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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칼럼] 흩어진 카렌 공동체, 약한 자를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

사진: 오영철 선교사 제공

세계 선교의 확장 과정에서 가장 흥미로운 주제 중 하나는 ‘디아스포라’이다. ‘디아스포라’는 자의이든 타의이든 본인의 고향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단어는 587년경 바벨론 제국에 의해 유대인들이 고향에서 추방된 것을 기원으로 한다. 그들은 본래 문화나 언어 등을 유지하며 새롭게 정착한 사회에 사는 소수 공동체이다. 놀라운 것은 ‘디아스포라’가 선교를 활성화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바울의 주요 선교 사역들은 ‘디아스포라’와 관련이 있을 정도이다.

오늘 만난 형제자매들도 ‘디아스포라’ 범주에 속한 카렌족이었다. 카렌족이 있으리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은 곳에서 카렌 공동체를 만났다. 치앙라이 북부에 ‘매사롱(Doi Mae Salong)’은 해발 1200미터 정도의 비교적 높은 산악지대이다. 1949년 중국 국민당들이 공산당에게 밀려 정착촌을 형성한 오지였다. 이곳 산지의 빼어난 풍경으로 관광지로 개발이 되면서 외부인들 방문이 많아졌다. 마침 그 곳의 한 호텔에서 팀 모임이 있어 그곳을 들렀다가 아침 산책을 하고 있었다. 익숙한 말이 들려서 귀를 기울였다. 직원들이 카렌어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그들과 대화가 시작되었다.

놀랍게도 그곳에 20명 정도의 직원들은 미얀마에서 온 카렌족이었다. 카렌말로 대화를 하고 선교사라고 소개하니 갑자기 식구처럼 대해 준다. 여러 카렌들을 소개하여 준다. 그들은 그 호텔의 청소, 공원 관리, 주방, 상품 판매와 까페 관리를 담당하고 있었다. 미얀마의 빠떼인(Pathein) 지역이니 이 곳과는 자연환경이 완전히 다른 곳이다. 특이한 점은 그들 모두가 기독교인들이었다. 대부분 같은 동네나 근처에 있는 마을 출신들이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왜 이런 깊은 산 속에 카렌족이 온 지 알 수 있었다.

10여년 전 ‘난트 데세(Nant Dece) 라는 카렌 여자 청년이 이곳에 와서 일을 시작했다. 호텔측은 그 청년의 성실함과 진실됨이 마음에 들었다. 그 청년도 이곳의 환경이 미얀마보다 좋아서 아는 친인척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서로 유익함이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카렌 디아스포라 공동체가 형성된 것이다.

이들은 그들이 태어난 곳과 전혀 다른 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매우 다른 곳이다. 고향은 대 평지 델타 지역이지만 이곳은 깊은 산속이다. 고향은 바다도 가깝고 1년 내내 덥지만 이곳 12월과 1월은 온도가 때로 10도 이하로 떨어져 몹시 춥다. 문화적으로도 공통점이 거의 없다. 이곳은 국민당 후손들이며 중국어를 사용하며 공용어는 태국어이지만 그들은 카렌어와 버마어를 사용한다.

태국의 전체 사사회에 볼 때 의미가 없는 공동체이다. 가난한 국가에서 온 이들은 태국인들이 볼 때 변두리 외국 노동자일 뿐이다. 태국 주류 사회로부터 소외되었고 법적인 차별이 있다. 선교를 하려면 뭔가 가진 것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외형적으로 볼 때 이들이 선교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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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오영철 선교사 제공

이들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디아스포라’라는 위치는 개인, 공동체, 문화, 국가 등의 영역에서 이전과 다른 다양한 정체성이 출현할 수 있다. 이것은 그들의 경험과 관계적 상호작용을 통하여 결정된다. 그들이 고향에 있었다면 시골과 도시에 형성된 카렌 기독교 공동체 중심의 삶을 살았을 것이다. 이곳에 오면서 이들은 태국의 경제, 문화는 물론, 글로벌 문화에도 훨씬 많이 노출되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제 3의 정체성’이 형성되고 있다. 태국인 상사와 손님들을 대하기 위해서 태국어 사용이 요구되었다. 오래 된 일부 카렌은 제법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었다. 한 달에 한번은 치앙라이 시내에 가서 돌아보고 물건을 구입하기도 한다. 매일 만나는 손님들은 거의 전부가 태국인 중산층들이다. 이미 버마 카렌사회를 넘어서 태국사회와 연결된 ‘다중 정체성’의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기대가 되는 모습들이 있었다. 첫째는 태국인 상사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었다.
“그들은 미얀마에서 온 기독교인들인데, 신뢰할 수 있습니다.”
그 호텔 매니저의 말이다. 처음 온 청년이 본이 되었기 때문에 그녀를 믿고 계속 다른 직원을 고용했다. 적어도 그 호텔 주인과 매니저는 기독교인에 대한 호감을 가지게 됐다. 그들은 신앙도 잘 지키는 것처럼 보였다. 또 십일조를 고향으로 보내고 있었다. 그들의 원문화인 카렌족 문화도 나름 잘 지키고 있었다. 페이스북의 사진들을 보면 카렌족 새해에 그들 전통복을 입고 멋은 낸 사진을 올렸다. 낮 선 외국에 와 있지만 카렌 공동체를 만들고 고향과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호텔 안의 공동체내에서 예배와 묵상의 중요성을 잠시 나누었다. 앞으로 카렌족 목회자가 한 달에 한번이라도 와서 예배 인도 제안을 하니 모두 좋아했다. 예기치 않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떠날 때가 되어 인사를 하려고 하니 선물을 준다. 그들이 관리하는 가게에서 ‘차’를 구입하여 준비한 것이다. 한 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들에게는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마음을 모은 선물에서 느낄 수 있었다.

하나님의 뜻은 신기하다. 약한 자를 통하여 하나님의 역사를 이루시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이다. 나아만 장군에게 하나님을 예배하도록 한 것은 이름도 모르고 끌려온 ‘유대인 계집 종’이었다. 그녀의 짧은 말이 나아만으로 하여금 하나님으로 나아가게 했다.

태국에서 노동자로 일하는 미얀마 카렌족 기독교인의 사회적 신분이 갑자기 변화되지 않을 것이다. 태국인들은 그들을 존중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하나님의 역사는 묘하다. 이들은 우연히 이곳에 오지 않았다. ‘흩으심’을 통하여 구원 역사를 이루시는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있다. 호텔 매니저의 좋은 평판과 태국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이들을 통한 하나님의 일이 이미 시작되었음 보여주는 징조처럼 느낀다. ‘유대인 계집 종’을 통해 일하신 하나님은 이들의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선교적으로 볼 때 국민당 후손들의 정착촌인 ‘매사롱’의 한 호텔에서 일하는 카렌 ‘디아스포라’ 기독교인들은 의미가 큰 공동체이다. 카렌 ‘디아스포라’를 통한 선교 운동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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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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