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이후 국토안보부 신설때 생겨…한국 문화재 환수에 도움 주기도
‘FBI, CIA는 알겠는데, HSI는 뭐야?’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연합뉴스 이슈팀이 그 한 지부를 찾은 국토안보수사국(HSI)은 한국인들에겐 낯설지만 미국 내에서 국경을 넘나드는 광범위한 범죄를 수사하는 거대한 연방 조직이다. 알게 모르게 한국과도 깊은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HSI는 2001년 9·11 테러를 계기로 2003년 공식 출범한 미 국토안보부(DHS)의 수사조직이다.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겠다는 명목으로 국토안보부 신설 법안의 제정을 추진한 결과 ‘공룡 부처’가 생겨났다.
비밀경호국(SS), 이민귀화국(INS), 관세청(CS), 재난관리국(FEMA), 교통안전국(TSA) 등 연방 기관 22곳이 한데로 뭉친 것이다. 1947년 국방부(DOD)가 신설된 후 반세기 남짓만의 최대 부처였다.
HSI는 이 국토안보부의 한 조직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수사 부서였다가 정보·국제업무 부서와 함께 2010년에 지금의 명칭으로 독립했다.
HSI는 특수요원, 범죄분석가, 지원 인력 등 인원이 8천700여명에 달한다.
미국 내에 지부 또는 사무소가 250여개이고, 56개국에 93개 사무소도 있다.
HSI는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 활동의 소탕을 목적으로 한다. 구체적으로 마약 밀수, 인신매매, 갱 폭력, 돈세탁과 기타 금융 범죄, 지식재산권 침해, 관세 사기 등의 불법 행위에 관여하는 범죄 조직을 수사한다.
HSI는 수사 대상이 광범위한 만큼 자국 내 연방·지방 수사기관들뿐 아니라 해외 유관 기관들과도 협력하고 있다.
이슈팀이 찾은 HSI 샌디에이고 지부는 여러 범죄를 다루고 있지만,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지역적 특성 때문에 멕시코산 마약 밀수 수사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국경순찰대(USBP), 마약단속국(DEA), 연방 검찰과 함께 꾸린 ‘샌디에이고 터널 태스크포스’는 멕시코와 미국을 잇는 마약 밀수 땅굴을 여러 차례 발견해 폐쇄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예컨대 2015년 10월에 적발한 밀수 땅굴은 멕시코 티후아나의 한 창고에서 샌디에이고의 한 빌딩을 연결하는, 축구장 8개의 길이였다.
HSI는 한국과 인연도 깊다. 특히 문화재 환수 부문에서 두드러진다.
한국 최초의 근대 화폐를 찍어내려던 인쇄판인 호조태환권 인쇄원판이 2013년 9월 우리나라로 되돌아온 데에는 HSI의 공이 컸다.
HSI가 도난·약탈 문화재를 한국에 송환한 것은 이 인쇄원판이 처음이었고,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국외반출 문화재를 외국 수사기관과 공조로 형사절차를 통해 환수한 첫 사례이기도 했다.
도난·약탈 문화재의 불법 수입과 유통과 관련된 범죄도 HSI의 수사 대상이다. HSI는 2007년부터 최근까지 40여개국에 문화재나 유물 등 2만점을 송환했다.
HSI는 이후 대한제국과 조선왕조의 국새와 어보 등 인장 9점, 조선의 문정왕후 어보와 현종 어보 등의 환수에도 도움을 줬다.
2014년 7월엔 HSI의 상위 기관인 ICE와 한국의 문화재청이 ‘한미 문화재 환수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HIS는 다른 범죄 수사에서도 한국과 일찌감치 협력 체계를 갖췄다.
대검찰청은 2010년 9월에 ICE와 상호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 수사공조의 공식적인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2014년 9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혜경 한국제약 전 대표를 미국에서 체포한 이도 HSI의 특수요원들이었다.
HSI는 한국의 수사기관이 해외에 근거지를 둔 디지털 성범죄를 수사할 때도 공조 수사를 벌이고 있다.
올해 들어 한국의 관세청이 마약 등 불법위해 물품의 반입을 차단하기 위해 HSI에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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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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