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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기억을 잊어버리는 루시처럼 첫사랑의 구원의 감격을 잊고사는가?

re 시네마

한 여자가 있다. 1년 전 교통사고로 뇌를 다쳐 사고 전날까지의 기억만 하는 그래서 자고 나면 새로운 기억은 잊어버리는 그녀의 이름은 루시(드류 베리모어扮 ).

한 남자가 있다. 대학 때 사랑에 배신당하고 더 이상 사랑을 믿지 않는, 이 여자 저 여자 유혹하며 가볍게 여자를 만나는 동물원 수의사 헨리(아담 샌들러扮). 이 정도 소개만으로 이후 어떤 내용이 전개될지 쉽게 감이 오는 전형적인 헐리우드 로맨틱 코미디 영화인 ‘50번의 첫 만남’이 오늘 소개할 영화이다.

12세 이상 관람가로 되어 있는 이 영화는 그러나 가족 전체가 함께 보기에는 적당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 영화를 그저 그런 헐리우드 영화로 넘겨버리기엔 뭔가 특별함이 있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바람둥이 헨리는 일요일 아침 식사를 하러 갔다가 우연히 루시를 보고 한 눈에 반한다. 평소 하던 대로 자연스럽게 루시에게 접근하는 헨리. 그리고 그의 친근함에 호의를 보이며 함께 즐거운 식사를 하는 루시. 그리고 다음날도 같이 밥을 먹기로 하고 식당을 찾아 루시에게 말을 걸지만 보기 좋게 치한으로 몰리고 만다.

영문도 모르는 헨리에게 식당주인은 루시의 사정을 말하며 다신 그녀에게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사실 사고 이후 그녀의 아버지와 오빠는 그녀가 충격을 받지 않도록 사실을 숨기고 1년 동안이나 사고 다음 날인 것처럼 위장하고 있었다. 사고 전날이 아버지의 생일이었기에 잠에서 깨어난 다음날은 늘 아빠의 생일로 위장해야 하고 신문도 작년 일요일 신문으로 수백장을 복사해 놓고, 루시가 그린 그림도 사고 전날처럼 다시 하얀 벽으로 되돌려 놓는 등 매일 똑같은 삶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헨리는 그 때부터 그녀가 지나다니는 길에서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계획하고 그녀와 추억을 쌓는다.

그러던 중 그녀의 가족들의 방법이 그녀를 더 힘들게 한다고 생각한 헨리는 그녀의 가족을 설득하여 그녀가 현실을 받아들이도록 그녀에게 매일 비디오를 찍어 보여주기로 한다. 처음 비디오를 볼 때는 자신의 사고에 충격을 받지만 이내 자신을 받아들이게 되고 그런 헨리의 노력 덕분에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그리고 매일 새롭게 사랑에 빠지는 두 사람. 사고 후 루시에게 문제가 생길까봐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도 다시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자신을 위해 헨리가 그동안 꿈꿔온 자신의 꿈을 포기했다는 말을 루시가 듣게 되고 헨리를 아빠와 오빠처럼 살지 않게 하기 위해 헤어지기로 결심하는 루시.

헨리는 여전히 루시를 사랑하지만 그 마음을 바꿀 수 없어 떠나고 만다. 떠나는 보트 위에서 지나간 추억을 떠올리다 그녀가 무의식 중에 자신을 기억하고 있음을 확신하는 헨리는 루시를 찾아가고 자신과 같은 환자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던 루시는 헨리를 알아보지 못하지만 자신이 그린 수많은 그림의 헨리를 보고 그를 알아보고 그와 행복한 키스를 나눈다.

이어지는 마지막 장면. 여전히 루시는 아침이 되어 전날의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고 눈앞에 놓인 비디오 테이프를 튼다. 거기에는 그동안 헨리와 자신의 모든 추억이 담겨져 있고 루시는 놀라며 바라본다.

그리고 배 밖으로 나가자 헨리와 아빠, 그리고 그녀를 닮은 딸이 그녀를 맞이한다.

영화의 대부분의 내용을 말한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이 영화는 알고 봐도 감동적이다. 복음 앞에 선 이후 이 영화를 다시 봤을 때 이 영화는 누가 뭐래도 주님과 나의 이야기였다.

기억을 잃어버린 루시. 그런 루시를 위해 자신의 삶과 꿈을 포기하며 그녀에게 매일 사랑을 고백하는 헨리. 그리고 점점 헨리를 기억하는 루시. 아침마다 비디오를 봐야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지만 상관없다.

그런 그녀를 포기하지 않는 헨리가 있다면 말이다.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루시의 모습과 닮지 않았는가?

주님을 만나고 내가 어떤 존재였는지, 어떤 상황에 있던 자였는지 깨닫고 그런 나를 위해 주님이 어떤 댓가를 지불하셨는지 알게 되고 그런 나를 살리신 구원의 감격으로 기쁨을 누리지만 또 옛사람의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는 않는지.

마치 루시처럼 또 그분을, 그분의 사랑을, 그분의 희생을 잊고 다른 것들로 만족하려는 우리의 모습.

하지만 그런 우리를 포기할 수 없어 자신을 희생하여 날마다 우리를 찾아오시고 우리를 복음 앞으로 인도하시는 주님이 계시다면 우린 결코 망할 수 없다. 너무 작위적으로 해석한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직접 영화를 보시라. 어느새 루시의 모습 속에 자신과 그런 자신을 죽기 까지 사랑한 헨리를 닮은 주님, 아니 주님을 닮은 헨리를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다시 처음 주님을 만날 그 때처럼 오늘도 여전히, 하지만 처음처럼 우리를 찾아오셔서 사랑하시는 주님과 함께 기뻐하며 감격할 것이다.

한국에서 이 영화는 ‘50번째 첫 키스’라는, 상업성을 고려한듯한 약간은 생경스런 제목으로 소개됐다.

『원제 : 50번의 첫 만남(50 First Da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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