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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대를 살리자] ①멕시코 학교 무슨 일?…’마약’ 거짓정보·신화를 깨다

멕시코 마약 예방수업 시연.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에드몬드 오 고르만 중학교에서 마약 예방수업 시연이 열렸다. 멕시코에서는 올해 4월 17일부터 두 달 간 '마약을 하면 해로워'라는 슬로건 하에 전국 단위의 마약 예방캠페인이 처음 진행됐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사진)

‘마약하면 해로워’ 전국 차원 첫 예방캠페인 벌어진 멕시코 교육현장 탐방
석 달간 교실 곳곳 예방수업 ‘강행군’…교사들, 정부에 공통 매뉴얼 제작 요청도
올바른 정보 전달로 ‘학생 선택권’ 뒷받침…”권유받을 때 당당하게 싫다고 말해야”

편집자 주 = 연합뉴스 이슈팀은 날로 심각해지는 청소년 마약문제를 심층 취재해왔습니다. 청소년 마약문제가 급격히 커진 원인을 살펴보고, 다양한 마약관련 전문가들을 만나 그 해법을 모색했습니다. 이슈팀은 이런 취재내용을 15차례 기사를 통해 상세히 전달했습니다. 이슈팀은 이제 해외로 눈을 돌렸습니다. 마약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온 멕시코와 미국을 찾아 마약 예방과 근절, 중독치료 현장 등을 집중 취재했습니다. 한국이 이들 국가의 노력과 대응에서 배울 점은 무엇인지 독자들과 함께 짚어보고자 합니다.

“친구들끼리 마약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친구에게 잘 보이려고, 더 친해지려고 마약을 하면 안 돼요. 그런 건 필요 없어요.”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에드몬드 오 고르만 중학교 국어(스페인어) 교사인 이반 곤살레스 데 레온(32)이 야외 강의실에 나란히 앉은 10여명의 학생에게 이렇게 단호하면서도 또렷한 목소리로 당부했다.

이어 소위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부터 멕시코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마리화나(대마초), 천연마약인 코카인 등을 학생들에게 차례로 언급하며 마약에 대해 얼마나 정확하게 알고 있는지 질문을 던졌다. 어떤 정보가 진실인지, 반대로 거짓인지를 함께 논의하며 알아가는 순서였다.

이곳저곳에서 손을 든 학생 사이로 “수술받고 나서 먹는 약이에요.”, “중독성이 강한 마약입니다.” 등의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그러면 누군가가 여러분들에게 마약을 권하면 어떻게 하겠어요?”

이반이 다시 묻자 “평화롭게 대화로 마약이 싫다고 말할 거예요”, “마약을 받기는 하겠지만, 다른 곳에 가서 버릴 겁니다”는 등 이색 아이디어들이 나왔다.

이에 이반은 학생들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며 말을 이어갔다.

“여러분, 마약을 권유할 때 당당하게 싫다고 말해야 합니다. 우리를 유혹해도 그 유혹에 빠지기 전까지 많은 선택이 있어요. 그 선택은 바로 우리가 정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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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친해지고 싶어, 잘 보이려고 마약하면 안 돼요”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에드몬드 오 고르만 중학교에서 시연한 마약 예방수업에서 교사 이반이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올해 4월 17일부터 두 달간 ‘마약을 하면 해로워’라는 슬로건 하에 전국 단위의 마약 예방캠페인이 처음 진행됐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사진)

이날 수업은 ‘마약을 하면 해로워'(Si te drogas, te dañas)라는 캠페인 슬로건 아래에 멕시코 전역 학교에서 진행됐던 마약 예방 교육을 시연한 모습이다.

멕시코에서는 올해 4월 17일부터 석 달간 마약 예방 캠페인이 진행됐다. 마약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온 멕시코에서 전국 단위 예방캠페인이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전국 6만 2천여개 공립학교가 캠페인에 참여해 매일 15분씩 예방수업을 하도록 권고받았다.

이 학교에서는 매주 월·수·금 3차례, 1시간씩 예방수업이 진행됐다.

정부는 물론 각급 학교가 캠페인에 쏟았던 노력과 관심을 반영하듯 학교 측은 방학 중임에도 청소년 마약 문제 취재차 현지를 찾은 연합뉴스 취재팀에 마약 예방수업을 시연했다.

취재팀이 현장에서 본 예방 교육은 마약을 두고 교사와 학생 간 솔직한 대화와 정보 소통이 이뤄지는 게 특징이었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퀴즈 같은 흥미를 유발할 만한 방식을 통해 검증된 정보를 제공했다. 이는 학생들 사이에서 잘못 퍼져있던 거짓 정보, 마약에 관한 신화를 버려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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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학부모를 위한 마약 예방 매뉴얼 책자. 멕시코 정부가 교사와 학부모의 마약 예방교육을 위해 발간한 공통 매뉴얼. ‘마약하면 해로워’라는 이름의 매뉴얼은 교사용 100만여부, 학부모용 1천만부가 각각 제작돼 멕시코 전역에 배포됐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사진)

교사는 학생이 수업 과정에서 얻은 정보에 근거해 스스로가 책임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요청했다. 마약이 왜 나쁜지 제대로 알려주기에 앞서 ‘무조건 안 돼’라는 말이 앞선 한국의 예방 교육 현장과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이반도 마약에 관해서는 다른 교사들처럼 비전문가나 마찬가지였다. 저마다 전공과 수업 과목이 다른 교사들이 마약 예방 교육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된 데에는 현장 교사들의 적극성과 연방 정부의 발빠른 대응이 한 몫을 했다.

오래전부터 청소년 마약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온 공립학교 교사들은 연방 교육부에 교사용 매뉴얼 제작을 먼저 요청했고, 수업에서 다룰 정보와 교육방식 등이 담긴 매뉴얼 100만여 부가 제작돼 전국 교사 80만명에게 배포됐다.

교사들은 매뉴얼을 꼼꼼히 공부했고, 별도 모임을 통해 의견을 나누고 연구하며 마약 예방 수업을 준비했다고 한다. 교사 매뉴얼과 함께 학부모, 가족을 위한 매뉴얼 1천만 부도 만들어져 전국 가정과 지역사회에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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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악한 약물이잖아요”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에드몬드 오 고르만 중학교에서 마약 예방수업에 참석한 학생들이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올해 4월 17일부터 두 달 간 ‘마약을 하면 해로워’라는 슬로건 하에 전국 단위의 마약 예방캠페인이 처음 진행됐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사진)

이반은 “멕시코에서는 초등학생 때부터 마약을 시작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일을 막고자 집중적으로 예방 교육을 하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교육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협조를 잘해줬다. 교사, 학생 모두 좋은 평가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연 수업에 참석한 뒤 취재팀과 별도 인터뷰를 한 학생들도 예방 교육의 필요성에 공감을 나타냈다.

이 학교 3학년인 히메나 양은 “나보다 더 어린 나이부터 마약을 시작한다고 하더라”며 “마약 예방 교육이 우리에게 주는 장점은 이미 마약을 시작했더라도, 그것을 끊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기 때문”이라고 반겼다.

동급생인 세바스티안도 “선생님의 교육방식이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학생들이 학교 밖에서 무엇을 하고 다니는지 선생님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히메나는 취재팀이 ‘마약은 ○○○이다’라는 돌발 질문을 던지자 별다른 망설임 없이 평소 생각을 담담하게 밝혔다.

“마약은 악한 약물이다. 계속하다 보면 죽음에 이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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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예방수업 과제물로 낸 웹툰.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에드몬드 오 고르만 중학교에서 마약 예방수업 시연이 열렸다. 멕시코에서는 올해 4월 17일부터 두 달 간 ‘마약을 하면 해로워’라는 슬로건 하에 전국 단위의 마약 예방캠페인이 처음 진행됐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사진)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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