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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양 칼럼] 번영신학, 꿩 먹고 알 먹는 양다리 신학

▲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대형교회인 수정교회는 (Crystal Cathedral) 재정적으로 파산해, 2019년 7월 17일 그리스도 대성당(Christ Cathedral)이란 새로운 이름의 가톨릭 교회가 되었다. 사진: Christ Cathedral 페이스북 캡처

눈먼 기독교(9)

비록 재정적으로 파산하기는 했지만, 로버트 슐러 목사가 설립한 수정 교회는[1] 지난 20세기 후반기 번영신학의[2] 상징으로 손색이 없었다. 교회 건물 외관 전체를 유리로 감싸는 과감한 디자인으로 유명한 수정 교회[3]는 담임 슐러 목사의 탁월한 마케팅 능력으로 메가 처치[4] 시대를 연 주인공이 됐다. 슐러 목사는 나이 70세가 넘어서까지 담임을 하다가 그 자리를 아들에게 넘겨주었고, 그 아들이 아버지와 갈등을 빚고 떠나자 다음에는 딸에게 담임 자리를 물려주었다. 그런데 그 딸마저 교회 운영과 재정 문제로 아버지와 갈등을 빚다가 2012년 봄 결국 갈라서고 말았다.

수정 교회와 로버트 슐러 목사의 몰락을 보면서 혹자는 세계 최대의 메가 처치인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조용기 목사를 떠올리기도 한다. 물론 두 교회는 영성에 있어 기본적인 차이가 있기에 유사한 일이 벌어질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5] 그러나 적어도 번영신학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는 두 교회가 차이가 없고, 절대 카리스마를 가진 창립자가 은퇴한 후 교회 안에서 재정과 자녀 문제로 인해 심각한 갈등이 발생했다는 점에서는 매우 비슷한 행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점에 대해서 기독교 진보 진영에서 한국 교회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한 전문가는 이렇게 말한다.

조용기의 삼박자 구원론은 미국 번영신학의 적극적 사고론과 담론의 형식상 유사성을 띤다. 그런데 실은 양자는 결정적 차이가 있다. 조용기의 적극적 사고는 빈곤이 전제돼 있었다. 반면에 미국적인 적극적 사고론은 압도적으로 백인 남성·중산층 중심의 가치를 반영한다. 형식은 닮았으나, 내용은 달랐다. 그럼에도 차이를 인식했든 아니든, 빈약한 논리의 축복론을 편 조용기는 빠르게 슐러 류의 적극적 가치론을 채용했다. 그 결과 조용기의 순복음교회는 빠르게 중산층적 가치로 재무장되었다. 적극적 사고론은 비단 순복음교회만의 특징이 아니다. 적어도 1970-80년대에는 조용기식 적극적 사고론에 반신반의하던 교회들이 하나둘 미국적 번영신학을 수용했다.[6]

우리나라에서 장로교와 다른 교파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했던 오순절 계통의 순복음교회가 비약적으로 부흥하며 지금까지 한국 교회에 크게 이바지한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나무가 크면 그림자가 크듯이 순복음교회가 끼친 부정적인 면이 또한 있는데 그것이 바로 지나치게 기복적이었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장로교 신앙을 가졌던 조 목사는 목회 초기에 겪었던 어려움과 고민을 이렇게 고백한다.

목회 초기에 내 설교는 대부분 기독교의 윤리와 도덕, 천국과 지옥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또한 나는 영적 축복과 은혜에 대해서만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교인들과 전도를 받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러한 것들에 대해 냉담하기만 했습니다. 그들은 너무나 가난하고 병들고 생활에 찌들려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윤리와 도덕은 물론이고 천국과 지옥 같은 것은 하등의 흥미가 없는 문제였습니다. 그들은 그러한 이야기는 배부르고 속 편한 사람들에게나 어울리는 장식품이며 사치품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에게 가장 절실하고 필요한 것은 당장 허기를 채울 따뜻한 밥 한 공기, 약 한 봉지였습니다. 그것이 바로 그들에겐 복음이었습니다.[7]

한국전쟁이 끝난 후 나라 전체가 폐허와 가난 속에서 허우적거릴 때였으므로 시대적 상황을 무시할 수 없었던 조 목사의 고뇌는 정당했다고 할 것이다. 그래서 조 목사는 복음을 받아들이면 현세에서 축복을 누릴 수 있음을 의도적으로 강조함으로써 신자들의 마음에 용기를 불어넣어준 것이다. 그런데 나라 경제와 국민의 재정 형편이 급격히 개선되고 더 이상 극단적 가난으로 고민하지 않는 상황이 되었을 때도 조 목사의 설교와 목회 양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앞의 글에서 언급된 것처럼, 목회 타깃이 전후(戰後) 빈곤층에서 90년대 형성된 중산층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모습은 은퇴할 때까지 지속되었고, 결국 조 목사와 순복음교회 하면 떠오르는 것이 ‘삼중축복’[8] , ‘세계 최대 교회’, ‘방언’ 그리고 ‘돈 문제 잡음’이 되고 말았다.

먹고 사는 문제는 중요하다. 질병 치유와 염려로부터의 해방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복음이 우리에게 주어진 근본 목적은 이런 인생고(人生苦)를 해결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런 것은 다른 종교들도 지향하는 것 아니겠는가. 복음은 개인의 전인 구원과 이 땅에서의 하나님의 통치를 위한 것이다. 사람의 ‘필요’를 채워주는 정도를 넘어서 사람의 ‘욕망’을 채워주는 번영신학은 그래서 꿩 먹고 알 먹고자 하는 영적인 양다리인 것이다.

급진적 비동조자, 성경적인 그리스도인의 정체성

사도 바울이 2천 년 전에 선포한 다음의 구절은[9]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틀림없이 들어맞는 예지(銳智)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
Do not conform any longer to the pattern of this world, but be transformed by the renewing of your mind. Then you will be able to test and approve what God s will is—his good, pleasing and perfect will. (NIV)

그리스도인은 더 이상 이 세상의 패턴(pattern, 유형)에 맞춰 사는(conform: form에 con(合)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리스도인은 그 대신 마인드를 새롭게 해서 모양(form)올 바꾸는(trans) 존재다. 이미 이 세상에 굳게 자리 잡고 있는 부요, 성공, 이익이라는 가치 체계를 따라가지 않으려면 그리스도인은 대충 마음을 먹어서는 안 된다. 이 세상에 동조하지 않는 성경적 급진성을 가질 때에 비로소 그리스도인은 그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다. 즉, 진정한 그리스도인은 세상에 대한 급진적 비동조자(radicalnon-conformist)다.

노벨문학상 조지 버나드 쇼는 돈의 부재야 말로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말했다. 그가 염세주의적으로 세상을 보아서 이렇게 말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그렇게 믿고서 말을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돈이 그만큼 이 세상에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마저도 돈을 위해 신앙적 가치까지도 희석시키는 일들이 삶 가운데 자꾸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삶 전체를, 생명까지도 아끼지 않고, 성공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 같은 인생 목적을 향해 내던진 짐 엘리엇의[10] 고백은 우리를 숙연케 만든다.

영원한 것을 얻기 위해 없어질 것을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 아니다.

솜사탕 같은 기복신앙은 기독교가 인본주의에 물든 증거며, 그 현상은 무엇보다도 돈과 성공을 향한 맹목적 추종으로 나타난다. 이런 시대에 우리는 사도 바울의 권면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탐내는 자들은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써 자기를 찔렀도다[11]


[1] Crystal Cathedral, 2011년 로마 가톨릭에 5,750만 달러(한화 약690억 원)에 매각됐다. 2014년까지만 교회로 사용 허락을 받았다.

[2] 쉽게 말해, 예수 믿고 복받아 잘 먹고 잘 살자는 것이 핵심인 신학

[3]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수년 전에 필자가 방문했을 때는 교회를 구경하러 온 관광객이 매우 많았다. 그들은 예배당 안과 곳곳에 있는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고,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사진을 찍었다. 그만큼 건물이 화려하고 멋졌기 때문이다. 한 주 내내 끊이지 않는 방문객들을 안내하는 자원봉사자들이 또한 많았다.

[4] mega church, 성도 수, 재정, 영향력이 일반 대형 교회를 넘어서는 초대형 교회

[5] 로버트 슐러 목사는 예수만이 구원이라는 것을 믿지 않는다.

[6] 『한겨레21』, 2011년 6월 13일, ‘자본이 된 신, 신이 된 자본’ 김진호(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68쪽

[7] 조용기, 『설교는 나의 인생』, 서울말씀사, 30쪽

[8] “사랑하는 자여 네 영혼이 잘됨 같이 네가 범사에 잘되고 강건하기를 내가 간구하노라”(요한삼서 1장 2절)一삼중축복은 성경적으로 옳다. 다만, 이것이 최고로 부각되는 것이 문제다.

[9] 로마서 12장 2절

[10] 29세이던 1956년 중미 과테말라의 아우카 부족에게 복음을 전하다 네 명의 동료들과 함께 순교한 선교사

[11] 디모데전서 6장 10절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필자의 저서 <눈먼 기독교>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발췌, 게재합니다.

Park Sun

박태양 목사 | 중앙대 졸. LG애드에서 5년 근무. 총신신대원(목회학), 풀러신대원(선교학 석사) 졸업. 충현교회 전도사, 사랑의교회 부목사, 개명교회 담임목사로 총 18년간 목회를 했다. 현재는 (사)복음과도시 사무총장으로서 소속 단체인 TGC코리아 대표와 공동체성경읽기 교회연합회 대표로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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