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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칼럼] ‘국수 한 그릇’ 프로젝트… 가난한 소수 부족의 선교 헌신

사진: 오영철 제공

며칠전 실로암 신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따로프라’ 교수가 메시지로 연락을 했다.

“나오미 선교사를 돕기 위한 ‘국수 한 그릇’ 값은 어떻게 되나요?”

질문과 함께 ‘따치’ 전도사가 설교하는 사진도 첨부했다. 메시지를 보자마자 무슨 상황인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아르헨티나 선교사를 위한 신학생들의 선교헌금에 관한 질문이었다.

이 일이 있기 며칠 전 일이다. 신학교 교수를 지망하는 따치 신학생과 이야기를 나눴다.

“실로암 신학생들이 외부에서 받는 것에 익숙해질까 걱정이다. 신학생들이 먼저 ‘드림’의 복을 실천해보지 않고, 앞으로 지도자가 되어 ‘헌신’을 가르치는 것이 어렵지 않을까?”

이제 태국 카렌 교회도 선교를 위해 헌신해야 하는데 신학생때부터 실천을 경험해봐야 한다고 생각을 나눴다. 따치 신학생은 이미 지난 1월에 나오미 선교사와 신학교를 위하여 정기적으로 헌금하기로 작정하였기 때문에 이야기하기가 쉬웠다.

“바라기는 신학생들도 따치처럼 나오미 선교사를 위하여 선교헌금을 했으면 한다. 한 달에 ‘국수 한 그릇’ 정도는 부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어떨까?” 질문했다.

“네, 국수 한 그릇 정도의 헌신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따치 신학생이 말했다.

그도 그 정도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리고 목요일 아침에 신학교에서 설교를 하게 되는데, 그때 학생들에게 도전을 하겠다고 했다.

2월 8일은 바로 신대원에 다니는 따치 신학생이 실로암 신학생들에게 설교를 한 날이다. 그날에 ‘따로프라’ 선생이 국수 한그릇에 대한 질문을 해온 것이다. ‘따로프라’ 교수에게 연락을 받은 지 얼마 안 되어 또다른 신학생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제가 나오미 선교사를 위하여 작지만 선교헌금을 합니다. 송금할 통장 정보를 알려주세요”

그녀는 따치의 설교를 듣고 선교헌금을 하기로 결심했다. 메시지를 받고 바로 전화로 감사를 표했다.

“그렇게 선교헌금을 작정하니 고마운데, 다른 친구들과 같이 하면 더 좋을 것 같다.” 그렇게 내 의견을 전했다.

그리고 이 일은 나보다 신학생회나 따치 전도사가 맡으면 좋겠다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학생에게 연락이 왔다. ‘파라’라는 학생이다. 본인도 적은 금액이지만 선교비를 감당하겠다고 했다. 그날 저녁에 따치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먼저 감사를 전하며 추가적으로 제안했다.

“선교비에 대하여 먼저 본을 보일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도전을 주어서 고맙다. 이제 이것을 좀 더 조직적으로 하면 좋을 것 같다.”

그는 지체없이 대답을 했다.

“네 다음주 금요일에 실로암 신학교에 다시 가니까 그때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하나님께서 신대원 1학년 따치를 통하여 학생들에게 선교에 동참할 것을 도전하자, 그들이 결단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13일) 아침에 엑셀문서로 된 신학생들의 선교 헌금 작정서를 받게 됐다. 따치 전도사가 가기 전에 ‘파라’ 학생이 주도하여 작정서를 만들고 학생들에게 도전했다. 이렇게 헌신한 학생들이 모두 27명이었다. 전체 신학생의 반 정도가 선교에 참여한 것이다.

전체 작정 액수는 1230받으로 미화 약 35불이다. 적게는 20받에서 많게는 100받(3불)정도를 작정한 것이다.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매우 의미 있는 헌금이다.

특히 마음에 다가오는 문구는 ‘외부에서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이다. 학생들은 외부에서 지원을 받든 안 받든 선교헌금을 하겠다는 의미이다. 이런 작정 과정에서 ‘파라’ 학생이 수고한 것을 알고 고마워서 통화를 했다. 고마움을 전하니 대답을 한다.

“아직 일부는 작정을 하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추가적으로 학생들이 더 참여할 것 같습니다.”

27명 이외에도 선교 후원 작정을 할 학생들이 더 있다고 했다. 앞으로 몇 학생이 더 작정할지는 알 수는 없다. 확실한 것은 전체 신학생의 절반이 선교헌금을 작정한 오늘은 선교 사역을 위하여 매우 의미 있는 날이라는 사실이다.

이런 결실을 위하여 내가 한 것은 거의 없다. 먼저 본을 보이고 설교 때 도전한 따치, 친구들을 격려하고 참여하도록 한 파라, 그리고 도전을 듣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학생들의 헌신이 큰 역할을 했다. 그 가운데 성령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앞장서서 했다면 이런 결과를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주체적으로 참여한 학생들이 더 역동적인 역할을 하였다.

가난하고 변방에 있는 카렌 교회도 선교할 수 있다. 성경의 원리는 분명하다. 하나님은 약한 자를 통하여 하나님의 큰 일을 하신다는 것이다. 관건은 그들 안에 있는 하나님이 예비하신 자원을 스스로 찾아내는 것이다.

선교사의 역할을 생각한다. 미국의 선교 행정가이자 이론가인 루프스 앤더슨(Rufus Anderson)은 ‘선교사의 역할은 빨리 현지 리더십을 세워서 그들이 스스로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현지인의 헌신에서 현지 리더십의 주도적인 역할은 중요하다. 이번 실로암 학생들의 선교 헌신에서 잘 보여준다. 따치와 파라는 아직도 신학생이지만 친구 신학생들을 선교사보다 더 효과적으로 도전하고 참여하도록 했다.

외부의 재정 지원은 늘 유익한 결과를 낳지 않는다. 로날드 심은 “돈을 주는 것은 새로운 신자들에게 물질적인 동기를 유발할 수 있으며 의존감은 영적인 무감각을 가져다 준다”고 하였다. 돈은 단지 도움을 주는 도구 정도가 아님을 의미한다. 꼭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하지만 지나친 재정 지원은 현지 교회의 헌신을 약화시킬 수 있다. 그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선 지원은 하지 않은 것이 좋다.

선교를 위한 실로암 신학교 학생들의 ‘국수 한 그릇’ 프로젝트는 매우 특별하다. 왜냐하면 신학생들이 선교사들로부터 도움만 받았는데, 이제 선교사를 돕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선교사보다는 카렌 학생들이 주도하였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모든 교회는 선교적 책임이 있다. 카렌 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스스로 선교사역을 도전하고 작정하는 신학생들이 자랑스럽고 고맙다. 그들은 나의 학생이지만 동시에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보여주는 선생이기도 하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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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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