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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비욘드 유토피아, 영원한 본향

다큐멘터리 | 미국 | 매들린 개빈 | 115분 | 12세 관람가 | 2024

307호 | 뷰즈 인 시네마

학교에서 영어를 배울 때 슬슬 조금 어려운 단어들도 배우기 시작할 즈음 선생님은 칠판에 엠퍼시(empathy), 심파시(sympathy)라는 단어를 적으셨다. 뭔가 비슷한 스펠링을 가지고 있으면서 발음하기가 어려웠던 이 단어들은 사전을 찾아보면 공감하다(empathy)와 동정하다(sympathy)로 적혀 있었다. 선생님은 공감은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주는 거고 동정은 그저 불쌍하게 여기며 그 상황 혹은 그 사람과 나는 별개로 여기는 것이라고 설명을 해 주셨다. 공감과 동정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큰 차이가 있구나 싶었다.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를 다닌 나는 저학년 때 반공 학습을 철저하게 받았다. 그런 나에게 북한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들은 우리보다 더 강력한 군사력으로 언제라도 우리를 집어삼킬 무시무시한 타도 대상이었다. 시대는 급변하고 남북 간의 관계는 어떤 정권이 들어서냐에 따라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그러다 먹을 게 없어 중국까지 흘러 들어온 꽃제비에 대한 영상들이 공개되면서 북한의 비참한 실상이 드러나고 처음으로 그들이 불쌍했다. 불쌍했지만 그저 동정했을 뿐 내 일이 아닌 철저히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비욘드 유토피아는 미국 독립영화계에서 주목받는 매들린 개빈(Madeleine Gavin)이라는 미국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이다. 내용은 단순하다. 20년 전 북한에서 탈출한 이현서라는 여자의 내레이션이 전체 극을 끌어가며 자신의 경험과 북한의 상황에 관해 설명한다. 그리고 5명의 일가족과 북한에 남겨 둔 아들을 어떻게든 데리고 오려는 엄마의 이야기가 겹쳐 진행된다. 세뇌, 영어로는 브레인워시(brainwash)된 사람을 제대로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북한의 비참한 실상이 가감 없이 펼쳐진다. 세뇌로 인해 뇌가 씻겨버린 사람들, 철석같이 북한을 유토피아라고 믿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지금 그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서로서로 철저히 감시하는 숨 막히는 사회구조, 입에 풀칠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극심한 가난, 공포스런 통제 아래 사람들은 생명을 건 탈출을 감행한다. 여러 통로로 접한 북한 외의 세상을 마주한 이들은 더욱 그곳에서 탈출하길 처절히 갈망한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 특별히 일가족 5명을 중국에서부터 동행한 김성은 목사의 위험천만한 여정은 심장이 쪼그라들 만큼 조마조마했다. 생명을 걸고 온몸에 진이 빠지도록 정글을 헤매며 사투를 벌이는 탈북민들을 다시 사기 치는 중간 브로커들, 인생은 참으로 씁쓸하고 녹록지 않았다. 또 다른 이야기의 주인공인 엄마 이소연 씨의 아들은 탈북에 실패하고 다시 북한으로 보내져 수용소에 갇히게 된다. 그러나 일가족 5명은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한다.

북한을 지상 최대의 유토피아로 알았을 때야 어쩔 수 없었지만 진짜 현실을 마주했을 때 그들은 북한을 떠날 수밖에 없었고 떠나야만 했다. 하나님은 사람을 영적인 존재로 창조하셨다. 그 말은 현실을 그대로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자유를 철저히 억압당하는 채로 버틸 수 없다. 행복하기를 원하고 더 나은 나라 유토피아를 꿈꾼다.

한국으로 안전하게 입국한 그들의 얼굴은 진짜 유토피아를 찾은 듯 보였다. 그러나 이곳의 현실도 복음이 없다면 그들에겐 또 다른 유토피아를 찾아야 하는 두려운 곳일 뿐이다.

이 세상에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비욘드 유토피아는 이 땅에 속하지 않은 영원한 본향이다. [복음기도신문]

최현정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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