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보는 이슬람(94)
한 사회의 존속을 위한 4가지 기능
미국 사회학자 파슨 박사(Talcott Parsons, 1902~1979)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한 집단이나 사회가 존속하기 위해서는 유지 기능(Maintenance Function), 목적 달성 기능(Goal Attainment Function), 통합 조정 기능(Integration Function), 도덕적 기능(Moral Function)의 4가지 기능이 필요하다. 이 중 하나의 기능이라도 균형이 무너질 때 그 사회는 흔들리기 시작하고 변하기 시작한다. 이런 측면에서 중동은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커다란 변화가 있던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나라나 서구 세계에 비하면 그 변화의 폭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편이라고 보인다.
중동 문화의 요소
영어의 ‘culture’(문화)는 ‘경작한다’(cultivate)라는 동사에서 유래한다. 즉, 밭에 무엇을 심고 경작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중동의 사회와 문화를 연구한다는 것은 중동 사람들의 ‘영혼’이라고 하는 ‘밭’에 과거에 어떤 정신적 씨앗이 심어졌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이는 오늘날 중동 사람의 의식구조와 신념, 정신적 사고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를 알아보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 중동 사람들은 2가지 면에서 무슨 일을 하며 살아왔는지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는 육체적 삶을 위해서 생존의 문제가 늘 대두되었으며, 이는 전쟁의 역사 안에서 늘 발견된다. 둘째는 이들이 무엇을 믿고 살아왔는가에 대한 문제로 이들의 영적인 삶을 위한 종교적인 삶이 항상 관련된다. 왜냐하면, 민족 문화 형성에서 투쟁사와 종교사는 한 민족의 정신문화 형성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서 인간은 육체와 영혼을 갖고 있으며, 이것을 분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중동 사람들의 9가지 문화적 공통성
지금 중동 지역에는 5개의 주요 민족과 수많은 소수 민족이 만들어 놓은 매우 다양한 사회와 문화가 존재하고 있으므로 중동 사회와 문화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중동 사람들이 가진 문화적 공통성을 9가지 정도로 요약해 볼 수 있다.
1) 급한 것도 없고, 안 될 것도 없다는 낙천적 생각과 삶을 살아간다.
2) 외부인에 대한 친절한 손님 대접이 이들의 몸에 배어있다.
3) 우리나라 사람은 복잡하고 매우 다채로운 생활에 젖어 살지만, 중동 사람 대부분은 매우 단조로운 삶을 살아간다.
4) 종교와 세속 문화가 양분화된 정신문화를 가지고 살아간다.
5) 상호 관계를 중요시하는 집단 사회로 ‘나’보다 ‘우리’의 공동체 의식이 강하며 이익과 필요를 위해 타협과 투쟁을 반복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왔다. 이런 이들에게 한 번의 따돌림으로 영원한 결별이기에 집단으로부터 버림받게 되면 항상 외부의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어서 항상 이웃, 친척, 친구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6) 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사회이다. 우리 사회가 학연과 인연을 중요시한다면, 중동 사람들은 지도자에 대한 절대적인 복종의 사회이다. 과거 유목민족(베두인)은 각기 흩어진 부족장을 중심으로 구성된 집단에서 한 지도자를 선정하게 되면 무조건 그 지도자에 순종했다.
7) 강한 남성 위주의 사회 문화이다. 중동 문화는 전쟁 문화였으며, 전쟁에서 용감하고 힘 있는 사람이 존경받던 문화가 지금도 중동 사람들의 의식 속에 흐르고 있다. 특히, 다수의 이슬람 문화는 강한 남성 위주 사회를 유지해 왔다.
8) 여전히 유목 사회 문화가 존재한다. 이들은 사막과 초원 지대에 거주하면서 낙타, 말, 베두인, 천막, 소와 양의 대대적 방목 등의 유목으로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농업을 제외하고는 오랜 유목 생활을 통해 이동이 생활 속에 배어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짐승들이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는 동안 기다림에 익숙해졌으며, 낮의 단조로운 생활을 극복을 위해서 밤에는 춤을 추면서 단조로운 삶을 극복해 오면서 나그네 같은 삶 속에서 인내와 낙천적인 삶을 배워왔다. 이들에게는 이동하는 생활에 익숙했으며, 광활한 땅은 개인이 아닌 공동소유였으며, 그들의 재산은 땅이 아니라 짐승의 숫자였다.
9) 다양성과 복합성의 특성을 가진다. 주변 여러 민족과의 접촉, 충돌, 대응으로 인한 중동 특유의 사회와 문화가 형성되었다. 그러므로, 아랍인들 가리켜, 유목 민족적 요소와 이슬람적 요소를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다.<계속> [복음기도신문]
김종일 | 한국외대, 장신대 신대원, 국립 이스탄불대 역사학 석사 및 박사, 전)국립 앙카라대 교수, 현)아신대(ACTS) 중동연구교수 | 저서: ‘밖에서 본 이슬람, (1)무슬림 이해하기’, (2022, 라비사북스). ‘벌거벗은 세계사(경제편)’, 공저, (2023, 교보문고), 시집 ‘두고 떠나는 연습’(라비사북스), ‘밖에서 본 이슬람, (2)이슬람 이해하기’, (2024, 라비사북스, 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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