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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칼럼] 사랑은 여기 있으니

사진: pixabay.com

아침밥을 먹던 중 남편이 천국에 가면 무엇이 가장 좋겠냐고 물었다. 잠시 머뭇하는데 천국에 가면 가장 좋은 것이 예수님 얼굴을 보는 것이란다. 지금 내 앞의 남편을 보듯 예수님을 만난다는 생각에 서서히 조이듯 심장이 ‘쿵’ 사랑이 왔다.

‘예수님~ 보고 싶습니다.’

결혼을 하기 전 나는 내성적인 성격으로 교회에 가면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있다가 사라지는 여자애였다. 그런 내게 무섭게 직진하는 교회오빠(지금의 남편)을 만나 처음 사랑을 하게 되었다. 인삼장사를 가셨다가 한참 만에 집에 오신 엄마는 빨래 널려 있는 모양이 무슨 일이 생겼구나 하고 생각을 하실 정도였다. 친구들은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할 정도로 조금은 사랑을 요란하게 했다. 결혼을 하고서 아침 마다 떨어지는 것이 싫어서 남편 닮은 인형하나를 만들어 주머니에 넣어 보고 싶을 때 꺼내어 보고 싶다고 했다. 나는 한 번씩 이때의 사랑을 꺼내어 기억하곤 한다. 그 진한사랑의 향이 퍼져서 사는 동안 섬유유연제를 입은 옷의 향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은은히 좋다.

“사랑은 여기 있으니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요 오직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사 우리 죄를 위하여 화목제로 그 아들을 보내셨음이니라”(요일 4:10)

‘사랑은 여기 있으니’ 사랑이 여기 하나님께 있다. 사랑이신 하나님은 아들의 생명과 바꿈으로 이 땅에 사랑을 보내셨다. 아들은 십자가에서 거룩한 피를 다 쏟아 그 진한 사랑을 흘렸다. 이렇게 이 땅에 사랑이 왔다. 이 죽음같이 강한 사랑을 값없이 내가 받았다. 이렇게도 나를 사랑하심이 크고 요란할까?

우리의 가장 솔직한 필요는 사랑받는 것, 그리고 우리의 가장 큰 갈망은 사랑하는 것이다. 이 사랑을 주님이 주셨고 알게 하셨다. 주님은 십자가 죽음 앞에서도 요동치 않는 사랑을 제자들과 하신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갈릴리 기억하지? 내가 살아난 후 거기로 갈 테니 거기서 우리 다시 만나자~’(마 26:32)

주님은 어떤 상황에 있든 사람들과 깊이 공감하고, 되돌려 받지 못할지라도 나눠주고, 사랑을 되갚는 사람이 없을 지라도 계속 사랑하며, 용서 받을 자격이 없는 자를 용서하고, 고난 받아야 할 사람 대신 고난 받으셨다.

이미 십자가의 사랑을 받은 자로 산다는 건 내가 얼마나 상처를 받았든, 얼마나 실패를 했든 상관없이 사랑하며 사는 것이다.

예수님은 많은 기적을 일으켜서 삶이 편해진 적 없고, 그가 전한 가르침으로 오는 인기에 반응한 적도 없다. 사탄이 모든 부귀영화와 영광을 다 준다고 유혹하여도 하나님을 사랑하기에 자신의 최고의 사랑은 하나님임을 보이셨다.(마 4장)

예수님은 그저 사랑이신 것을 보이러 이 땅에 오셨다. 베다니에 예수님을 사랑하는 두 여인이 있었다. 한 여인 마리아는 예수님의 발치에 앉아 그의 말씀을 사모하는 여인이고, 그의 언니 마르다는 이곳저곳 다니신 배고픈 예수님을 위하여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여인이다. 나는 이 두 여인이 모두 좋다.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가지고 예수님을 사랑하고 있다.

살다 보면 왜 나만 바쁘냐고, 왜 나만 힘드냐고… 마르다처럼 불만을 터트리기도 하고, 짜증을 내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한다. 누군가가 미워서 괴롭기도 하다. 이럴 때 ‘사랑은 여기 있으니’ 사랑을 기억하자.

미워하는 마음을 없애려고, 죄를 안 지으려고, 유혹에 안 빠지려고 아등바등하지 말고 더 사랑하려고 힘을 내보면 어떨까?

제자들의 어떠한 배신에도 사랑으로 답하시는 주님처럼… 갈릴리에서 우리 다시 만나자…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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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선교사 | 2011년 4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가족이 일본으로 떠나 2014년 일본 속에 있는 재일 조선인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우리학교 아이들을 처음 만나, 이들을 섬기고 있다. 저서로 재일 조선인 선교 간증인 ‘주님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고 싶었다'(도서출판 나침반, 202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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