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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자라 불리시던 아버님 최원작 목사님을 추모하며

▲ 고 최원작 목사. 제공: 최신광.

[추도의 글]

2024년 5월 23일 새벽 5시10분. 이제 고인이 되신 나의 아버지께서 하늘 아버지의 부르심을 받으시고 향년 93세로 천국으로 입성하신 영광스러운 시간이다.

아버님 최원작 목사님의 생애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셨던 삶이셨다. 어린시절 아버지를 일찍 여의셨고 홀로 되신 어머니께서 주님의 은혜에 보답하려 낮은자리에서 선교사와 목사, 신학생을 온 맘 다해 섬기시던 모습을 본받아 소리없이 종이 되어 섬기기를 즐거워하셨다.

목회자로 부르심 받아 드리셨던 첫 기도는 남달랐다.
“하나님 저는 다른 목회자들이 가기 싫어하는 목양지로 저를 보내 주십시오”

예나 지금이나 가장 비천한 자리에는 목회자들이 부족하였나보다. 아버님의 기도대로 산골짜기 탄광촌에서 바다 한 복판의 섬마을에 이르기까지 목양지는 험란했으나 아들인 내가 보기에는 늘 행복해 보이셨다. 교회 화장실 청소는 도맡아 하셨으며, 동네의 소외된 자들의 연탄배달까지 자원하여 섬기셨고 가정에서는 자녀들 속옷빨래도 해주셨다. 목회 은퇴 후에도 아프리카 가나에서 선교하시던 매형과 누님과 더불어 타민족의 종이 되어 섬기기를 주저하지 않으셨던 분이셨다.

아버님은 말씀의 사람이셨다. 아버님의 서재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주석과 신앙서적, 설교노트, 일기와 성경필사본이다. 아버님은 이른 새벽에 일어나 성경 묵상을 하셨고, 늦은 밤까지 설교준비를 하시며 수기로 기록하신 설교노트가 책장에 가득하였다. 어린시절 아버님 서재에서 눈에 띄었던 것은 빠짐없이 기록하셨던 아버님의 일기장이다. 말씀과 삶이 일치되기를 갈망하며 기록하셨던 내용이 주를 이루었고, 회개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 분이시라 여겼는데 지극히 작은 일에도 회개의 내용이 가득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호기심에 훔쳐보았던 일기는 아버님이 얼마나 말씀이 삶이 되기를 바라셨는지를 생생히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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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인(왼쪽)의 어머니는 홀로 두 아들을 목회자로 키우셨다. 제공: 최신광.

아버님의 생애 중 빼 놓을 수 없는 것은 기도의 삶이셨다. 아버님은 산 속에 움막을 지어 놓으시고 산기도를 즐겨하셨고 어머님은 매 주 목요일마다 금식하시며 민족과 세계복음화를 위해 예배당 기도실에서 기도하셨다.

태백산 산자락에 나뭇가지로 엮어 만든 기도움막에 어린 저를 데려가 목청껏 찬양하며 기도하시기도 하셨고, 용문산기도원, 한얼산기도원에도 종종 데려가신 기억이 있다. 평소에는 그리도 조용하시던 아버님이 소리쳐 기도하실 때는 마치 사자가 으르렁거리는 것 같아 놀라기도 하였다.

기도는 아버님의 삶과 사역을 일깨우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셨지만 청소년기 극한 방탕에 빠져있었던 나를 깊은 수렁에서 건져주는 생명줄과도 같았다. 그 뜨거운 기도의 눈물은 자녀들의 피 속에 삶 속에 지금도 흐르고 있으며 지역과 민족, 세계복음화를 위한 산제물로 삶을 드리기를 주저하지 않게 하였다.

아버님의 장례식엔 수많은 하나님의 사람들이 다녀가셨다. 이들 모두가 그리스도를 따르며 삶을 드렸던 아버님의 형제요 자매들이 아니겠는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서 죽은 자들은 육체의 죽음이 결코 두렵지 않다. 오히려 부활의 영광과 소망이 실제가 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장례식 마지막 날, 화장장의 화로 7번을 배정받고 순서를 따라 이동 중 끔찍한 소리를 듣게 되었다. 6번방을 배정받은 고인의 가족들이 울부짖으며 절규하는 비명소리였다. 7번 화로에서 아버님의 육신이 사라질 때 믿음의 가족들인 우리는 아버님의 영혼을 사랑의 나라로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예배하였지만 그와 동시에 바로 옆 6번방에서는 비명과 같은 고통스런 울부짖음이 끊임없이 들려왔다. 애도의 눈물을 넘어선 이 같은 큰 울부짖음은 처음 들어보는 것 같았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6번방과 7번방의 소리는 인생의 마지막을 잘 설명해 주었다.

아버님의 삶과 죽음은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명확히 예표하셨고, 예수 그리스도는 아버님의 생애를 통해 자신을 나타내시기를 기뻐하셨음을 믿는다. 예수님은 아버님과 함께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아버님과 함께 부활하셨으며 아버님과 함께 하늘에 오르셨다. 예수님은 참된 왕이 되셔서 거짓 임금 사탄을 멸하시고, 영원한 제사장이 되셔서 모든 죄를 사하셨으며, 말씀이 육신이 되어 오셔서 선지자들의 모든 말씀을 이루시고 단절된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신 참된 메시야이시다.

예수가 그리스도임을 믿고 따르던 아버님은 그리스도의 생명으로 사신 참된 그리스도인이셨다. 아버님 안에 사시던 그리스도는 지금 내 안에 사시고, 한 몸 된 교회 안에 살아계신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아버지를 통해 영원하신 아버지를 보았고, 성자라 불리셨던 아버님을 통해 참된 성자 예수님을 알았습니다. 아버님 안에 계셨던 그리스도의 영이 제 안에도 사시며 그리스도의 생애가 저의 생애가 되게 하십니다.

천국에서 저를 환히 웃으시며 바라보고 계실 아버지, 저도 아버지의 얼굴을 웃으며 바라봅니다. 그리스도께서 제 안에 늘 살아계시듯 아버지도 제 안에 늘 살아계십니다.

멋진 믿음의 선배님이셨던 아버님, 그리스도인의 삶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아들도 아버님을 뒤따라 예수가 그리스도다! 외치며 예수생명으로 살아가겠습니다. 사랑하는 아버지 천국에서 곧 만나요! [복음기도신문]

최신광 선교사(헤브론원형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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