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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막시즘의 민낯을 드러낸 고(故) 정일권 박사님을 기리며

▲故 정일권 박사. theworldview.co.kr

지난 5월 8일 “프로이트의 황혼과 성교육 현장의 변화”라는 제목으로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하였다. 정일권 박사의 신간 출판기념회를 겸하여 현행 성교육과 그 기반이론을 비판하기 위하여 열린 학술 토론회였다.

그런데 주 강사로 초청된 정 박사께서 개회 후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주최 측은 당황하였고, 결국 미리 접수한 발제문을 대독하는 것으로 갈음하였다.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며칠 후 정 박사께서 세미나 전날 뇌출혈로 쓰러지셨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그로부터 18일 후인 26일 박사의 부고를 접하였다.

한 1년 전쯤 선릉역 근처 세미나실에서 처음 만났던 정일권 박사는 전형적인 학자이셨다. 말수가 많지는 않으셨지만, 진리의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예리한 분석으로 단호하게 비판하시는 정 박사의 모습은 나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지적 정직성(intellectual integrity)을 지적 겸손(intellectual humility)보다 더 중시하셨던 정 박사께 있어 문화막시즘은 다양성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존중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 그리고 인류를 파괴하는 악의 교리요, 치장한 거짓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 악의 치장을 벗겨 거짓의 민낯을 드러내는 데 학자적 열정을 불태우셨던 정 박사께서 지금은 같은 하늘 아래 숨 쉬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못내 아쉽다.

마르크스는 “모든 사유는 실험을 통해서만 그 진위가 드러난다.”고 주장하였다. 기존의 사회규범과 제도를 비판하면서 자신이 뇌피셜로 만든 조악한 대안인 공산주의를 실험해 보자는 의미였다. 그런데 마르크스가 숨긴 사실이 있다. 마르크스의 이론은 일단 실험을 시작하는순간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대중을 선동하기는 쉽다. 하지만 선동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마르크스의 후예인 레닌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우리는 공산혁명이 끝나기 전까지 선동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전까지’만 선동하면 된다. 일단 혁명이 끝나면 독재가 시작되기 때문에 더 이상 대중을 선동하는 수고도 필요 없다. 그때부터는 그냥 찍어누르면 되니까.

막시즘의 사촌뻘 되는 문화막시즘의 전문가 정 박사는 현재 공산혁명 때와 유사한 역사적 비극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려 대중을 깨우는 것에 온 힘을 다했다. 문화막시즘이 지배한 유럽에서 최근 일어난 엽기적 사건을 있는 그대로 전했고, 문화막시즘의 독재로 주권을 잃어 돌이킬 수 없는 유럽의 상황을 두고 ‘황혼’에 비유했다. 그래서 그의 책은 대부분 “~의 황혼”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지금 우리는 유엔 산하 각종 위원회의 권고안이 절대선(善)이라도 되는 것 마냥 우리의 주권을 내던져가며 맹목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심지어 자칭 보수당의 정치인마저 앞장서서 ‘세계적인 추세’라며 이에 기반한 온갖 악법을 만들어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셨던 정 박사는 혹시 선지자의 역할을 한 것이 아니었을까.

최근 몇 달간 그리스도를 위해 ‘선한 싸움’을 함께 싸우던 분들이 먼저 주님의 부르심을 받았다는 소식을 자주 접했다. 그리고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그리스도인에게 죽음은 두려움이 아닌 소망의 대상이다. 주의 영광을 있는 그대로 보아도 죽지 않는 새 몸을 입는 시점이 생의 마지막 순간인 죽음이기 때문이다. 바울 역시 믿는 형제자매들의 죽음을 슬퍼하지 말라고 권면한다. “형제들아 자는 자들에 관하여는 너희가 알지 못함을 우리가 원하지 아니하노니 이는 소망 없는 다른이와 같이 슬퍼하지 않게 하려 함이라(살전 4:13).”

사실 개인적으로는 정 박사의 부고를 들었을 때, 마치 기말고사 마지막 시험에서 먼저 답안지를 내고 나가는 친구를 보는 것 같은 묘한 감정을 느꼈다. 특히 지금처럼 싸움에서 연패하여 진멸되기 직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면 성경이 말한 바 ‘족히 비교할 수 없는 영광’을 누리고 있을 정 박사가 부러운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갓 피조물에 불과한 죄 많은 자가 감히 창조주를 위해 싸울 수 있는 지금이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런 기회는 지금이 아니면 얻기 힘든‘금쪽같은 기회(golden opportunity)’이다. 주께서 철장으로 만국을 다스리실 영광의 날을 소망하며, 주의 재림 이후에는 결코 경험하지 못할 ‘주를위해 받는 고난’을 즐기리라 다짐해 본다.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닦아 주시니 다시는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계 21:4). [복음기도신문]

이형우 교수(한남대. 현 교육정상화를 바라는 전국네트워크 운영위원, FIRST Korea 시민연대 부대표)

이 칼럼은 기독교 세계관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하나님의 뜻이 충만하게 펼쳐지기를 소망하는 기독교 세계관 지성 공동체의 노력으로 제작되고 있는 월간 월드뷰의 컨텐츠로, 본지와 협약에 따라 게재되고 있다. theworldvie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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