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3호 / 믿음의 삶
주님이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다른 사람을 섬길 목적으로 전등이나 수도꼭지를 갈아줄 정도의 일을 배웠다. 수리공을 부르기 어려운 어르신들의 부담을 덜어드리려고 시작했던 일이 어느새 소문이 나 칭찬을 듣게 됐다. 선한 동기로 했지만, 결국 하나님의 영광을 빼앗고 나의 영광으로 취하고 있다는 것을 복음 앞에 서 보니 알게 됐다.
나는 굳이 싫다고 말하기보다 모든 것에 좋다고 말했다. 문제는 싫은 것도 좋다고 말하는 외식자로 살다 보니 양심에 화인을 맞아 감각을 잃어버렸다. 사람의 인정과 평판 안에 갇혀서 오랫동안 선한 나의 병든 옛 자아에 숨어 있던 흉악한 죄를 주님은 복음의 빛 앞에서 들춰내 주셨다.
한번은 공동체 생활을 하던 중, 공사를 하다가 고관절을 다치게 됐다. 건축 자재를 날라야 했기에, 어떻게 해야 되나 걱정을 했는데 공동체 선교사님 두 분이 작업 시간 전에 새벽 일찍 일어나 보강토를 나 대신 날라주셨다. 남에게 베풀고 주는 것만 좋아했던 나는 받는 것이 참 어려웠다. 그런데 복음은 주님이 일방적으로 주신 은혜라는 것이 깨달아졌다. 믿음의 공동체 안에서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며 주님이 주신 마음을 베풀고 어느 편은 받는 것이었다. 이후 어려워하지 않고 거저 베풀어 주시는 은혜를 누리게 하셨다. 주님은 그렇게 내 삶을 조금씩 바꿔주셨다.
나는 여전히 예스맨이다. 그리고 고관절이 여전히 아프다. 공동체에서 걸림돌이 된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부르신 분이 주님이심을 바라본다. 내게 아픈 다리가 있다는 것은 주님만 보게 하시는 은혜다. 아픈 곳에 손을 얹고 기도할 때, 무엇보다 주님과 교제하는 기쁨이 크다. 병의 치유보다 더욱 주님을 전적으로 의지하게 하신다. 낫게 하시는 것도 그대로 두시는 것도 하나님의 절대주권임을 믿는다.
3년간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배운 것은 ‘예수의 증인이 되라.’는 것이다. 모든 자리에서 주님이 우리를 섬기셨듯 내가 먼저 섬기는 것이다. 또한 살아계신 하나님을 돌덩이 같은 믿음으로 믿는 것은 매일매일 놀이를 하는 것 같이 기쁘고 새로운 도전이 된다.
공동체 식구 중 몇 명이 모여 주일마다 전도를 나간다. 시장에서, 공원에서 복음의 메시지를 짧게 외친다. 늘 같은 장소를 매번 가다 보니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싸늘한 시선에 집중되어서 위축되기도 했지만 어쩌면 이 사람들에게는 이 복음을 듣는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다는 마음이 들어, 절박함으로 외치게 하신다. 사람들 앞에 서는 두려움이 여전히 있지만, 하나님의 강권하심과 주님이 친히 하신다는 명령 앞에 순종하면 기쁨을 부어주신다. 십자가에 못 박힌 대속의 사랑 앞에 나의 전부를 드리고 싶다. 주님이 가장 영광스럽게 되시고 이 죄인을 써주시는 은혜로 말미암아 온 마음을 드릴 수 있다. [복음기도신문]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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