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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통신] 마리우폴 난민 할머니와 느헤미야의 탄식

▲ 전쟁 중에 태어난 아기 티무르(왼쪽)와 폐허 속에 서 있는 마리우폴 중앙교회. 사진: 김태한 선교사 제공

우크라이나 리포트 (17)

두려움과 지친 기색이 가득한 대가족이 센터로 들어온다. 포대기에 싸인 갓난아기. “몇 개월인가요?”

“두 달이요. 전쟁이 시작된 2월 24일에 태어났어요.”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마리우폴에서 탈출해 먼 길을 힘들게 온 가족들. 센터에서 쉬며 안정을 찾아간다. 어른 격인 타마라 할머니는 신실한 교인이며 믿음을 숨기지 않았다. 함께 앉으니 그동안 겪은 일을 들려준다.

그 가족은 전쟁이 일어난 2월 24일 4명의 자녀, 11명 손주들 모두 타마라 집에 모여 포격을 피해 지하실에서 지냈다. 첫째 딸은 여섯 달 된 아이가 있어 먼저 차로 루마니아로 탈출해 미국 세크라멘토로 떠났다. 그곳에서 교인의 도움으로 지내고 있다. 남은 가족은 전쟁이 곧 끝날 것으로 예상하고 집에 머물렀다. 하지만 길어지는 전쟁으로 인한 어려움이 컸다.

교전이 계속되며 전기, 가스, 수도가 끊겼다. 주변 우물에서 물을 구해 연명했지만 그 마저도 폭격에 맞아 없어져 살 수 없게 되었다. 피난을 떠날 준비를 하고 시에서 준비한 40대의 버스가 떠나길 기다렸지만 러시아군이 허락하지 않아 3번이나 취소되었다. 가스가 없어 남은 음식도 주워온 나뭇가지로 끓여 먹고 연명하던 중 인도주의 통로(humanitarian corridor)가 잠시 열려 가족과 이웃이 차를 타고 마리우폴을 떠났다. 러시아군이 두 줄로 지뢰를 매설한 도로, 주변에 죽어 있는 사람들을 보며 안타까움과 두려움에 떨며 도시를 빠져나왔다. 자신의 집과 자녀들 집, 주변 건물 모두 폭격에 폐허가 되어 살 터전이 없어졌다.

하지만 하나님은 가족의 여정을 인도하셨다. 자포로지아에서 믿음의 가족을 만나 도움을 받았고 여러 곳에서 도움을 받았고 체르니우찌에서도 목사님 가정을 만나 안내와 도움을 받았다. 센터에 와서도 책임자와 봉사자들 그리고 우리 부부를 만난 것도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나 여기까지 인도하신 주님이 앞으로도 책임져 주실 것을 믿고 있다. 첫째 아들은 마리우폴 근교에 살고 있는데 3월 중순에 태어난 아기가 있어 함께 나오지 못했지만 그 가족도 주님이 지켜주시길 기도하고 있다.

교회 그리고 남은 사람들. 전쟁이 일어난 후 10일간 집 지하실에 숨어 지냈고, 이후 인도주의 통로가 열리길 기다리며 240명의 성도가 교회에서 지냈다. 교인과 동네 사람들 모두에게 교회는 피난처였다. 마실 물과 식량이 떨어져 청년들은 포탄을 무릅쓰고 마을 중앙에 있는 우물물을 구하러 나서곤 했다. 식량을 구해 오던 니꼴라이 집사 차량이 폭격에 맞아 함께 있던 사람들과 죽었다. 아내와 세 아이를 둔 신실한 남편이요 아빠인 니꼴라이의 죽음은 타마라의 마음에 아픔이 되었다. 계속되는 폭격에도 마리우폴 중앙침례교회는 예배 드리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75명의 교인이 남아 예배를 드리는 교회에 어느 날 미사일이 떨어졌다. 하지만 불발탄. 천장이 뚫렸지만 건물 전체와 내부는 그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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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우폴 중앙침례교회 목회자와 찬양팀. 사진: 김태한 선교사 제공

흩어지는 사람들. 450명 교인이 여러 나라로 흩어졌지만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어디에 있고, 어떤 상황인지 알며 소통하고 기도하고 있다. 60대 중반 할머니가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사용한다. 보여주는 사진 속 마을은 폐허. 중앙에 교회 건물만 남아 있다. 흩어진 교인들이 돌아가야 할 곳.

회복시키시는 하나님. 타마라는 마리우폴을 자랑스러워했다. 대화 중에 여러 번 눈물을 흘리며 가슴 아파했다. 왜 흩어져야 하는지 알 수 없지만 하나님이 다시 부르실 날을 기다린다.

느헤미야의 고백이 떠올랐다. “그들이 내게 이르되 사로잡힘을 면하고 남아있는 자들이 그 지방 거기에서 큰 환난을 당하고 능욕을 받으며 예루살렘 성은 허물어지고 성문들은 불탔다 하는지라. 내가 이 말을 듣고 앉아서 울고 수일 동안 슬퍼하며 하늘의 하나님 앞에 금식하고 기도하여 이르되…” (느 1:3-4). 느헤미야는 이방 땅에서 자기 민족이 살던 곳이 불타고 허물어졌다는 소식을 듣는다. 환난과 능욕. 지금도 마리우폴에 러시아군에 포위되어 지하 방공호 속에서 저항하며 싸우는 군인과 거주민이 있다. 고통스러운 상황. 많은 것이 허물어졌고 얼마나 더 무너질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느헤미야의 역사는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다. 예루살렘 성은 재건된다. 주님의 도우심으로 52일 만에 건축되고 회복되었다. 동일한 역사가 우크라이나에 기록되길. 하나님의 계획과 하시는 일을 이해할 수 없지만 소망을 품고 기도할 수는 있지 않은가. 작고 소박한 꿈. 집에 돌아가 그곳에서 예배하는 것. 평생 믿음으로 살아온 타마라의 기도를 주님이 듣고 계시리라. <계속> [복음기도신문]

김태한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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