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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선교사의 삶 속에서 소진과 회복 (1)

ⓒ 이영선

본고에 등장하는 사례의 ‘나’는 필자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필자가 지도한 박사과정 학생의 논문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재구성된 이야기의 화자다. 선교사가 소진을 경험하고 회복탄력성에 이르는 과정을 한국 선교사를 의미하는 ‘나’라고 하는 입장에서 전개하여 제3자가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선교현장에서 경험한 아픈 상처가 주님의 은혜로 어떻게 회복되는지에 초점을 둔 이 고백을 통해, 한국교회와 선교사들에게 도전과 은혜의 시간이 되기를 소망한다. <편집자>

선교사의 삶은 고난 그 자체

선교사의 삶은 고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즉 선교사의 삶은 고난 그 자체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고난에 대한 이해를 달리하던가, 아니면 고난의 삶 그 자체를 당연히 받아 들이되, 기쁨으로 승화시켜 해석하느냐 하는 것의 차이일 것이다. 그리고 이 고난의 삶 너머에서 선교사를 회복시키시는 하나님의 크신 뜻을 살펴볼 수 있다.

필자는 이러한 고난의 삶을 해석하는 좋은 예로서 성경에 나타난 본문들 가운데 하나인 사도행전 7장에 나타난 스데반의 설교 본문 가운데 있는 모세의 삶(행7:20-44)에 대한 스데반의 해석이라고 본다. 모세가 애굽의 궁을 나서게 된 동기는 사도행전 7장 27-28절에 “누가 너를 관리와 재판장으로 우리 위에 세웠느냐, 네가 어제는 애굽 사람을 죽임과 같이 또 나를 죽이려느냐 하니, 모세가 이 말 때문에 도주하여…”

여기서 모세의 행동에 대해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는 그 당시 애굽 왕자로서 이스라엘 사람 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세는 싸움하던 이스라엘 사람 중 한 사람의 말 때문에 도망자의 삶이 되었고, 미디안 땅에서 나그네가 된 것을 보게 된다. 왕자의 권위로 애굽의 종, 노예들인 이스라엘 사람 한 명을 죽이면 40년간 광야와 같은 미디안 땅에서 나그네의 삶을 살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왜 그 사람을 두려워하여 애굽의 궁을 나서서 고난의 삶을 살아야만 했는가? 그것은 바로 하나님께서 모세를 훈련시키고자 하는 하나님의 크신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항은 바로 40년의 훈련 뒤 하나님께서 모세를 ‘관리와 속량하는 자’로 보내신다(행7:35)는 사실이다. 하나님은 모세를 광야와 같은 곳에서 40년간 훈련을 시키신 후 그를 도망하게 한 원인, 즉 “누가 너를 관리와 재판장으로 세웠느냐”의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도록 “관리와 속량하는자” 즉, 속량하는자는 재판관과 동일한 의미로 해석할 때, 하나님께서 모세의 트라우마를 그의 세밀한 손길로 회복시켜 주시는 것을 보게 된다.

선교사의 삶과 사역에 있어서 대부분의 선교사들은 소진을 경험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들이 이 소진의 과정을 어떻게 대처하느냐 하는 차원에서 회복을 경험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소진을 경험한 모든 선교사들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선교사의 중도 탈락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 있어서 본 논단의 키워드인 “선교사의 회복”은 하나님의 선교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논지가 되기도 한다. 필자가 지도했던 안홍철 박사는 이 주제를 “근거이론을 활용한 선교사의 소진과 회복 탄력성에 대한 선교신학적 연구”로 철학박사(Ph.D)를 취득했다. 그의 연구 논문은 선교사 멤버 케어에 크게 공헌하리라 기대된다. 본 논단과 관련되는 부분을 일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소진과 회복의 9단계

그는 선교사의 소진과 회복탄력성의 과정에서 정체성의 고수 및 유지, 회복 및 변화의 과정이 발생하였음을 발견했으며, 이러한 정체성의 변화의 과정이 소진과 회복탄력성의 과정과 궤를 같이 한다고 파악하였다. 이에 따라 그는 ‘기존 정체성,’ ‘기본 정체성,’ ‘새 정체성’에 따른 정체성의 변화를 소진과 회복탄력성 과정의 아홉 단계와 접목하여 기술한다. 소진과 회복탄력성 과정의 아홉 단계는 과도한 열심 단계, 불만과 좌절 단계, 분노와 부정 단계, 무기력 냉담 단계, 직면과 인정 단계, 몸부림 성찰 단계, 소진 후 성장 단계, 주체적 사역 단계, 정체성 고양 단계이다. 소진과 회복탄력성 과정의 아홉 단계에 따른 정체성의 상태는 아래 표와 같이 구분하였다.

<표> 소진과 회복탄력성 과정에 따른 정체성 상태

첫째, ‘과도한 열심 단계’에 해당하는 정체성 상태는 ‘정체성 과신(identity overconfidence)’으로, 선교사들은 선교 파송 당시의 열정과 열심을 갖고 선교 현지에 가서 자신의 사역을 펼친다. 그러나 이는 자기 정체성의 과신에서 비롯되며 자칫 소진을 가속화시키는 상황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둘째, ‘불만과 좌절 단계’는 ‘정체성 태만(identity negligence)’의 상태인데, 열심히, 또한 열정적으로 사역을 하였으나 그 결과가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비판과 질시를 받았을 때 나타난다. 이 시기에는 사역에 대한 불만과 좌절로 자기 정체성을 돌아보기를 게을리하게 된다.

셋째, ‘분노와 부정 단계’에서는 자기 정체성을 회피하는 ‘정체성 회피(identity avoidance)’ 현상이 나타난다. 선교사들은 소진의 밑바닥으로 내려가면서 타인들에 대해 분노와 증오를 표출하지만, 정작 자신은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한다.

넷째, ‘무기력 냉담 단계’에 해당하는 정체성 상태는 ‘정체성 상실(identity loss)’로, 선교사들은 소진으로 무기력 상태에 이르면서 정체성을 상실하고, 이는 사역과 관계에 대한 냉담함으로 이어진다. 무기력과 냉담함으로 인해 선교사들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선교사로서의 자기 정체성의 상실을 가져온다.

다섯째, ‘직면과 인정 단계’는 ‘정체성 직면(identity confrontation)’의 상황으로, 선교사들은 자신이 소진의 상태에 있음을 직면하고 자기의 모습을 그대로 인정한다. 이 상태에서는 내 믿음이 있는 줄 알고 내 믿음을 의지했던 자기의 모습을 바라보며 하나님을 의지하는 자신의 ‘기본 정체성’을 직면한다.

여섯째, ‘몸부림 성찰 단계’에서는 자기 정체성이 변화해가는 ‘정체성 변형(identity transformation)’ 현상이 나타난다. “저를 살려주세요, 저를 살려주세요” 하면서 하나님께 도움을 간청하며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자기를 돌아보고 성찰함으로써 자기의 모습을 보고, 스트레스와 소진의 자리에서 돌이킴으로써 자기 정체성이 변화된다.

일곱째, ‘소진 후 성장 단계’에 해당하는 정체성 상태는 ‘정체성 회복(identity restoration)’으로, 선교사들은 소진에서 회복됨으로써 소진의 “복된 과정”을 통해서 성장하게 된다. 이러한 성장을 과정을 거침으로써 선교사들은 자기 정체성을 회복한다.

여덟째, ‘주체적 사역 단계’는 ‘정체성 갱신(identity renewal)’의 상태인데, 선교사들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자기 정체성을 새롭게 함으로써 주체적 사역을 감당하게 된다. 이 시기에는 사역의 시행착오를 발전적으로 거치면서 자신을 현장의 전문가로 인식하고 현장에서 답을 찾는다.

아홉째, ‘정체성 고양 단계’에서는 자기 정체성이 승화되고 고무되는 ‘정체성 고양(identity enhancement)’ 현상이 나타난다. 선교사들은 소진의 밑바닥에서 회복탄력성 과정을 거쳐오면서 선교사로서의 자기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고양시키고 확립하게 된다.

그는 이렇게 소진과 회복탄력성의 아홉 단계와 연동하여 정체성을 아홉 개의 상태로 구분했는데, 이를 크게 보면 정체성 과신, 태만, 회피, 상실을 ‘정체성의 소진’(identity burnout)으로, 정체성 직면, 변형, 회복, 갱신, 고양을 ‘정체성의 회복탄력성’(identity resilience)으로 대별하여 볼 수 있다. 선교사들은 소진과 회복탄력성의 과정에서 정체성의 변화를 경험하면서, 정체성의 소진과 정체성의 회복탄력성 상태를 비주기적으로 경험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정체성의 상태는 소진과 회복탄력성 과정과 같이 순차적으로 경험하기 보다는 개인의 기질적, 환경적 상황에 따라 상이한 변이를 보인다. 이와 같은 선교사들의 정체성의 변화와 재정체성의 과정을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그림> 소진과 회복탄력성 과정 단계와 정체성 상태

그가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이야기 윤곽을 통해 선교사가 소진을 경험하고 회복탄력성에 이르는 과정을 ‘나’(가상으로 구성된 나)의 입장에서 전개하여 제3자가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하였다.<계속> [선교타임스=복음기도신문]

김종성 교수(주안대학원대학교 선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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