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전쟁 9
가인은 그의 아우 아벨을 데리고 나가서 들에 있을 때에 그의 아우 아벨을 쳐죽인다.
우리 한국 속담에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있지만, 성경에 나오는 수많은 사건들을 보면, 그 속담이 참으로 무색해진다. ‘피는 물보다 결코 진하지 않다!’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이자, 인류 역사 이래로 오늘날까지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살인 사건을 뉴스와 인터넷으로 보면서 내리는 교훈이 아니던가!
가인이 그의 아우 아벨을 무슨 말로 들로 불렀는지, 걸어가면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잘 모르지만, 가인은 이미 마음으로 살인을 하였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가인은 자신을 ‘살인자의 종’으로 내주어 죄가 원하는 대로 움직였다. 그 죄가 자기 마음의 문 앞에 이르러 원하고 있는 것을 그는 그대로 받아들여 실천에 옮겼다. 죄의 세력이 가인을 원했지만, 가인은 죄를 다스려야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죄의 종으로 내주어 사망에 이르는 삶을 선택하게 된다. 사실, 들에 있을 때 아벨을 죽인 것이 아니라 이미 그전에 마음으로 죽인 것이다.
참으로 놀라운 사실은,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드리는 예배, 예물, 헌신, 섬김이 교회나 믿음의 공동체 안에서 인정받지 못할 때 우리도 가인과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데, 이것을 나는 ‘가인 콤플렉스(Cain complex)’라고 명명하고 싶다. 다시 말해 나의 열정, 나의 헌신, 나의 사랑, 나의 헌금 그리고 내가 주님을 위해서 드리고 헌신한 모든 것들이 하나님께 열납 되지 못할 때 우리 안에 감추어져 있었던 못된 혈기와 욕심이 하나님의 빛 가운데 드러나게 된다. 그러나 역사 속에서 늘 그래왔듯이 말씀 앞에 엎드려 회개하고 하나님의 소리에 순종한 사람들보다는 가인처럼 끓어오르는 혈기, 미움, 시기 그리고 비난의 모습들이 오늘날 우리가 섬기고 있는 교회와 공동체 안에 여전히 맴돌고 있다는 사실이 무섭기까지 하다.
예전에 교회 전도사로 사역을 할 때 교도소를 방문해서 찬양팀과 함께 찬양 인도를 하게 되었다. 뉴스나 드라마에서 보던 교도소 방문을 앞두고 나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당일 신분 검사를 하고 철조망 뒤에 위치한 교도소 안으로 들어가는데 문을 닫는 철장 소리에 나의 심장 박동수는 빨라지고 있었다. 푸른 죄수복을 입은 사람들 앞에서 찬양 인도를 먼저 하기 위해 섰을 때 나에게는 교도소 안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어떤 편견과 불신이 있었다. 어떻게 사역을 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후다닥 사역 일정을 마치고 교도소 밖으로 나오는 순간 긴장감이 풀리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되었다. 기쁜 마음으로 차를 타고 교회로 오는 길에 성령께서 이런 질문을 던지시는 것 같았다.
“교도소에 있는 사람들은 ‘들킨 죄인’이고, 너는 ‘들키지 않은 죄인’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교회에서 직분을 받아 사역하는 나 자신이나 교도소에서 죄의 값을 치르고 있는 사람이나 하나님의 관점에서는 똑같은 죄인임을 깨닫게 해 주신 것이다. 하나님의 소리를 듣지 않고 세상의 소리, 육신의 소리, 그리고 어두움의 소리를 들으며 육신대로 살다가 죄의 값을 교도소에서 치르고 있는 사람들이 불쌍한 것이 아니다. 자칭 하나님의 소리를 듣는다고 말하고, 예수님을 믿음으로 구원을 받았다고 고백했지만, 교묘히 나의 ‘혈기’를 감추고, 속이고, 은폐하고, 신앙의 이름으로 ‘들키지 않게’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한 ‘나의 이중성’을 성령께서 고발하신 것이다. [복음기도신문]
최요나 선교사 | 총신대 신학대학원 졸. 국제오엠 이스라엘 소속. CCC와 YWAM 예배인도자와 순장으로 사역. 저서 <네가 나의 영광을 짓밟았다>(규장 간, 2020)에 이어 최근 그동안 우리가 놓치고 살아왔던 ‘하나님의 소리’를 갈구하는 마음으로 2023년 11월 <소리전쟁(엎드림출판사)>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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