라는 그 목적 하나만으로 동원된다.
그러나 박미예의 <벽>은 달랐다. 벽을 이루는 조각들에는 하나하나마다 고유 번호가 찍혀 있다. 즉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한 명 한 명의 지체들, 곧 우리들을 뜻한다.
이 지체들은 모두가 소중하고, 또 필연적이다. 하나님 아버지의 지극한 사랑을 받고 있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품의 거대한 굴곡은 1mm정도 차이로 다 다르게 재단된 조각들이 모이고 모여 이룬 것이다.
하나님 나라의 완성을 위한 연합을 이루려면 마치 이 조각들이 설계된 형태대로 재단되어야 하는 것처럼 우리 또한 자기를 부인하는 아픔과 자기 십자가를 지는 훈련이 함께 되어야 했다.
실제로 작가는 이 조각 하나하나를 각기 다르게 설계하고 일일이 색을 입히는 엄청난 시간을 거쳐야 했는데, 그 시간은 인내가 아니고는 견딜 수 없었던 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이처럼 주님은 우리가 서로 연합하여 그의 나라를 이루시는 데에 철저하게 인내로 참으시는 분이다. 그리고 이 인내는 그분의 사랑 때문이었다.
그림설명: 박미예, <벽을 짓다>, 2013년, 합판과 아크릴판, 219x1151x8cm (서울 인사동 아라아트센터 전시 중, 5월 15일-30일)
이상윤(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