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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차이나 통신] 베트남 근대사에서 만난 인생 (2)

▲ 베트남의 전통적인 묘소.

이름뿐인 공산주의의 영광

배급과 중앙 통제에서 인플레이션율이 700%가 되면서 화폐가치는 크게 떨어졌습니다. 도시에서는 쌀이 남아나지만 약품을 구할 수 없습니다. 또다른 도시에서는 다른 것들이 공급되어도 삶의 기초가 되는 쌀이 없습니다.

한국의 경기도에 비견할 수 있는 베트남의 꽝남도에서 인천 정도로 여겨지는 다낭으로 공부하러 나간 아들이 비싼 물가에 고생하는 것을 불쌍히 여겨 어머니는 남아도는 쌀을 보내고 싶습니다. 또 아들은 늙고 병든 어머니를 위해 약을 보내려 합니다. 하지만 지역 경계를 넘어 쌀과 약을 마음대로 들고 나가는 행위 자체가 불법입니다.

군 출신 당 간부들의 서슬이 퍼렇던 시절, 이런 가족들이 서로를 도우려다가 범법자가 되어 벌금과 강제 노역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그러니 쌀이 남아도 더 이상 농사 지을 의욕이 없고, 약을 만들어도 남으니 생산이 줄어듭니다. 인민들은 중앙통제와 간섭에 강하게 반발 시작, 사회가 어지러워지면서 무려 해방 이후 200여만의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공산주의 투쟁은 승리했지만 남은 것은 없었습니다.

2006년 12월 5일 베트남은 세계무역기구(WTO)가입으로 자본주의 국가들과 교류 시작하며 급속히 경제 발전을 기록합니다. WTO에 가입하기 위하여 종교 탄압없는 것처럼 위장하려고 2001년 기독교를 사회 법인으로 공인합니다. 교단 총회장이 당 주석단과 함께 미국을 방문하고, 기독교 자유를 표방합니다. 미국 대사가 하롱베이의 꽝닌도 바이짜이 항구의 작은 가정 교회 모임에 일부러 참석합니다. 거국적인 필요에 의해 경찰과 외교부 장관 등이 그 가정 교회 예배에 참석합니다. 미 대사의 요구로 2003년경 교회를 허가하고, 경찰에서는 WTO 가입 후 다시 핍박하지만, 2010년 경부터 큰 핍박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전쟁시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 러시아에서 철학이나 물리학 박사를 따고 왔어도 통일된 나라에서 할 일이 없습니다. 그런 우수한 인재들이 학교에서는 노동자 수준의 월급을 받으며 저녁에는 길거리에 앉아 바람 빠진 자전거 바퀴 바람 떼우는 것으로 부수입 올리던 시절, 의사가 호텔 프론트에서 숙직하며 부업을 해야 했습니다. 

북쪽에서는 2005년 정도까지도 먹고 살기 힘들어 홍콩 등으로 탈출하는 보트 피플이 많았습니다. 2000년에 제일 저렴한 쌀값이 킬로그램 당 2000동(0.15달러) 정도 였습니다. 사이공 시내 중심지 1, 3군 가까운 4군에서도 먹고 살기 힘들어 매끼를 걱정하는 굶주리는 북쪽 이주민이 있었습니다. 중위 출신 상이군인 연금은 2008년경에 월 30만동(약 21.5달러)이었습니다. 사범대 출신 초급 교원 월급이 30만동, 40대 중반 당원급 조장의 월급이 100만동입니다.

북쪽에서 공산주의 교육을 제대로 받았고 전쟁의 참화를 겪은 사람들은 피 흘려 지키고 이뤄낸 자유와 로망인 공산주의가 타락했고 의식이 없는 젊은 사람들이라고 이 시대 베트남 젊은이들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 머리가 있는 젊은이들은 가난의 기억과 공산당의 뇌물과 슬픈 기억과 기회를 타서 나도 자가용 굴려보고 돈 좀 만져보자는 생각 밖에 없지요.

월남전에서 외국군이나 남쪽 군인들에 의해 학살이 있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공산 정부에서도 그 이상의 일을 저질렀으니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는 남쪽이나 한국에서 들려온 낭만적 막연한 인권을 이야기합니다. 라이따이한들이 2018년 10월 한국을 방문, ‘아버지를 찾겠다. 과거에는 공산 치하에서 고생했지만 이제 우리 먹고 살만큼은 돈 벌었으니 뿌리를 찾고 싶다. 살아계실 때 아버지가 누군지는 알고 싶다’고 얘기해도 정작 필요하고 챙겨줘야 할 라이따이한들이 주장하는 얘기는 묻혀버립니다.

공산주의 사회에서 들려온 자조섞인 말들

2010년까지도 들었던 베트남의 경제 이면에 따라다니던 자조 섞인 언어들이 있습니다.

dau tien la tien dau (더우 띠엔 라 띠엔 더우 : 우선적으로 할 것은 ‘돈이 어디 있느냐’.)
tien truoc la tien lanh (띠엔쯔억 라 띠엔 란 : 먼저 갖다주는 돈이 지혜로운 돈이다.)

티엔 탄이 살아야 했던 환경은 쉽지 않습니다. 망가진 경제. 노동력 없는 장애인 아버지. 주위의 숙덕거림, 친척들 없고 장애인 남편과 남의 애를 키워야 하는 지친 어머니 느엉, 상이용사로 나오는 아버지 월 10만동 정도의 연금. 남쪽에서는 자유를 찾아 탈출, 북에서는 먹고 살기 힘들어 탈출, 남북이 다 공산체제에서 뇌물 아니면 일이 안되고 공산당 간부 가족이라면 그냥 쉽게 되는 일들. 살기 힘들어 이혼하고 역시 아버지 없는 자식을 낳지 않았을까요.

남쪽 출신의 라이따이한들, 그들의 삶을 들어보니 다 그런 수준입니다. 경제로는 북쪽이 더 가난했고 남에서는 실권을 다 뺏겼으며, 적국의 아내와 자손들은 신분을 숨기며 겨우 겨우 살아왔으니까요.

2000년 사이공의 40대가 기회만 되면 남쪽 시민의 99%가 탈출할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 또 TV를 틀면 항상 나오는 월남전 모습, 라오스 국경을 따라 쯔엉선 산맥을 타고 남으로 내려가는 군사 행렬들의 고난과 군가가 TV에 나오면 바로 채널 돌려버리는 모습이 사실입니다. 2005년경에도 구 남북 국경 오지 지역에서 밤에 돌아다니다가 총 맞아죽을 위험이 남아있었습니다. 2019년 년말에도 중부 국경 지역에서 경찰이 빠꼬족 교회에 난입하여 구타와 교회 파괴가 이뤄집니다.

응웬 티 먼 할머니가 당뇨와 고혈압으로 고생하는 것을 알고 있었고 딸로 부터 1월 30일 아침 7시 36분에 ‘엄마가 갑자가 쓰러지셨어요. 지금 병원으로 갑니다. 선생님 기도해 주세요’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러다 그날 오후 7시 20분에 갑작스럽게 유언이나 흔적을 남기지 못하고 세상과 이별했습니다. 2월 3일 발인, 효성이 지극한 딸이 공동 묘지에 묘비 하나 세웠는데 어머니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아 태어난 날짜는 적지 못하고 돌아가신 날짜와 이름만 적어놓았네요.

응웬티 먼 1944년 생, 2020년 1월 30일 졸.

그 어머니가 58세, 딸이 19살일 때부터 딸은 교회에 가려했는데 어머니는 딸이 교회에 가려 해도 붙잡고 보내지 않았습니다. 딸이 영어를 잘하고 붙임성이 있어 모든 사람에게 잘하며 욕심이 없으니 연하의 하바드 대학원생이 청혼하고 나중에 미국 가서 살자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엄마 때문에 모든 것 포기하고 어머니와 단 둘이 채식주의자로 살았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모든 길이 막힌 지금, 후의 관광 사업도 바닥을 쳐서 열심히 공부한 영어로도 벌어먹을 것도 없습니다.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남은 집에서 아무 것도 안하며 어머니가 누웠던 흔적만 생각하며 삽니다.

영화의 분위기와 먼 할머니의 사망도 영화 속 용사와 일방적 애국심을 고취하던 전쟁도 다 끝났고 종전 후에 슬픈 역사만 만들어 냈을 뿐입니다. 길게 보면 공통적인 현실은 무엇일까. 그리고 어느 것이 진짜 우리가 살아야 할 삶일까요.

진짜 우리가 살아야 할 삶은?

구체적인 사실들을 많이 아는 베트남을 예로 많이 들었지만 한국이나 미국이나 북한이나 중국이나 결국 이 세상이나 우리가 알고 흥분하는 지식이 사실일까요. 한국에서도 전쟁이 있었고 전쟁의 후유증은 승자나 패자나 어디에도 다 있는 것이요.

전쟁은 아무리 아름답게 꾸민다 할지라도 승자에게도 슬픔이고, 패자에게는 더 큰 슬픔을 지나 절망이겠지요. 한 때 잘 나간 사람이 끝까지 그 잘나갈까요? 한때 잘 살기 위해 긴 고통을 자초하겠습니까?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카지노산업 종사 인력이 40만 명인데 코로나로 도박 산업이 직격타를 맞으며 손님이 끊어지다 보니 사회가 휘청휘청하고, 실업 수당을 신청 접수 첫 날 10만 명이 줄을 섰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최소한 인생 80년을 책임질 실제 정보가 없을까요. 누구는 20대에 죽기도 하는데, 20살까지 책임질 지식은 무엇일까요. 얼마를 살았고 얼마를 더 살든지 남은 기간을 잘 살다 간다 할 만큼 잘 사는 길은 어떤 것인가요?

48년생 응웬 티 선은 24살에, 응웬 티 먼은 76살에 흙으로 돌아갔습니다. 전쟁에서 팔 잘리고 돌아온 페는 남은 인생 어떻게 살다 갔는지, 티엔 탄은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요.

남의 인생은 심심할 때만 상상하시고 중요한 것은 글을 읽는 당신의 삶은 어떻게 끝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벧전 1:24,25) 이는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 사람의 모든 영광은 풀의 꽃과 같으며, 풀은 마르고 꽃은 져도 주의 말씀은 영원토록 남아 있음이라. 이것이 너희에게 복음으로 전해진 말씀이니라<끝> [복음기도신문]

이바나바 |인도차이나반도 사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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