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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C 칼럼] 마음과 펜으로 드리는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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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기기도의 목적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에 관한 우리의 인식과 해석의 파노라마를 마음과 펜으로 드리는 기도이다 ”

쓰기기도

우리는 일반적으로 기도를 소리를 내어 하거나 묵상적인 형태로만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기도는 다양한 형태로 실행될 수 있다. 특히 쓰기기도와 같은 기도는 매우 중요한 기도의 방편이 될 수 있다. 쓰기기도는 마음과 생각을 하나님 앞에 깊이 성찰하는 기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큰 소리로 정신없이 하는 기도보다 더 깊고 풍성한 기도가 될 수 있다. 쓰기기도는 하나님과 관계를 성찰하는 기도로 작용할 수 있다. 쓰기기도의 목적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에 관한 우리의 인식과 해석의 파노라마를 마음과 펜으로 드리는 기도이다. 쓰기기도는 소리로 드리는 기도가 아니라 일명 ‘마음과 펜으로 드리는 기도’이다.

우리의 영적 여정에서 우리의 지식과 세계가 마음속으로 들어가야 비로소 영혼으로 화할 수 있다. 영혼을 만들 수 있는 그릇은 성찰과 경이로 빚어진 내면의 컨테이너이다. 만일 날마다 몇 분 동안의 시간을 내어 쓰기기도를 할 수 있다면, 틀림없이 심리치료의 경비와 수고를 덜 수 있다. 쓰기기도의 이런 소박한 실천은 우리의 삶 속에서 많은 것을 제공할 수 있다. 어떤 이에게는 하나님 앞에서 삶의 성찰을, 어떤 이에게는 하나님과 보다 더 깊은 관계를, 어떤 이에게는 하나님 앞에서 자기 삶의 변형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영성 지도로써의 쓰기기도

쓰기기도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은 하나님 앞에서 자기를 깊이 성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기 때문에 영성 지도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즉, 쓰기기도는 일상에서 실제 일어나는 일들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서술하는 기도 형태이기 때문에 자기 인식과 동시에 영적 성찰과 감수성을 수련하는데 효과적인 기도 방식이 될 수 있다. 쓰기기도는 삶의 의미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쓰기기도를 통해 우리 삶의 모양과 관련된 부정적이고 긍정적 암시를 주는 고정된 형태가 드러나기 시작할 수 있다. 때문에 쓰기기도는 단지 하나님과의 대화에만 목적인 있는 것이 아니라 영적 지도의 형태로 작용할 수 있다. 쓰기기도는 우리가 경험하는 것 속에서 하나님이 어떻게 일하고 계신지를 분별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쓰기기도는 감정에 주의를 기울임으로 우리의 내적 삶을 반영하는 하나의 분별 훈련이 될 수 있다. 쓰기기도는 우리의 생각, 감정, 행동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쓰기기도는 일상의 구체적 상황을 넘어 뜬구름 잡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쓰기기도는 자신의 가장 깊은 내면(deepest self)을 감추고 사회적 공동체적 역할만을 강조하는 표면적 자아(surface ego)에만 머물러 있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쓰기기도가 영성 형성의 효과적인 방식이 되기 위해서는 개인적이어야 한다. 쓰기기도가 영성 형성을 위한 기도가 되기 위해서는 하나님께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어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쓰기기도는 좋은 날이나 슬픈 날 모두 실제로 일어났던 일을 가지고 마음과 펜으로 하나님과 대화함으로서 ‘좋았던 옛 시절’을 그리워하는 향수병을 치료할 수 있다. 또한 쓰기기도는 ‘나에게는 좋은 일은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비관적인 평가를 하는 것도 치료할 수 있다. 쓰기기도는 하나님과 더불어 자기 통찰력(self insight)을 기르는 좋은 방식이 될 수 있다. 쓰기기도는 고통스럽고 힘들 때 자신을 마주함으로써 내면의 긴장과 갈등을 성찰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나아가 쓰기기도는 자신의 기도 역사로 남을 수 있다. 쓰기기도는 자신의 삶 속에서 하나님의 임재와 역사를 통하여 감사의 삶과 능력을 증대시킬 수 있다. 쓰기기도는 다양한 내용을 포함할 수 있다. 쓰기기도는 성경의 구절이나 사건에 대한 통찰이나 묵상과 함께 드릴 수 있다. 특히 성경 묵상을 통해 성찰기도, 회개기도, 탄식기도, 기쁨기도, 감사기도의 형태로 쓰기기도를 할 수 있다. 쓰기기도는 영성 일기 형태로 실행될 수도 있다.

쓰기기도를 오랫동안 하면 기록된 기도를 통해 성찰하면서 읽을 때 삶의 일반적 방향에 대해 성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삶의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하는데 실제적으로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는가를 결정할 때 유용할 수 있다. 특히 고통스런 시기에 드려진 쓰기기도는 우리에게 구체적으로 일어나는 삶의 질문이나 투신들에 대해 실제적으로 다시 회상하게 해주기도 한다. 쓰기기도는 전에 쓰인 기도를 통해서 다시 기도함으로 자신의 영적 여정의 패턴을 성찰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는 우리가 기도했던 상황이나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어려움을 이겨낸 것들을 후에 읽게 되면 현재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더욱 하나님께 둘 수 있게 된다.

쓰기기도 모델로써의 시편

플래너리 오코너(Flannery O’Connor)는 젊은 시절에 기도 생활의 깊이를 더하려고 애쓰던 가운데 펜으로 기도 일지를 쓰기 시작했다. 그는 마음속에서 약동하는 감성을 파악해서 토로하고 분출할 뿐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서 솔직하고 있는 그대로 정직한 자세를 취했던 시편 기자들의 기도의 길을 따라갔다. 오코너는 이렇게 기록했다.

당신에 대해 생각하거나 늘 갈구하는 당신의 사랑으로 가슴 벅차기보다 예술적인 기교를 닦는 데 온 힘을 쏟았습니다. 사랑하는 하나님,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주님을 사랑할 수 없습니다. 내 눈에 보이는 하나님은 가느다란 초승달입니다. 내 자아는 옹근 달을 보지 못하게 가리는 지구의 그림자와 같습니다. 사랑하는 하나님, 내 자아의 그림자가 점점 더 커져서 달의 전모를 보지 못하게 될까, 그리하여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닌 그림자를 근거로 나 자신을 판단하게 될까 두렵습니다. 스스로 길을 막고 선 탓에 난 하나님 당신을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Flannery O’Connor, A Prayer Journal, 3).

오코너는 삶의 승패는 사랑의 우선순위를 다시 설정하는데 달렸다는 것을 의식한다. 이는 어거스틴이 깨닫고 그의 기도 일지 고백록에 기록했던 내용과 맥을 같이한다. 하나님과 이웃보다 성공을 사랑하는 마음가짐은 심령에 공허를 증가시킨다. 오코너는 자신의 비범한 재주로 인해 오만하고 이기적인 작자가 될 뻔 했지만 기도로 끊임없이 마음의 지향점을 조절하였다. 그는 이렇게 썼다. “오 하나님, 제발 내 생각을 투명하게 해 주세요. 정결하게 씻어 주세요. … 만물의 밑바닥으로 내려가 주님이 머무시는 곳을 깨닫게 도와주세요”(O’Connor, A Prayer Journal, 4).

오코너는 형식적이고 습관적으로 되풀이하는 기도 행위를 답습하는 것에서 만족할 수 없었다. 그는 이렇게 고백하였다. “여태 되뇌던 기도문의 내용을 부정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입으로 읊조릴 수 있을지언정 마음으로는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의식은 도망자처럼 사방팔방 떠돌았습니다. 매번 이런 식으로 기도했습니다. 반면에 하나님을 생각하고 그 심정을 적을 때는 사랑의 온기가 온몸을 감싸는 걸 감지했습니다”(O’Connor, A Prayer Journal, 4). 어느 날 그는 그의 쓰기기도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렇게 적었다. “아무라도 좋으니 기도하는 법을 가르쳐 줄 수 없나요?”(O’Connor, A Prayer Journal, 23).

똑같은 질문을 던지는 이들이 지금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리스도인이라면 기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도는 단지 소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도는 입으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쓰기로도 할 수 있다. 시편의 많은 부분이 기도이지만, 시편에 나타난 기도 실천방법은 입술의 기도보다는 쓰기기도였다고 할 수 있다. 시편은 쓰기기도의 전형적인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쓰기기도는 옳고 그른 특정한 방식이 있지 않다. 쓰기기도라고 해서 논리적인 형태의 글쓰기와 같이 할 필요가 없다. 쓰기기도의 형태는 문장으로 써도 되고, 구절이나 단어만 써도 된다. 쓰기기도는 내면의 성찰과 깊이 관련된 기도이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소리 내어 드리는 기도가 아니라 천천히 마음과 펜으로 드려야 한다. 쓰기기도에는 적어도 참된 마음, 회개, 감사, 희망, 성찰, 두려움이 하나님 앞에 토로되어야 한다. [복음기도신문]

“ 시편의 많은 부분이 기도이지만, 시편에 나타난 기도 실천방법은 입술의 기도보다는 쓰기기도였다고 할 수 있다. 시편은 쓰기기도의 전형적인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

최창국 |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과 기독교전문대학원에서 실천신학 교수로 재직, ‘기독교 영성’, ‘해석과 분별’, ‘설교와 상담’ 등 다수의 책을 저술

이 칼럼은 개혁주의적 신학과 복음중심적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2005년 미국에서 설립된 The Gospel Coalition(복음연합)의 컨텐츠로, 본지와 협약에 따라 게재되고 있습니다. www.tgc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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