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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된 부활, 그 날을 우리는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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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스타시스(Anastasis), 1310-1320년, 프레스코화, 터키 이스탄불 코라교회

국민의 98%가 무슬림인 터키. 이 나라의 고도(古都) 이스탄불의 코라교회(chora church)에는 부활의 영광이 빛나고 있다.

코라교회는 로마제국의 번영과 함께 터키에 기독교가 전해졌을 무렵, 즉 5세기 경에 세워졌다. 이 오래된 교회 안에 그리스어로 부활을 의미하는 ‘아나스타시스(anastasis)’라는 유명한 벽화가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1310년 경 제작된 이 벽화는 교회 미술에서 매우 중요한 작품으로, 이콘(icon, 성상화)으로 반복하여 제작되기도 했다. 그런데 아나스타시스에 그려진 예수님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이콘의 예수님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펄럭이는 옷자락, 당당하게 벌린 다리에서 견고하고 역동적인 속도감이 느껴진다. 예수님이 양손에 붙들어 힘차게 일으키고 있는 사람은 아담과 하와로, 전 인류를 상징하기도 한다. 이들은 각각 관에서 예수님의 강력한 힘에 의해 일으켜지고 있다.

이들의 발 밑에는 잡다한 물건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는데, 이 공간은 음부, 곧 사망의 세계이다. 그림 속 예수님은 지옥의 문을 부수고 사단을 결박하시며 죽음에서 인류를 일으키신다. 문득 이 부활을 그렸던 한 사람을 떠올려 본다.

사제이며, 화가이기도 했을 이름 모를 그의 믿음을 생각해 본다. 그에게 부활은 1300여 년 전에 있었던 과거의 사건을 뛰어넘어, 그림을 그리던 당시에도 진행 중이었다. 뿐만 아니라 전혀 인식조차 할 수 없었을 먼 미래의 이방인들에게까지 약속된 부활, 즉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영광이었을 것이라 공감하게 된다. 때문에 이 모습은 다시 오실 주님의 모습과도 같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날을 기억 한다’라고 말할 수 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그 날’을 확신하기에, ‘기억 한다’라고 말할 수 있다.

[GNPNEWS]

글. 이상윤(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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