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연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40대 여성 작가이다. 유명 미술대학을 졸업한 그녀는 한때 결혼과 육아로 붓을 전혀 들 수 없었다. 한동안 작업에서 손을 놓다 보니, 어느덧 빈 캔버스를 보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고 했다.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았다는 편이 더 맞겠다. 그때 겨우 시작한 것이 캔버스를 뚫는 작업이었다. 작은 조각들이 먼지처럼 우수수 캔버스 아래로 떨어질 때, 그 하찮은 조각들은 마치 자기 자신과 똑같아 보였다고 했다. 그래서 캔버스 위로 드러나는 웅장한 형태만큼이나 떨어진 조각들이 더없이 소중했다. 주변의 조언자들이 레이저 커팅으로 한 번에 캔버스를 뚫는 손쉬운 기술을 권했지만, 작가는 아직도 손으로 하나하나 캔버스를 뚫는 작업을 이어간다. 형태를 드러내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작은 구멍들을 뚫다 보면 어느새 작품이 완성되었을 때, 뚫린 구멍 너머로 십자가가 드러난다고 했다.
도끼를 찾아 주신 하나님
가끔은 하나님의 위대한 꿈을 좇아가기엔 내 그릇이 너무 작아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을 때가 있다. 눈앞에 시련의 검은 풍랑이 일렁일 때, 풍랑보다 큰 하나님 나라를 떠올리려 애써 보지만, 믿음의 좌절만 확인할 때가 있다. 이럴 때는 ‘도끼를 찾아 주신 하나님’을 떠올려 본다. 처음 듣는 이야기라면, 열왕기하 6장을 열어 보라. 마치 전래 동화처럼 엘리사를 통해 잃어버린 도끼를 찾아 주신 하나님의 스토리가 적혀 있다. 엘리사와 제자들은 숙소를 짓기 위해 도끼를 빌려 왔으나, 공사 중에 그만 도끼를 물에 빠뜨리고 만다. 이때 하나님께서 엘리사를 통해 도끼를 찾아 주신다. 선지자의 처소를 짓는 거룩한 일에 도끼 따위의 사소한 일로 난리냐고 다그치지 않으셨다. 하나님께서는 캔버스 아래로 떨어지는 작은 조각들을 다 쓸어 내다 버리지 않으신다. 전면에 나타나는 크고 장엄한 형태만 옳다 옳다 하지 않으실 것이다. [복음기도신문]
이상윤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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