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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국 칼럼] 전해야하는 것이 ‘십자가’라면 방법도 ‘십자가’

그루지아 거리의 상점들. 사진: 조상국 선교사 제공

비즈니스 선교 현장 이야기(2)

어느 날 A국 선교사님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당뇨 때문에 병원을 가셔야했는데 그곳에서 약을 구할 수도, 병원을 갈 수도 없는 위기 상황이었다. 그때 인근 국가인 그루지아의 친구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선교사님과 친구를 연결했다. 친구들은 ‘우리에게 신세’를 졌다는 마음에서인지 흔쾌히 두 분 선교사님의 그루지아 방문을 준비했고 선교사님은 어렵게 산맥을 넘고 전화도 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하나님의 은혜로 트빌리시 수도에 도착했다.

이후 안나의 도움으로 선교사님은 병원을 찾았지만 의사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안나는 의사의 말을 나에게, 나는 선교사님에게 삼자 통화를 통해 통역하며, 웃기지만 웃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치료와 처방을 얻으며 위기 상황을 넘길 수 있었다. 이 때에도 우리 하나님은 참 완전하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분의 계획과 인도하심을 나는 알 수 없지만 ‘순종’을 통하여 그분의 일하심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에 감사했다.

친구는 병원뿐만 아니라 자신의 집을 선교사님 가족에게 내어주며 극진히 보살펴 주었다. 그리고 선교사님이 어느 정도 회복하기까지 자신의 사비를 털어 섬겼다. 한 달 정도 회복하신 선교사님 가정은 다시 사역지로 돌아가게 될 수 있었다. 참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전달할 수 없지만 우리 안에 새 일을 행하신 주님과 그분의 인도하심을 높이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지속된 그루지아 친구들과의 관계 안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어려움’이 찾아왔다. 몇 년 전 우리 회사는 그루지아 수도 티빌리시에 작은 매장을 열 계획을 세웠다.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친구들의 도움이 있어야 했고 우리의 계획을 친구들에게 나누고 도움을 요청했다. 친구들은 흔쾌히 받아들인 것처럼 보였다.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2주간의 일정을 가지고 그루지아를 방문을 했다. 처음으로 친구들이 사는 도시,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며 감사했다. 이곳저곳을 돌아보며 장소를 물색했지만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친구들에게 한 번 알아봐 주기를 부탁하고 우리는 아무 소득 없이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 두 달이 지난 즈음, 친구에게서 우리가 원하는 장소가 있다는 연락이 왔다. 일정을 잡고 그루지아로 갔지만, 장소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시 기도하는 마음으로 장소를 찾아 나섰다. 그러던 중 적당한 매장이 보였다. 그런데 임대로 내놓은 매장이 아니라 현재 영업 중인 매장이었다. 장소는 그곳이 가장 적합했기 때문에, 우리는 하루를 더 기도하며 기다려보자고 생각했다.

멀쩡히 영업을 잘 하는 매장이 하루 만에 문을 닫는 일은 없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지만, 하루를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날 이른 아침 말씀 묵상을 끝내고 아내와 함께 다시 그곳을 찾았다. ‘임대합니다’라는 광고를 발견했을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가장 알맞은 그자리가 갑자기 매물로 나온 것이다. 주님의 허락하심처럼 보였다. 그래서 친구에게 부탁했다. 건물주에게 연락해서 내일 계약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러자 친구는 알았다고 하며 계약을 위해 약속을 잡았다. 그렇게 우리는 가장 좋은 자리를 얻게 된 기쁨으로 다시 하루를 더 기다리게 되었다.

다음날이 되어 매장 계약을 위해 약속 시간에 맞추어 나갔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 친구가 오지 않았다. 우리는 계속해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몇 시간이 지나도록 친구는 나타나지 않았다. 건물주에게 내일 다시 찾아오겠다고 어렵게 설명을 하고 나서 친구를 찾아 나섰다. 친구는 우리가 있던 곳에서 불과 걸어서 5분 거리에서 매장을 하고 있었다. 찾아 갔더니 친구가 그곳에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가 물었다. 친구는 이런 저런 변명을 둘러댔다. 그때서야 우리에게 자신의 속내를 감추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솔직하게 말해 달라고 묻자 친구는 ‘너희가 여기에서 매장을 얻는 것이 싫다.’고 말했다. 우리가 여는 매장 때문에 자신의 매장이 손해 볼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절망 이었다. 싫다는 이야기를 지금에서야 하는 것도 그렇고, 지금까지 같이 다니며 준비하는 모든 시간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끌려 다니듯 여기까지 오게 된 모든 상황이 나 또한 어려웠다. 또 긴 시간을 준비하며 결국 계약하는 당일이 돼서 모든 것을 뒤엎는 이야기를 건네는 친구가 원망스러웠다. 내게는 정말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틀 후면 2주의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나마 계약을 하고 가야만 다음 단계를 진행할 수 있는데 지난 6개월의 작업이 모두 허사가 되는 것 같은 충격적인 일이었다.

묻고 싶었다. ‘왜 이제야 속마음을 이야기 하느냐.’며 친구에게 따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지금 나의 상황 때문에 감정에 치우쳐 그 친구와 함께 해온 지난 시간을 쓰레기통에 처박듯이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일을 위해 쏟아 부은 시간, 재정을 생각하면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우리는 스스로의 마음이 흥분돼있음을 인식하고 친과 더 이상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 숙소로 돌아갔다. 그리고 침묵 속에서 그날 밤을 보냈다.

“넌 나의 동역자야!” 말씀으로 일어나

그리고 다음 날이 됐다. 주일이었다. 이렇게 낙담하며 있을 수 없겠다 싶어 한인교회를 찾았다. 우리 심령의 회복은 ‘하나님의 말씀’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이 모든 상황에서 우리를 건져 주실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살아계신 하나님의 말씀’이었기에 어려운 마음으로 한인교회의 주일예배에 참석했다.

그때 하나님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너희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나의 동역자들인 브리스가와 아굴라에게 문안하라”(롬 16:3) 말씀 앞에선 우리에게 주님은 ‘너, 나의 동역자 맞아?’라고 물으시는 것 같았다. 내게 외쳐주시는 주님의 말씀에 억울하고 화가 났던 마음이 모두 무너졌다.

그동안 셀 수도 없이 열방을 사랑한다고 고백했지만, 현실의 벽을 만나자 여지없이 드러난 것은 열방을 사랑할 수 없는 나의 존재였다. 그렇게 스스로 절망해 버린 바로 그 때, 나 보다 더 나를 잘 아시는 주님이 마음속으로 이야기 해주셨다. ‘넌 나의 동역자야!’ ‘그래. 난 여전히 주님의 동역자였구나.’ 낙심하던 내 마음을 다시 일어나게 하는 것은 주님의 한 말씀이면 충분했다. 하나님 은혜가 밀려오면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선교지에서 선교하는 선교사도 아니지만, 그러나 비즈니스 영역에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같이 선교사로 불러 주신 주님을 따라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항상 나를 동역자로 여겨주시는 주님 때문이었다는 것을 다시 기억하며 주님께 고백하게 되었다. ‘네. 주님, 얼마나 많은 시간과 재정을 이것을 위해 쏟아 부었느냐 보다 열방의 한 영혼을 사랑하는 것이 훨씬 더 가치 있는 일이며 중요한 것임을 고백하게 되었다. 친구가 원하지 않는 마음을 안 이상, 그 자리가 아무리 좋다 하여도 결국 내려놓기로 했다. 나의 원함보다 친구가 더 소중하다는 주님의 마음 때문이었다. 나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었던 친구 안나를 내가 그리스도 안에서 진정한 친구로 삼게 된 시작은 바로 그날이었다.

그렇게 나는 주일예배를 은혜로 마치고 바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기를 청했다. 안나와 만나 점심식사를 하면서 우리는 또 한 번 나에게 실제가 된 복음을 나누게 되었고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우리에 대해 또 한 번 안나는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한국 방문 때에도 우리의 섬김은 예수님 때문이라고 말했듯이 이번의 결정 또한 예수님의 사랑 때문이라는 것을 듣게 된 친구의 마음을 계속해서 주님은 두드리고 계시다는 것을 보여 주시는 사건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친구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매장을 열지 않고 한국으로 돌아오려 했다. 그러던 중에 처음 그곳에서 매장을 열려고 했던 마음을 다시 돌아보게 하셨다. 그리고 그것에 대하여 통로가 되어 주었던 청년 선교사의 말이 기억났다. 그것은 의류 매장이 아닌, 카페를 여는 일이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일은 ‘의류 유통’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사업장을 여는 것에 대한 순종은 의류 매장이라고 생각했지만 하나님의 계획은 우리와 달랐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사실을 친구에게 전하자 우리가 매장을 여는 것보다 더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왜냐하면 우리는 카페에 대하여 아무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사업을 시작하는데 경험과 노하우 없이 새로운 사업을 하려면 ‘많은 시행착오로 인한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의류매장을 얻었다면 기존의 회사의 상품을 보내주기만 하면 되지만 카페는 완전 다른 이야기였다. 카페를 열기 위한 모든 장비를 새로 구입해야하며 우리는 카페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가 없었기 때문에 불모지와 같은 영역이었다. 하지만 하나님은 카페를 진행할 것을 말씀하셨고 우리는 다시 출장을 3주간 연장하였다. 그리고 그루지아 수도 트빌리시 한 복판에 허름한 작은 카페를 열게 되었다. 2주 예정이었던 출장은 한 달을 머물며 모든 서류 절차와 오픈 예배까지 마치고 귀국하게 됐다.

그렇게 그루지아의 유통사업은 카페로 전환이 되었고 이 일을 통하여 열방에서 사업을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짧은 경험과 배움의 시간이었다. 영혼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안다면 결국에 영혼 말고 모든 것을 포기하는 각오가 없이는 비즈니스 선교 자체를 시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번 일을 통해 선교지라 할지라도 사업을 사업답게 해야 하고, 이윤을 내서 운영을 해야 하는 것도 맞는 말이지만, 선교지에서 전해야할 결론이 ‘십자가’라면 방법 면에서도 반드시 ‘십자가’여야 한다는 것을 결론으로 마음에 새겨주셨다.

비즈니스 영역 안에서 비즈니스 선교사가 가져야 할 마음은, 영혼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 때문에 내 것을 내 것으로 여기지 않고 ‘내려놓음’의 마음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것이 준비 되지 않은 채 섣부른 결단과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면 열방과 나에게 오히려 ‘큰 혼란’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비즈니스 영역에 있는 그리스도인들은 그 누구보다 거룩에 힘써야 한다. 재물에 마음을 빼앗기는 일은 순식간에 일어난다. 그 마음을 지킬 수 있도록 우리는 날마다 생명의 말씀 앞에서 진리의 복음을 발견하고 그 복음에 나를 드리는 반복적인 일상을 살아야한다. 이것이 나를 살리고 열방을 살리는 비즈니스 영역의 존재적 선교사의 삶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현재 트빌리시 카페는 코로나 직전에 현지 동역자의 사정으로 문을 닫았지만 그루지아 친구들과의 관계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주님의 열심은 지금도 그루지아와 나의 두 친구를 기다리고 계시기에 ‘구원의 문’ 여전히 성업 중이다. 나는 오늘도 그들의 구원을 위해 기도하는 비즈니스 영역의 선교사로 서 있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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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국 | 1997년부터 ‘mission’이라는 의류 유통업을 운영해 오고 있다. 2017년에는 oikonomos mission 단체를 설립하고 비즈니스 영역 안에서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하나님 나라를 위해 일하는 ‘청지기’를 세우는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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