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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구 칼럼] 헝가리와 헝그리

▲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의 한 거리. ⓒ 복음기도신문

11월 초 대통령이 헝가리를 공식방문했다. 그리고 2년 전에 다뉴브강에서 선박사고로 희생된 한국인들을 추모했다. 그리고 상호 경제협력도 다짐했다고 한다. 헝가리의 관심사는 원전을 짓는데 한국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대통령은 원전 개발에 동참한다고 승낙을 했다. 국내에서는 원전을 폐기하고 외국에 가서는 원전 개발에 동참한다고 했으니 이것은 대통령의 분명한 모순된 행동이다. 하기는 우리가 헝가리를 알고 지내는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그동안 사실 우리는 헝가리란 나라를 전혀 몰랐다.

나는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의 모든 기관의 지붕에 공산당 깃발이 휘날리고 있을 때, 헝가리를 방문했다. 그러니까 헝가리가 아직도 자유화되기 전에 우리나라와 국교가 이루어지기 전인 1986년, 그해 여름에 헝가리를 방문했다. 때마침 헝가리의 데브레첸(Debrecen)에서 열린 <제4차 세계 칼빈학회대회> 참석하려고 갔다. 한국대표로 이종성 박사(장신대), 한철하 박사(아신대)들과 함께 생전 처음 공산국가였던 헝가리를 방문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헝가리 사람들은 대한민국을 전혀 몰랐고, 그들은 오직 북한과 평양만 알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공산국가였던 헝가리에 무슨 세계 칼빈대회를 했을까 싶지만, 사실 헝가리의 긴 역사 가운데 공산당이 집권한 것은 그 당시까지 약 30여 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 주변 국가들이 모두 헬라 정교회였지만, 헝가리는 유일하게 칼빈의 신학과 신앙을 받은 종교개혁의 나라이기도 했다. 그래서인가 헝가리에는 도시마다 <칼빈 거리>가 있고, 특히 데브레첸 개혁주의 대학은 칼빈이 제네바 아카데미를 세우기 21년 전인 1538년에 세워졌다. 특히 신학대학 도서관은 60만 권의 장서를 자랑하고 있다. 나는 그 대학 강당에서 모인 세계칼빈학회에서 <너희는 저의 말을 들으라>는 변화산의 메시지를 가지고 설교했다. 그래서 나는 헝가리 학자들에게 크게 각인되었고, 2002년에는 나의 책이 헝가리 말로 번역되어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나는 헝가리를 무척 좋아한다. 그 이유 중에 하나는 우리와 신앙 노선이 같은 칼빈주의 사상가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데브레첸 신학대학 대학원장과 나는 서로 오고가며 아름다운 우정을 쌓아갔다. 그리고 나는 20년 전에 헝가리 종교개혁의 발상지 쳉게르교회에 초대 받아 설교를 하기도 했다. 특히 수도인 부다페스트는 동유럽의 파리라고 할 만큼 아름답다. 그리고 헝가리 사람들은 지금은 서구화되었지만, 내용은 우리 민족과 아주 닮았다. 서양 모든 나라는 이름을 먼저 부르고 성씨를 나중에 부르는데, 헝가리만은 우리와 같이 성씨를 먼저 부르고 이름을 부른다. 그리고 말의 어순이 우리와 똑같다. 음식도 우리와 같은 것이 많다. 그들은 우리와 같이 수제비를 항상 먹고, 그리고 고춧가루를 좋아한다. 오래전에 헝가리 사람들이 우리 집을 방문했을 때 고춧가루 두 봉지를 선물로 가져 왔다. 그리고 호텔로 가서 양식 식사를 시켰는데, 종업원에게 고춧가루를 달라고 해서, 식당 종업원이 크게 당황한 적도 있었다. 또한 헝가리의 시골에 가면 할머니들 중에 우리들의 할머니와 모습이 비슷한 분들이 많고, 애기가 탄생하면 엉덩이 뒤쪽에 몽고 반점이 있다. 민족의 유사점 연구는 전문가가 할 일이지만, 나는 그들과 신앙적으로 정서적으로 통하는 것이 많다는 것을 말할 뿐이다.

1987년에 아직도 자유화가 되기 전에 또다시 헝가리로 가서 시골 교회들과 성도들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어느 트럭 운전사 기사 집에 저녁 초대를 받았다. 그는 내게 말하기를 “목사님!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을 아세요? 지금 우리 헝가리는 동물농장입니다”하면서 공산주의를 향한 강력한 비판을 쏟아 냈다. 헝가리 국민들은 1954년 소련군이 탱크를 몰고 쳐들어 왔을 때, 국민들은 맨주먹으로 항거했고, 탱크에 올라가 항거하고 통나무로 탱크를 저지했다. 전통적인 아름다운 나라 헝가리가 공산화 되자, 민생은 피폐해지고, 그 공산당 시스템에는 아무도 열심히 일할 필요도 없고, 자기 것이 아니니 알뜰히 가꿀 필요가 없었다. 도로는 여기저기 온통 파여 있었고, 집은 수리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었다. 한마디로 공산주의가 들어와서 나라가 망가지고 피폐해졌던 것이다. 그나마 당시 헝가리 정부는 교회에서 예배는 드리게 하되 전도 하는 행위는 할 수 없도록 통제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헝가리 교회는 그 어느 나라 교회보다 찬송이 뜨거웠다. 그들의 믿음은 순수했다. 서방교회는 자유를 마음껏 누렸으나 세속화되었고, 신앙이 인본주의가 되어 하나님께 멀어져 갔다. 그러나 헝가리는 환란과 핍박 중에도 신앙을 지켰다. 헝가리 사람들은 나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헝가리는 헝그리> 즉 <헝가리는 배가 고픕니다>라고 했다. 역사적으로도 신앙의 나라, 아름다운 전통의 나라가 사회주의, 공산주의 나라가 되어서 저토록 피폐해졌던 것이다.

나는 헝가리를 보면서 북한을 생각했다. 못된 사회주의, 공산주의, 독재정치가 김 부자 3대가 나라를 70여 년 동안 통치하는 동안 북한은 세계 최빈국 곧 거지 나라가 되었고, 자유대한민국은 세계의 10대 강국이요, 번영된 나라가 되었다. 그러니 문제는 정치체제, 사상체제였다. 이제 <헝가리>는 더 이상 <헝그리>가 아니라, 우리와 교역의 파트너가 되어 계속 발전, 성장, 부흥하고 있다.

그런데 어쩌자고 자유대한민국에 사는 종북세력들은 못살고 망하는 쪽을 향해서 날마다 걸어가려고 하는가?[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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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구 박사 | 전 총신대. 대신대 총장. 40여년간 목회자, 설교자로 활동해왔으며, 최근 다양한 국내외 시사를 기독교 세계관으로 조명한 칼럼으로 시대를 깨우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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