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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통신] 가난한 나라의 교회가 어떻게 세계 선교 과업을 담당하는가?

띠피자매(오른쪽에서 두번째). 사진: 필자 제공

하나의 질문으로 복잡한 전체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오늘 전도학 강의 시간에 핀란드에서 온 학생의 질문이 그런 경우이다.

“그들이 나보다 더 똑똑하고 잘 사는데, 어떻게 전도할 수 있나요?”

‘띠피’의 질문은 현재 세계 기독교의 상황을 파악해 주고 있다. 더불어 세계 교회 선교의 도전과 고민을 담고 있다. 세계 기독교의 중심은 이제 경제적, 정치적 강국인 서구 강대국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난한 국가들이 모여 있는 아프리카와 남미, 그리고 일부 아시아 국가가 세계 기독교의 중심이 되었다. 이런 ‘가난한 국가의 교회가 남아 있는 세계 선교의 과업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 맥을 같이 한다.

세계 기독교의 중심에서 멀어진 경제적.정치적 강국들

‘띠피’는 선교를 하고 싶어 한다. 그녀가 사는 핀란드인들에게도 복음을 전하고 싶어 한다. 사실 그의 인생 여정을 보면 전통적인 관점으로 선교를 할 만한 자리에 없었다. 선교의 대상이라고 보아야 더 잘 어울린다. 그녀는 늘 약자의 자리에 있었다. 태어나면서도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녀와 그녀가 속한 공동체는 늘 소외된 주변인들이었다.

1997년 미얀마의 테나사림(Tenassrim)의 평화로운 카렌 마을 ‘따나뿌이따(Tanapuita)’는 미얀마군의 공격을 받았다. 주민 약 500여명은 생명을 보전하기 위해 태국으로 피신을 시작하였다. 열흘 이상 걸린 피신길은 생명을 보장받지 못한 여정이었다. 불과 십여 일 동안에 여러 명의 노약자들이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설사, 영양부족 등이었다. 현재 미얀마군의 공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카렌 족들보다 더 어려웠다고 한다. 지금은 SNS를 통하여 소식을 알릴 수 있지만 그 때는 완전히 고립된 상태였다. 준비하고 떠난 것이 아니었다. 공격을 받자마자 바로 떠나지 않으면 안되었다.

당시 그녀의 아버지는 카렌군(KNU) 장교였다. 미얀마군이 들어오면 매우 위험한 형편이었다. 부모와 같이 여섯 명의 자녀들이 같이 피난길에 올랐다. ‘띠피’는 그 가운데 막내로서 채 한 살도 되지 않았다. 태국 중부 랏차부리에 있는 탐힘(Tham Him) 이라는 카렌 난민캠프에 도착한 것이 1997년이었다. 현재 이곳에서 같이 공부하는 언니 ‘꺼예’는 4살이었다. 공격을 받아 밀림으로 덮인 큰 산과 산맥을 넘어 국경을 넘어 태국으로 왔다. 그 때 어려서 기억을 못하지만 그 이야기를 할 때는 얼굴속에 그 때의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태국의 난민 캠프는 생존은 보장을 받지만 태국사회에서 매우 소외된 곳이다. 시민권도 자유도, 직업도, 국가도, 미래도 없는 곳이다. 태국에서 가장 주변인이라고 할 수 있다. 2004년 UN과 서구일부 국가들의 재정착 프로그램을 통하여 카렌 난민들은 제 삼국으로 갈 수 있었다. 그의 가족은 미국으로 가기를 원했다. 그런데 아버지는 카렌 군인 출신이어서 이들 나라에서 받아주지 않았다. 미국은 환자나, 다양한 장애인이나 노인들도 받는다. 그런데 예외가 있었다. 전투에 참전한 군인 출신은 받아주지 않는다. 그의 가족은 다시 한번 소외되어야 했다. 아버지가 약소민족인 카렌을 위하여 헌신하고 희생하였기 때문이다.

2007년 핀란드는 군인 출신도 받아 준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신청을 하였는데, UN에서 만들어준 공적 문서를 잊어버렸다. 자격은 확실하지만 이번에는 신분을 증명할 문서가 없어서 다시 열외되어야 했다. 다시 만드는데, 2년이 걸려 2009년에 가족들은 간신히 핀란드로 갈 수 있었다.

핀란드에 도착했다고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핀란드 정부의 도움으로 의식주가 해결되고 핀란드 사회에 필요한 교육을 받았다. ‘띠피’는 학교에 다니면서 조금씩 적응을 해나갔다. 나중에 관광업계에 종사하려고 서비스관련 공부를 했다. 먹고 사는 문제는 해결됐다. 그렇지만 정서적, 사회적, 관계적 한계까지 해결되지는 않았다. 그 곳에서도 늘 주변이었다. 주위에서 그가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핀란드인들이다.

2018년에 9년만에 다시 태국에 왔다. 그 동안 신분은 완전히 달라졌다. 떠날 때는 카렌 난민이었지만 올 때는 핀란드 시민권자로 왔다. 모어인 카렌어로 신학공부를 하기 위해서이다. 이제 마지막 한 학년을 보내고 있다. 오늘 전도학 강의는 방콕에서 교회개척을 하는 쁘라판이라는 젊은 카렌 목회자가 했다. 어떻게 하면 약자인 카렌이 강자인 태국인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가를 배우기 위함이다. 그는 소수 카렌족이지만 주류 타이인들을 대상으로 건강한 목회를 하고 있다. 새로운 교인 중에 큰 호텔과 리조트를 하는 사업가도 있었다. 그는 쁘라판 목회자가 나이가 어리고 소수부족이지만 그 앞에서 예수를 주로 고백하였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질문을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똑똑하고 더 잘 사는 핀란드인들에게 전도를 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속에는 자신에 대한 자기 이해를 보여준다. 그가 접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핀란드인들이다. 티피 자신보다 똑똑하고 여유가 있다. 학벌도 높고 경제적으로도 더 안정이 된 사람들이다. 인종적으로 그들은 백인이고 본인은 아시아 황인종이다. 황인종이 떨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 사회에서는 주변인이다. 그들은 시혜자이고 본인은 수혜자이다. 그들에게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의 질문은 합리적이고 상식적이다.

수치와 패배의 상징 십자가의 화평케하는 힘

선교역사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선교의 방향이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않다는 점이다. 형제들에 의해 팔려간 노예 신분의 요셉이 국무총리가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포로로 간 다니엘이 하나님의 이름을 그토록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소극적인 모세가 바로 왕 앞에서 하나님의 능력을 선포할 것은 본인도 상상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그것을 가장 결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십자가이다. 수치와 패배의 상징인 십자가의 사건이 하나님과 이 땅을 화평하게 할 줄은 예수의 제자들도 몰랐다. 상식과 합리성과는 너무 거리가 있는 사건들이다.

미얀마군의 공격으로 ‘티피’의 피난 여정은 소외와 주변인으로 지금까지 이어졌다. 자신 혼자도 챙기기가 버거운 그녀가 선교를 하겠다는 것 자체가 신비이다. 자신을 넘어 타인을 섬기겠다는 것이 너무 상식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선교의 신비는 그 내용도 그 방법도 신비의 연속이다. 어찌 우리 같은 사람들이 한없는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인가?

‘티피’는 약자의 삶을 처절하게 살았고 그 가운데 가까스로 생존하였다. 오늘 세계 교회의 중심이 되고 있는 아프리카와 라틴 아메리카와 아시아의 일부 국가들의 교회의 모습과 오버랩 된다. 그 지역의 국가들은 오늘 세계의 역사에서 주변국가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크신 하나님의 사랑을 더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돈과 지식과 인간 조직을 넘어서 하나님의 사랑이 선교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가만히 생각하면 성경의 이야기는 주변인들과 소외된 자들이 하나님을 드러낸 사건들이다. 그러기에 새롭게 변한 세계 교회와 선교 상황이 더욱 기대가 된다. 그것은 예측할 수 없고 상식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선교란 하나님의 능력과 사랑을 드러나는 것이 목적이 아닌가? 그것을 이해하면 이렇게 고백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간의 똑똑함과 잘 산다는 것이 하나님 앞에 아무것도 아닙니다.” ‘티피’도 결국은 그녀보다 똑똑하고 잘 사는 사람들에게 그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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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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