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분을 꼭대기까지 보내는 모세관현상을 생각하며
정상적인 자연의 섭리대로라면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흘러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나무의 경우는 다르다. 나무에 있는 물과 양분은 뿌리에서부터 나무꼭대기까지 위를 향해 올라간다.
이 현상을 ‘모세관 현상’이라고 하는데, 같은 분자끼리 모이려는 ‘응집력’과 다른 분자에게 달라붙는 ‘부착력’을 일으키는 이런 모세관현상 때문에 나무 안에 있는 수분은 위쪽 꼭대기까지 이동할 수 있게 된다.
나무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자연스럽지 않은’ 수분의 움직임을 생각하다가 믿음의 삶에서 나타나는 ‘조건 없는 연합과 섬김, 연속과 연쇄’라는 단어들이 떠올랐다.
같은 분자끼리 모이고 농도가 낮은 것이 농도가 높은 것으로 빨려 들어가는 삼투현상으로 인해 물과 양분이 함께 연합한다. 또 수분은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연쇄현상을 일으킨다. 그리고 수분이 연속적으로 이동되어 나무가 자라고 열매를 맺게 한다.
수분이 이동하는 경로는 넓은 관이 아니다. 좁은 관이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좁은 문’의 비유가 떠오른다. 생명의 길 좁은 길.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니라(마 7:13-14)”
양분을 흡수하는 것은 새롭게 난 잔뿌리다. 굵은 옛 뿌리가 아닌, 연약해 보이는 가느다란 새뿌리를 통해 양분이 흡수되는 것이다. 자라면서 굵어져버린 뿌리에서는 흡수관들도 굵어져서 제 기능을 못하는가 보다. 그래서 양분을 빨아들이기 위해서는 뿌리가 새롭게 돋아나야 하는 것이리라.
과거의 경험과 지식을 의지해서는 삶에서 영적인 열매를 맺을 수 없다. 항상 주시는 말씀을 통해 순종하며 연약해보이지만 어린아이와 같은 의심 없는 믿음을 통해서 시절을 좇아 과실을 맺는 복된 삶이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고 양분을 흡수 못하는 굵은 뿌리가 소용없을까? 아니다. 그 큰 뿌리가 있기에 태풍이 불어도 나무를 지탱하며 오늘도 묵묵히 서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이전에 우리를 인도하셨던 하나님의 은혜는 지금 풍랑 속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것이다. [GNPNEWS]
정해곤 장로 | 필자는 현재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용강리에서 방주농원을 가꾸며 하나님을 경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