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신자뿐만 아니라 비신자들에게도 성탄절 전통에서 캐롤은 중요하게 여겨져왔다. 성탄절 캐롤은 본래 기독교 신앙과 관련된 전통적인 찬송가나 노래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는 종교적 내용을 담고 있다. 서구사회에서 이러한 캐롤이 단순히 음악을 넘어 기독교 신앙의 문화적 유산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서구 각국은 세속화된 국가로, 종교적인 관습과 유산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캐롤은 이런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희귀한 종교적 전통으로 여겨지고 있다.
성탄 캐롤의 역사
성경 박물관(Museum of the Bible)에 따르면, 최초의 성탄 캐롤은 서기 129년경에 로마 주교 텔레스포루스(Telesphorus)가 성탄절에 ‘천사의 찬미가(Angel’s Hymn)’를 교회에서 부르도록 정하면서 도입됐다. 이는 누가복음 2장 14절에 기록된 천사들이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며 외친 아름다운 말씀에서 비롯됐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그가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NIV)
그 이후 교회 음악은 몇 세기에 걸쳐 발전했으며, 라틴어로 된 찬송가와 성가가 미사 중에 지정된 구간에 사용됐다. 성탄절이나 부활절 같은 특별한 절기에는 더욱 정교한 성가가 추가되기도 했다.
초기 캐롤은 라틴어로 된 형식적인 찬송가였으나, 세월이 흐르며 현지 언어로 번역되어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다. 대표적인 예로는 “오소서, 구세주여(Come, Thou Redeemer of the Earth)”와 “영원한 아버지의 마음에서 탄생한 자(Of the Father’s Heart Begotten)” 등이 있다.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캐롤’은 사실 대중음악과 유사하다. 기독교적인 가사가 민속 선율과 결합되어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불려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중세의 수도사들인 성 빅토르의 아담(Adam of St Victor)과 아시시의 프란치스코(St Francis of Assisi)는 이러한 노래를 대중의 언어로 부르게 하여 널리 확산시켰다. 영어로 된 초기 캐롤 중 하나는 약 1426년경에 사망한 사제 존 오들레이(John Audelay)가 쓴 캐롤집(Caroles of Cristemas)에 수록된 “작은 꽃(The Little Flower)”이다.
영국의 청교도들은 성탄절 축제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기 때문에, 겸손한 캐롤은 금지됐다. 그러나 비밀리에 노래를 부르는 전통은 계속됐다. 이후 교회 내 다양한 운동들로 인해 공식적으로 승인된 음악들이 변경되기도 했으며, 캐롤은 거부되기도 했다.
그러나 캐롤의 매력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강하게 뿌리내렸고, 이를 억압하려는 모든 시도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았다. 다음은 가장 오래되고 역사적인 캐롤과 그 숨겨진 이야기를 소개한다.
1. 오소서, 임마누엘(O Come, O Come, Emmanuel)
이 대림절 캐롤은 라틴어 찬송가에서 시작됐으며, 8세기 또는 그 이전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응답송(O Antiphons)”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는 성탄절 7일 전 동안 매일 노래하며, 그리스도의 속성을 나타내는 이름들을 담고 있다. “오 지혜여(O Wisdom)”, “오 주여(O Lord)”, “오 이새의 뿌리여(O Root of Jesse)”, “오 다윗의 열쇠여(O Key of David)”, “오 동방의 새벽이여(O Dawn of the East)”, “오 만국의 왕이여(O King of the Nations)”, “오 임마누엘이여(O Emmanuel)”.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선율은 적어도 15세기 프랑스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레고리오 성가와 유사한 고대 기독교 음악의 전통을 반영하고 있다.
2. 코번트리 캐롤(The Coventry Carol)
이 캐롤은 예수의 탄생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코번트리 미스터리극에서 유래했으며, 보통 여름에 공연됐다. 가사의 주제가 헤롯 왕에 의한 무고한 아이들의 학살을 다루고 있어, 비통한 선율과 잘 어울린다. 반복되는 “잘자라. 룰레이(bye, bye, lullay)”라는 후렴은 어린 아이들에게 작별 인사를 전한다.
3. “히어 위 컴 어 와쎌링(Here We Come A-Wassailing)”
와쎌링은 캐롤링의 옛 이름으로, 합창단이 집집마다 다니며 성탄 노래를 부르고 선물을 받는 전통을 뜻한다. 이 밝은 노래는 그러한 관습을 기념한다. 이 전통은 영국의 소설가 토머스 하디(Thomas Hardy)의 빅토리아 시대 소설 ‘푸른 숲 아래에서(Under the Greenwood Tree)’에서도 묘사되어 있으며, 예배 음악을 두고 벌어지는 논쟁도 그려진다.
가사에는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에게 기부할 의무를 상기시키는 내용이 담겨 있으나, 그리스도의 탄생에 대한 축하 내용은 거의 없다. 다만, 집에 하나님의 축복을 기원한다.
4. 호랑가시나무와 담쟁이덩굴(The Holly and the Ivy)
여러 민속 노래와 찬송가처럼, 호랑가시나무와 담쟁이덩굴, 크리스마스를 연결하는 가사와 음악의 변형이 기록되어 있다. 호랑가시나무와 담쟁이덩굴은 오래전부터 크리스마스와 종교적 상징과 연결돼 왔다. 호랑가시나무의 빨간 열매와 뾰족한 잎은 예수님의 피와 가시 면류관을 상징하고, 담쟁이덩굴의 끊임없이 자라는 모습은 영원한 생명과 신앙의 지속성을 상징한다.
현재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선율은 체핑 캠든(Chipping Campden) 지역의 메리 클레이튼(Mary Clayton) 여사가 불렀던 것으로, 1911년 세실 샤프(Cecil Sharp)의 영국 민속 캐롤(English Folk-Carols)에 수록됐다.
호랑가시나무와 담쟁이덩굴을 크리스마스와 연결하는 전통은 중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며, 현대의 장식품 이전에는 이 식물들로 집을 꾸미곤 했다. 지역마다 전통이 달랐는데, 예를 들어 이스트라이딩(East Riding) 지역에서는 크리스마스에 가져온 상록수들을 12일째 되는 날에 치우며 태우지 말고 버려야 했다. 다른 지역에서는 성금요일까지 유지했다.
5. 오 홀리 나잇(O Holy Night)
프랑스어 원작 ‘칸티크 드 노엘(Cantique de Noël)’은 1847년 자정 미사에서 처음 연주됐다. 이는 즉시 인기를 끌었으며, 곧 다른 언어로 번역됐다. 그러나 프랑스 교회는 혁명적인 메시지와 강렬한 어조, 그리고 일부 신학적 요소로 인해 이를 금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인 인기로 살아남았다.
이 곡은 제1차 세계대전의 유명한 성탄절 휴전 기간 동안 전장에서도 불렸다고 전해지며, 대중이 가장 좋아하는 캐롤 중 하나로 종종 뽑힌다.
6. 어떤 아이인가요?(What Child Is This?)
이 캐롤의 작사자인 윌리엄 채터턴 딕스(William Chatterton Dix)는 1865년에 거의 죽을 뻔한 일을 겪고 깊은 우울증 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기도를 통해 영적으로 새롭게 거듭나며 “알렐루야! 예수님께 찬양하라(Alleluia! Sing to Jesus)”, “기쁜 마음으로, 옛날 사람들처럼(As with Gladness, Men of Old)”과 같은 영감을 주는 찬송가를 여러 곡 작사했다. 그의 초기 작품 중 하나가 바로 이 성탄 캐롤이며, 전통 선율인 “그린슬리브(Greensleeves)”에 맞춰져 있다.<영국 크리스천투데이>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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