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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구 칼럼] 이순신은 없는가?

▲ 전남 여수에 있는 거북선. 사진: 유튜브 채널 문화유산채널[K-HERITAGE.TV] 캡처

이순신의 영정은 없다. 얼마 전 이순신의 영정을 그린 분이 친일파라 하여 철거했다. 따지고 보면 해방 전에 살던 사람은 모두가 친일파였다. 일제에 항거한 민족지도자 몇 분, 그리고 신사참배를 반대하여 순교한 분들과 출옥 성도 정도가 절개를 지켰다. 이순신의 영정은 어디도 없다. 그냥 이순신 영화에 분장한 배우들의 얼굴이 이순신을 대신하고 있다. 모두 엉터리다.

그런데 조선조 후기에 작자 미상인이 이순신의 얼굴을 그린 초상화는 미국 볼티모어(Baltimore) 미술관에 있다. 그 초상화를 보면 이순신은 마치 징기스칸을 닮은 무인으로 묘사하고 있다. 나는 어찌어찌해서 그 이순신 초상의 카피 본을 구할 수 있었다. 굵은 천에 컬러로 된 그림이다. 우리나라에는 사실 이순신의 표준 영정도 없을 뿐 아니라, 이순신의 나라가 이순신을 잘 모른다. 그러니 이순신은 없다. 모두들 이순신을 들먹이지만, 왜적을 물리친 이순신의 탁월한 전술과 그의 전공만을 말한다. 이순신의 위대함은 단순히 반일(反日)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그는 열악한 당시의 군 장비를 가지고, 왜적을 철저히 괴멸시킨 탁월한 지휘관으로 생각하고, 반일사상 고취에 이순신을 이용하고, 정치적으로 철저히 이용해 먹고 있다.

참 오래전 일이다. 지금부터 40년 전에 일반대에서 데모 주동자로 있다가 퇴학을 당한 학생이 총신대에 왔었다. 나는 그를 관심을 가지고 도왔는데, 그는 목포 출신이고 부친이 목포시장을 지냈었단다. 그래서 그가 하루는 나에게 희귀한 문서 하나를 갖고 왔다. 이순신이 전라 좌수사 시절의 장계라 했다. 해군 사관학교 박물관에 보내려 하는데 정 학장이 역사에 특별히 관심이 있는 듯해서, 똑같이 한 부를 복사했다고 했다. 그러나 그 후 10여 번의 이사 때문에 분실되어 참으로 아깝고 안타까웠다.

최근에 선거판이 더러운 추문으로 얼룩지고 있다. 전과 4범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덤비고, 민노총과 전교조의 뒷배를 이용해서 선거판에 온갖 감언이설로 혼탁해지는 시대에 우리 역사에 모범적 지도자상은 누군가를 생각게 한다. 그런데 갑자기 이순신 장군을 들먹인다. 그 이유는 사악한 왜적을 통쾌하게 물리친 민족의 영웅이란 점에만 초점을 맞춘다. 이순신을 이용해 먹는 반일(反日), 항일이 오히려 그의 진정한 인격을 반감해버렸다.

최근에 나는 어느 주간 잡지사의 소개로 이순신의 인격과 삶을 아주 잘 소개한 책을 인터넷으로 구입해서 모두 읽어 보았다. 저자는 이순신의 친조카로서 이순신의 초임 장교 시절부터 전사할 때까지 곁에서 섬기던 이분(李芬)이 쓴 행록(行錄)이란 책이다.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이순신의 전승은 그의 탁월한 전술과 용병술에 있기보다는 평소 그의 인격과 삶이 중요함을 깨달았다.

이 책에서 몇 가지 일화를 소개하면, 당시 병조 판서인 김귀영이 자신의 서녀를 이순신의 첩으로 주려고 하자, 이순신은 이를 단호히 거절했다. 이순신은 말하기를 “벼슬길에 갓 나온 사람이 권세가의 발을 들여 놓아야 되겠는가?”라고 하였다. 뿐만 아니라 당시 이조판서 율곡이 류성룡을 통해 이순신에게 만나자는 뜻을 전했다. 이때도 이순신은 그 청을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순신은 말하기를 “나와 율곡이 같은 성씨라서 만나 볼 수는 있지만, 그가 이조판서로 있는 동안에 만나 보는 것은 옳지 못하다.”하였다.

또 하나의 예로는 이순신이 발포(지금 고흥 소재) 책임자 시절에 전라 좌수사가 거문고를 만들려고 성박이 사람을 보내어 발포 객사의 뜰에 있는 오동나무를 베어 오라고 했다. 하지만 이순신은 그의 청을 단호히 거절했다. 그리고 이순신이 말하기를 “이것은 관청의 물건이요.”라고 하면서 굳건히 오동나무를 지켰다. 그때나 지금이나 군대는 상하관계가 엄격하지만, 이순신은 상관의 요구라도 부당한 것이면 거부했다. 이 이야기들은 행록에 나와 있는 사건 중에 일부에 불과하다.

선거판이 더러운 추문으로 얼룩지고 그것을 만회하려는 듯 이순신을 들먹이고, 이순신의 용맹과 반일, 항일을 앞세우는 도구로 써먹는 참~염치없는 정치꾼들을 보면서, 이순신의 그 고결하고, 깨끗한 인격과 인품을 그리워하게 된다. 망둥이가 뛰니 꼴뚜기도 뛴다더니 어중이떠중이가 대한민국호를 건질 거라고 하는데, 문제는 지도자가 기본이 되어 있어야 한다. 기본 인격과 삶이 뒤따르지 않는 허접한 인간은 절대로 나라의 지도자가 될 수 없다.

우리에게는 이순신의 영정도 없고, 이순신의 인격과 삶 그리고 그의 원칙을 따르는 자도 없다. 이순신은 그냥 임진년에 나라를 구한 위대한 영웅이기 전에 불의와 부정과 부패에서 자신을 지키고, 사나 죽으나 조국을 위해서 죽기까지 충성했던 지도자였다.

오늘의 이순신, 오늘의 이승만, 오늘의 박정희는 없는 건가?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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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구 박사 | 전 총신대. 대신대 총장. 40여년간 목회자, 설교자로 활동해왔으며, 최근 다양한 국내외 시사를 기독교 세계관으로 조명한 칼럼으로 시대를 깨우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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