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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통신] 브레이크 고장난 미얀마 상황… 그들의 비명에 귀를 기울여야

▲ 미얀마의 시위대와 군대가 대치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채널 BBC World Service 캡처

미안마의 영혼들을 기억하시고 보호하소서

스무살이 되면 미얀마를 떠나 한국에서 하게 될 대학 생활에 들뜬 마음을 비웃듯 갑작스레 닥친 코로나라는 폭풍은 미얀마에 나를 계속 가둬두는 것만 같았다. 2020년 4월부터 병행된 고등학교의 비대면 수업은 나의 졸업식마저 앗아가게 되었고 그렇게 선생님과 친구들과 제대로 된 인사도 못한 채 나는 그해 6월 흐지부지하게 고등학생으로써의 신분을 벗게 되었다.

그 후 대학에 합격하였지만 여전히 끝나지 않은 코로나로 첫 학기를 전면 비대면으로 보내야 했고 당연히 온 가족과 보금자리가 있는 미얀마에 남아있는 것은 모든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선택지로 보였다. 그렇게 나는 내 20살의 시간을 거의 집에서만 보내게 되었다. 한국과는 달리 방역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미얀마였기에 바깥상황은 위험하였고 그렇게 나는 점차 집에서 보내는 생활에 익숙해져 가게 됐다.

시간이 흘러 새로운 해에 접어들었을 때, 한국의 겨울이 꽤나 겁났던 나는 3월쯤에 한국에 입국하기로 결정하였다.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였고 내 평생을 산 미얀마와의 이별 준비만을 잘하면 될 것 같았다.

미얀마와 이별 준비하던 지난해 발생한 충격적 뉴스

1월 31일 밤, 당시 방학 기간이어서 평화롭게 시간을 보내던 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느긋하게 잠에 들었다. 아마 그날이 내가 편안하게 눈을 감을 수 있었던 마지막 순간이었음을 당시에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음날 나는 평소보다 일찍 눈이 떠졌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핸드폰을 켠 후 확인한 한국 포털에는 낯익은 단어인 ‘미얀마’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한국과 같은 선진국에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미얀마가 왜 포털 메인 페이지에 가득 차 있는지 의아하던 것도 잠시 그 뒤에 잇따른 단어들을 보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미얀마 쿠데타’, ‘미얀마 군부 독재’, ‘미얀마 아웅 산 수치 감금’. 뉴스나 역사 시간에만 접하던 말들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현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2월 1 일, 총선 투표를 통해 민주주의민족동맹당이 정권을 이어나가야 했던 승리의 날을 하룻밤사이에 강도에게 빼앗겨 버린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충격과 함께 분노를 표출해내기 시작했다. 각종 SNS에는 수치 여사와 NLD 의원들을 당장 석방할 것을 요구했고 해당 소식은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도 그럴 것이 민주주의가 들어서기 전 국민들이 군부 아래에서 견뎌야 했던 시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끔찍했다는 것을 미얀마에 살아본 누구라도 알 수 있었기에 이러한 반응은 어쩌면 당연했다. 국민들 사이의 단합은 점점 강해져 갔으며 이내 하나둘씩 거리로 나와 직접적인 쿠데타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 시작했다. 이 화력은 한순간에 뜨겁게 번지기 시작하였고 양곤을 넘어 전국에서 강하게 불어나기 시작하였다.

당시 나는 ‘미얀마인들은 약하다’라는 관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것이 깨부숴진 순간이었다. 성별, 나이, 권력에 상관없이 모두가 길거리에 나와 강하게 민주주의를 외쳤으며 군부를 반대할 것을 소리쳤다. 심지어 병원복을 입고 링거를 꽂고 있는 환자들도 나와 같이 동참하였다.

병원복의 환자들까지 가세한 ‘군부 반대’ 외침

부모님과 함께 바깥 상황을 살피기 위해 나간 나는 평생 미얀마에 살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하고 또 절대 잊지 못할 광경을 마주했다. 모든 도로는 시위자들로 가득 차 있었으며 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 또한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손가락표시를 보이며 그들과 한마음임을 표했다. 시위자들의 함성은 뜨거웠지만 사실 누구보다 처절한 절규의 소리를 내고 있었다. 두 번 다시는 그런 암흑과 고통의 시대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목숨을 건 발악이었다.

워낙 국민들이 강하게 일어났기에 이는 승리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희망도 함께 심어졌다. 해외 언론에서도 미얀마의 상황을 지속해서 보도했고 비록 온라인상이었지만 미얀마 국민들을 향한 응원과 지지도 보내주었다. 그렇게 전 국민이 함께 힘을 모아 싸워나간다면 정의를 되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때까지는…

2월 9일, 군부가 시민을 상대로 첫 총격을 개시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해당 사망자는 나와 동갑 여자아이 몌뛔뛔킨. 아무런 소란 없이 평화 시위를 하던 그 아이가 군인이 쏜 총에 맞아 순식간에 쓰러진 영상을 본 국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해당 영상은 각종 언론에 빠르게 퍼지며 많은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이 죽음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군인들은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 아니 괴물처럼 국민들을 무작위로, 그리고 잔인하게 살해하기 시작했다.

오후 8시 이후의 통행을 전면 금지하였고 밤에는 모든 인터넷 연결을 차단했으며, 사용량이 가장 높은 포털을 막아버리는 등 국민들의 기본 권리를 무작위하게 약탈해가기 시작하였다. 더 이상 미얀마는 국민들이 주인이 아닌, 군부의 놀이터가 되어 있었고 국민들은 짐승만도 못한 존재가 되었다.

그들은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악의 끝을 달리고 있었다. 시내 길거리에는 탱크가 다니며 공포심을 조성하였고 수백 명의 감옥 수감자들에게 마약을 투입해 가석방 시켜 시민들 사이에 뿌렸다. 그 중 몇 명이 밤 11시쯤 우리 동네에도 들어왔었는데 이는 불을 지르기 위함이었다. 다행히도 동네 주민들이 이 사실을 알아채 함께 그들을 물리쳤는데 해당 광경을 두 눈으로 직접 본 나는 그 짧은 순간 동안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우리 가족은 극심한 긴장감 속에 집에 있는 모든 불을 끄고 거실에 모여 숨죽여 있어야만 했다. 당시 폭동의 가능성 또한 있어 어쩌면 집을 떠나 피신해 있어야 하나 고민도 했다. 부모님의 선교본부 쪽 상황은 더욱 위험하였으며 당시 교회들을 지키던 현지 제자들 또한 극심한 두려움에 힘들어했다.

군부의 악행은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 난 트럭처럼 멈출 줄 몰랐다. 자신들의 눈에 조금이라도 거슬리면 무조건 총부터 겨누는 건 기본이었으며, 수많은 여자아이를 체포해 강간 후 살해하고 국민들의 장기를 중국에 팔아넘기는 등 끔찍함의 연속이었다. 밤마다 들리는 총격 소리,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은 몇 명이 죽었을까 라는 두려움, 국민을 지켜야 할 군부가 도리어 국민을 죽이고 있는 이 말이 안 되는 상황 속에서 살아가던 모두가 정신병이 걸려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고통스러웠다. 그 누가 총 앞에서 저항할 수 있을까. 활활 타오르던 전국 시위는 한순간에 피투성이로 마비되어버렸다. 희망이 사라져버린 것만 같았다.

브레이크 고장난 군부의 만행

그러나 이것이 웬 말인가. 다시 한번 불의 앞에 굴복하지 않고 잃어버린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일어나는 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들은 군부의 막강한 무기를 상대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낡고 초라한 헬멧과 방패를 들고 나갔지만 그 누구보다 강했다.

시위자와 군인. 옷만 벗기면 구분하기가 어려울 정도인 비슷한 나이 대와 외모를 가진 청년들이 한순간의 쿠데타로 인해 적이 되어버린 모습은 정말 마음이 아팠다. 지금도 이들은 처절한 싸움을 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죽었다. 지금도 죽고 있다. 앞으로 더 죽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미얀마인들은 목숨 바쳐 싸우고 있다. 민주주의를 위해. 자유를 위해. 인간으로서 누릴 당연한 권리를 위해.

미얀마에서의 마지막 두 달은 하나님께서 특별히 나를 그곳에 두어 그 순간들을 직접 경험하게 하신 것 같다. 세상 한쪽은 날마다 사람들이 잔인하게 죽어 나가고 있는데, 다른 한쪽은 아무 일도 없듯이 너무 편안하게 살아가고 있다.

미얀마를 떠나고 보니 해당 사건에 대해 무지하고 무관심한 자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런 냉정한 현실을 마주한 나는 분노도, 절망도 아닌 그저 마음이 너무 아팠다. 누가 저들의 비명을 들어줄까, 저들의 손을 잡아줄까, 저들을 구원할까. 타국이나 국제기구, 그 누구도 미얀마를 위해 나서지 않고 있다. 그러는 시간에 미얀마는 희망을 잃고 점점 암흑 속으로 빠져들어 가고 있다.

미얀마에 대해 무심한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나는 한낱 작고 약한 자이다. 나에게는 권력도, 지혜도, 금전적인 여유도 없다. 다만 내가 아는 가장 정의로우시고 강하신 분께 간구하는 것뿐이다.

주님, 저들을 구하소서! 저들의 절규를 들으소서!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미얀마의 영혼들을 기억하시고 보호하소서! 그리하여 미얀마에 승리의 나팔 소리가 들리며 그들을 구원한 자가 여호와임을 그들이 알게 하소서! 예수님께서는 강도 만나 쓰러진 자를 외면한 제사장과 레위인을 책망하신 반면 그를 돕고 사랑한 사마리아인을 선하다고 칭찬하셨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요? 날마다 어둠과 두려움 속에서 사는 이들에 비해 우리는 풍성한 복과 은혜받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당장 오늘 먹을 양식과 잠을 청할 집, 심지어 내일의 내가 살아있을지에 관해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니 하나님께서 주신 이 삶의 작은 부분이라도 죽어가는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고 돕는 데 사용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영광스러운 일이 아닐까요? Kim. H.K <출처: 바울선교회>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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