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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식 칼럼] 이 땅의 아픔과 눈물을 닦아주소서

사진: 프레이포유 제공

몇 년 전 일이다. 그날 종로 쪽방촌에서 화재가 나서 한 분이 돌아가셨다는 뉴스를 전해듣고 쪽방촌에 계신 김옥순 어머니께 전화드렸다.

“불이 났다는 것도 몰랐다”라고 했다. 어디에서 불이 났을까 생각하며 사진이 함께 올라온 뉴스를 찾아보았다. 뉴스에 뜬 사진을 보고 ‘레몬트리 호텔 뒤면 명지수 형제가 매주 찾아뵙던 아버님이 계신 쪽방인데, 설마 아니겠지?’라며 다음 주 쪽방 사역 때 한 번 가봐야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사역을 모두 마치고 지수 형제와 함께 화재현장에 갔다. 지수 형제가 인도하는 방향으로 좁은 골목을 따라가니 시꺼멓게 불에 탄 쪽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골목을 진동하는 매캐한 냄새, 한 분의 생명을 앗아간 화재의 현장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수 없었다.

“지수 형제, 아버님이 계셨던 곳이예요?”
“네”
“아니, 아버님은 얼마 전까지 다른 집에 계셨잖아.”
“쪽방을 여러 채 가지고 계신 주인 아주머니께서 리모델링을 한다며 이곳으로 옮기셨어요.”
“음, 그럼 주인 아주머니를 찾아서 물어보자.”

쪽방에 거주하는 아버님 몇 분께 질문하지 않아 골목 끝에서 대화를 나누던 주인 아주머니가 걸어오셨다.

“혹시, 이곳에서 돌아가신 분이 이성진 아버님이세요?”
“네”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신다.)
“아~”

지수 형제를 특별하게 생각했던 아버님인데, 지난 인생을 후회 없이 살았노라 말씀하시며, 그래도 자녀들에게 상처를 많이 준 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씀하셨던 분이었다. 최근에는 거동이 힘들어 대소변을 잘 가리지 못했고, 그런 모습을 지수 형제에게 보이기 싫어 이젠 자기 방에 오지 말라 화를 내셨다고 했는데, 이렇게 돌아가실 줄이야!

그런데 이해가 되질 않는게 있다. 주인 아주머니는 왜 철근 콘크리트로 지어진 멀쩡한 쪽방에서 사는 이성진 아버님을 리모델링을 한다는 이유로 40년도 더 된 목조로 지어진 쪽방으로 옮기게 하셨는가? 그리고 쪽방으로 옮긴지 한 달도 되지 않아 화재가 났다. 대소변도 가리기 힘들어하는 거동이 불편한 분을 전기사용이나 취사시설도 훨씬 더 열악한 곳으로 왜 옮기게 하셨을까?

“주님! 일어난 현실을 보고 있자니 많이 화가 납니다. 하지만 주님! 지금 이성진 아버님과 함께 계시니 이 땅에서 받은 눈물과 아픔을 모두 닦아주시고 평안한 마음을 허락하여 주옵소서! 언젠가 그곳에 가서 아버님을 뵙겠습니다.”[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손은식 목사와 프레이포유 사역을 섬기는 사역자들의 사역일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손은식 목사 | 2013년 말부터 서울 시내의 노숙자와 홀로 사는 어르신을 돕고 기도하는 프레이포유 사역으로 이 땅을 섬기고 있다.

<저작권자 ⓒ 내 손안의 하나님 나라, 진리로 세계를 열어주는 복음기도신문. 출처를 기재하고 사용하세요.> 제보 및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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