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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양 칼럼] 도마복음, “깨달음이 곧 구원이다”

사진: Mick Haupt on Unspalsh

눈먼 기독교(51)

예수의 손에 난 못 자국을 보기 전까지는 부활하신 예수를 믿지 않겠다던 사도 도마가 복음서를 썼다고 영지주의 기독교는 보고 있다. 다른 영지주의 문서들보다 도마복음이 특히 학자들의 관심을 끌었는데, 이유는 이 문서가 영지주의의 핵심을 요약해서 보여 주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영지주의 문서가 다 위작(僞作)이듯이 이 도마복음 역시 진짜로 도마가 쓴 작품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 말하는 바가 완전히 복음서를 위배할뿐더러 특히 영적인 깨달음을 통해 구원을 얻는다는 반(反)성경적 주장을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마가 예수에게 말했다. “선생님 제 입은 당신이 누구와 같은 분인지 말할 수 없습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당신의 선생이 아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내가 측량하여 떠준 거품이 이는 샘물을 마시고 취했기 때문이다.”…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나의 입에서 나오는 것을 마시는 사람은 나와 같이 될 것이다. 나 자신은 그가 될 것이며, 숨겨진 것들이 그에게 드러날 것이다.”[1]

여기서 ‘숨겨진 것들이 드러나는’ 것이 바로 영지(靈智)를 깨닫는 것이다. 도마복음에는 예수의 십자가 고난과 부활 이야기가 없는데, 이것은 도마복음의 저자에게는 죄와 구원이 아닌 영적인 깨달음이 더 소중한 관심이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깨달음에 대한 강조는 도마복음 외의 다른 영지주의 문서에서도 거듭 발견된다. 예를 들어, 한 영지주의 선생은 자신의 제자에게 보내는 서신에서 부활은 곧 깨달음의 순간이라고 말했다.

부활은 참으로 존재하는 것의 드러남이며 … 새로움으로의 이동이다. 깨달은 사람은 누구나 영적으로 생동(生動)하게 된다. 이것은 당신이 지금 곧바로 ‘죽음으로부터 부활’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2]

도마복음의 이러한 가르침은 다분히 불교적이다. 그래서 일부 학자들은 도마복음에 나오는 예수 대신에 부처를 넣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즉, 영지주의는 하나님으로부터 온 지식을 추구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불교처럼 개인의 깨달음을 진리로 추종하는 사상으로 봐야 하는 것이다. 영지주의가 정통 기독교에서 밀려난 것은 헤게모니 싸움에서 진 것이 아니라 잘못된 것이기에 배제된 것이다. 그런데 이 시대에 상대적 진리관이 확장되면서 영지주의의 엉터리 문서들까지도 기독교적인 것이라고 인정받게 된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예수세미나는 도마복음을 신약정경에 포함시켜 『다섯 복음서』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하였다.

신학적 측면에서, 유럽과 일본에서 자유주의가 팽창할 때 우리나라는 이 영향을 크게 받진 않았다. 그런데 미국에서 자유주의 사상이 확장되자 그 영향이 순식간에 우리나라 교회 내부로 들어오고 말았다. 그래서 현재 국내에는 자유주의 신학 노선을 따르고 있는 신학교가 다수 있으며, 예수세미나가 특히 지지하고 있는 도마복음에 긍정적 관심을 보이는 학자들이 꽤 많이 생겼다. 전문 신학자는 아니지만 각종 철학사상에 발을 담그고 있는 도올 김용옥이 그 한 예다.

도마복음은 내게 서구 문명 전통을 새롭게 볼 수 있게 하는 시각을 제공했습니다. 예수가 초월적 하나님에 대한 환상 속에 살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도마복음은 기독교가 해체돼 예수교로 돌아가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될 수 있습니다. 예수가 기독자라는[3] 시각에서 벗어나 예수 자체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4]

김용옥은 도마복음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였다. 도마복음은 기존의 기독교는 해체돼야 한다고 말한다. 예수는 결코 구원자가 아니며, 그냥 인간이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도마복음이 다른 복음서와 함께 할 수 없는 이유다. 김용옥은 도마복음을 외경(外經)이라고[5] 부르지만, 이것은 사실 외경이 아니라 명백한 위경(僞經)이다.[6] 다른 영지주의 문서들도 모두 위경일 뿐이다.


[1] 도마복음 13장 108절

[2] 정승우, 『예수, 역사인가 신화인가』, 책세상, 55-56쪽

[3] 基督者, 그리스도, 즉 구원자

[4] 「중앙SUNDAY」, 2009년 4월 5일, ‘도올의 도마복음 이야기’ 연재를 다 끝낸 후 했던 인터뷰 기사

[5] 정경(正經)과 대비돼 외전(外典) 또는 경외경(經外經)으로도 불린다. 일반적으로 B.C. 2세기부터 A.D. 1세기 사이에 기록된 15권의 특별한 책들을 통칭한 용어다. 이에 속한 책들은 다음과 같다. 제1에스드라서, 제2에스드라서, 토비트, 유딧, 에스델, 지혜서, 집회서, 바룩서, 예레미야의 편지, 아자리야의 기도와 세 젊은이의 노래, 수산나, 벨과 뱀, 므낫세의 기도, 마카베오상(上), 마카베오하(下). “예레미야의 편지”를 바룩서의 마지막 장으로 취급하여 두 권을 하나로 묶는 경우, 외경은 총 14권이 된다. 개신교의 외경을 로마 가톨릭에서는 제2경전으로 부르며 정경으로 받아들인다. 즉, 개신교의 성경은 신구약 66권이며, 로마 가톨릭은 80(또는81)권이다.

[6] 허위 성경, 즉 가짜 성경을 말한다. 개신교는 영지주의 문서 전체를 위경으로 취급하는 반면에 로마 가톨릭은 외경으로 취급한다. 다시 말하면, 개신교의 외경이 로마 가톨릭의 제2경전이고, 개신교의 위경이 로마 가톨릭의 외경이 된다.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필자의 저서 <눈먼 기독교>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발췌, 게재합니다.

Park Sun

박태양 목사 | 중앙대 졸. LG애드에서 5년 근무. 총신신대원(목회학), 풀러신대원(선교학 석사) 졸업. 충현교회 전도사, 사랑의교회 부목사, 개명교회 담임목사로 총 18년간 목회를 했다. 현재는 (사)복음과도시 사무총장으로서 소속 단체인 TGC코리아 대표와 공동체성경읽기 교회연합회 대표로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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