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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C 칼럼] 스마트폰은 아이들의 창의성을 어떻게 가로막는가?

사진 : Luke Porter on Unsplash

“스마트폰이 우리 다음세대의 창의력을 야금야금 갉아 먹고 있는 것 같다”

17년째 찾지 못하고 있다.

이따금 부모님 댁에 갈 때면 온 다락방을 어지럽게 뒤져 보고 서랍 여기저기를 열어 봤다. 오래된 비디오테이프 하나를 찾기 위해서였다. 8편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시트콤이 담겨 있는 테이프였다. 내 형제들과 교회 친구 몇몇의 도움을 받아 직접 각본을 짜고 촬영한 것이었다.

25년 전 일이다. 우리는 내 방 절반을 거실처럼 꾸며 놓고 드라마를 찍었다. 대본을 써서 서로 나누고 주제곡을 녹음했다. 관객 웃음소리까지 삽입했다. 그동안 옛날 라디오 시트콤을 따라 라디오 드라마 여러 편을 녹음했던 터라, “더 룸”(The Room)은 우리의 첫 작품은 아니었지만 다년간 기른 우리의 창의력이 절정을 이룬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다.

어린 시절의 창의성

내가 녹음이란 것을 처음 시작한 건 12살 때였다. 해를 거듭할수록 장비가 더 좋아졌다. 처음에는 큼직한 스피커 두 대와 테이프 하나를 넣을 수 있는 휴대용 라디오로 시작해서, 이후에는 재생과 녹음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카세트 데크를 사용했다.

녹음을 시작하고 2년 동안 옆집에 살던 존과 함께 나는 ‘트레빈과 존의 쇼’라는 타이틀로 100편이 넘는 에피소드를 녹음했다. 남동생 허버트를 주연으로 한 스핀오프도 찍었다. (동생은 높은 톤의 목소리로 스티브 얼 커 같은 사랑스러운 괴짜 캐릭터를 연기했다.)

한번은 홀로 아이들을 키우는 젊은 과부 역할에 여동생을 섭외하여 작품을 만든 적도 있다. (작품 제목은 ‘사람들은 켈리를 좋아해’였다.) ‘트레빈 쇼’는 40편이 넘는 에피소드를 녹음하여 두 개의 시즌으로 내보냈는데, 이야기가 길어진 만큼 많은 인물의 변화를 그려내야 했다. 결국 부모님과 형제, 사촌, 교회 친구들까지도 목소리 배우로 투입해야 했다. 이들의 연기는 대본과 상관없이 흘러갈 때도 많았다. 14살쯤 되었을 때 이제 “토크 라디오”(talk radio)로 발전했다. 어느 오만한 영국인(“제트 데이비스”)이 1990년대 중반에 일어난 정치 사건들을 거들먹거리며 이야기하는 내용이었는데, 내 동생에게 그 영국인 역을 맡겼다.

그러나 역시 내 최고의 작품은 ‘더 룸’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비디오의 세계에 진입했다!

드디어 찾다

10월 어느 날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그리고 그 주말에 나는 영영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그 비디오테이프를 찾았다. 당장에 필요한 장비를 사들여 비디오테이프를 디지털 파일로 변환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에 복원한 영상 앞에 온 가족이 둘러앉았다. 형제들과 어린 조카들은 어린 시절 우리의 창의성을 엿보는 재미에 흠뻑 빠져들었다.

몇 년이 지나 보게 된 이 영상이 음질이나 화질 면에서 좋을 리가 없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일 우리가 어렸을 때 아이폰을 사용할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더 많은 걸 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우리가 열다섯 살이던 그때는 스마트폰이라는 혁신의 혜택을 누릴 수 있기 전이었다.

그러고 나서 나는 다시 생각했다. 아이폰을 가지고 있었다면 애초에 이런 드라마를 만들 생각조차 안 하지 않았을까. 그때에도 이미 내 친구들 거의 다 슈퍼 닌텐도나 닌텐도 64를 하느라 바빴다. 대본을 쓰고 드라마 녹음을 한다거나 캐릭터를 만들고 이야기를 짜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우리 가족도 비 오는 날이면 비디오 게임을 하곤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간은 (특히 여름에는 더욱) 야외 활동을 하면서 보냈고, 그렇지 않더라도 뭔가 창의적인 활동을 찾아서 하려고 했다.

어린 시절의 창의성을 잃는다?

오늘날 스마트폰은 과거보다 아이들이 창의성을 더 많이 발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준 것 같다. 그렇다면 그만큼의 창의적인 결과물 또한 만들어 내고 있는가? 가끔은 그렇다.

우리 아이가 마인크래프트에서 만들어내는 세상은 경탄을 자아낸다. 슈퍼마리오 메이커에 아이가 직접 만든 스테이지는 또 어떤가? 나도 이걸 하면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이 우리 다음세대의 창의력을 야금야금 갉아 먹고 있는 것 같다. 마트에 가면 쇼핑 카트 안에서 주변은 의식하지 않은 채 오로지 아이패드에만 푹 빠져 있는 어린아이들을 지나치게 된다. 혹시 다음에 정지선에 서게 되면 주위의 차 안을 한번 살펴보라. 아이고 어른이고 청소년이고 너 나 할 것 없이 들고 있는 기기에서 나오는 미세한 빛이 그 얼굴을 비추고 있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심각하게도 운전하면서 문자를 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우리는 기술이 가져다준 모든 혜택에 감사해야 한다. 오늘날 기기들의 성능은 정말 놀라움의 연속이다.

그러나 혹 스마트폰의 사용이 창의성 계발의 도구가 아니라 다음세대의 상상력 발달을 가로막는 것이라면 어떨까? 작은 아이폰 화면 안에서 모든 것이 가능한 세계가 펼쳐지고 있으니 우리 주변의 실제 세계에는 무신경해지거나 우리 자신이 가진 창의성의 깊이를 탐색해 보려는 시도와는 점점 멀어진다면? 우리 다음세대도 마당에서 상상의 요새를 만드는 즐거움을 알 수 있을까? 폭풍우 친 다음 날 물이 차오른 계곡을 누비는 스릴을 알 수 있을까? 전쟁과 성곽, 왕의 통치 기록까지 완벽하게 갖춘 자기 마음대로 만든 왕국 이야기를 가질 수 있을까?

창의성은 사라진 것이 아니다. 재치 있는 틱톡을 보거나 재미와 교훈을 주는 인스타그램을 보라. 얼마나 창의적인지 모른다. 이런 콘텐츠를 만들고 소비하는 일이 지금보다 수월했던 때는 없다.

다만 스마트폰이 이전보다 우리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해 주긴 하지만 이런 문화 환경이 오히려 우리의 창의성을 앗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지루한 순간에는 다들 어김없이 휴대폰을 들기 때문이다. 혹시 우리는 토디 헨리(Toddy Henry)가 ‘여백’(negative space)이라고 부른 공간을 없애고 있지는 않은가? 헨리는 이렇게 말한다.

활동적인 순간들 사이사이의 시간은 아이디어와 통찰력이 형성되고 보이지 않는 정신의 세계가 서로 연결되는 때이다. 당신의 삶에서 무력감과 집중력 저하가 지속되고 해야 할 일을 놓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면, 당신은 인생에서 중요한 것, 곧 느린 속도감과 여백이 주는 유익을 놓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없다고 생각되는 것이 있다고 생각되는 것보다 당신의 삶에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끼치는 법이다.

지루함은 문제가 아니다.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는 조건이다.

얼마나 많은 잠재력 있는 작가들이 모험 이야기에는 손을 대지 않게 될까?

얼마나 많은 재능 있는 뮤지션들이 더는 새로운 멜로디를 만들기 위해 키보드에 앉지 않게 될까?

얼마나 많은 유능한 건축가들이 요새나 나무로 된 집을 더는 만들지 않게 될까?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주변의 세계를 관찰 한번 해보지 않고 성인이 될까? 요즘 아이들은 손에 들린 작은 스크린의 세계에 빠져 있으니 말이다.

세상이 기대하고 있는 예술의 탄생, 다음세대의 정신 건강과 감정 건강, 그리고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즐겁게 해 줄 재미 가득한 상상력을 지켜 주려면, 부모들이여, 부디 아이들의 휴대폰 사용을 제한하기를 바란다.

그렇게 하면, 여러분의 자녀도 나중에는 여러분에게 감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창의성이 맺은 열매를 여러분과 여러분의 자녀는 함께 오래도록 만끽하게 될 것이다. [복음기도신문]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즐겁게 해 줄 재미 가득한 상상력을 지켜 주려면, 부모들이여, 부디 아이들의 휴대폰 사용을 제한하기를 바란다”

트레빈 왁스(Trevin Wax) | LifeWay Christian Resources의 신학과 커뮤니케이션학과의 부학장이며 Wheaton College의 외래 교수, The Gospel Project의 편집자. ‘디스 이즈 아워 타임’, ‘일그러진 복음’, ‘우리시대의 6가지 우상’, ‘Gospel Centered Teaching’을 다수의 책을 저술

이 칼럼은 개혁주의적 신학과 복음중심적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2005년 미국에서 설립된 The Gospel Coalition(복음연합)의 컨텐츠로, 본지와 협약에 따라 게재되고 있습니다. www.tgc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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