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높이라 Prize Wisdom 잠 4:8

[조용선 칼럼] 신앙교육

ⓒ 안호성

맡겨진 친구 딸아이

친구 C의 딸 아이 하나가 내게 보내졌다. 목사인 내가 좀 맡아서 기독교 신앙의 뿌리를 내려달라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가족 이외에는 한 명의 신자도 없던 내게 일이 맡겨졌다. 나는 신자가 있거나 없거나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신자가 없으면 목사로서 무능력한 것이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들지 모르겠지만 웬일인지 하도 없어서 그런지 이제 그런 것은 초월한 듯하다. 어떤 때는 사람 숫자 아무리 많으면 뭐하냐? 그 중에 정말 천국에 갈 사람은 몇 명이나 되게? 하면서 나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러니까 이런 생각이라면 이제 친구 C로부터 맡겨진 아이는 내가 책임지고 천국에 갈 수 있을 만큼 양육되어져야 한다. 그러나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그 아이를 천국에 보내는 것이 아니다. 만일 이렇게 생각한다면 이것은 이단이다. 이 아이가 천국에 갈 아이로 주님 앞에 예정되어 있는 것이라면 내가 이 아이로 하여금 주님의 주권과 인도하심을 확실히 믿고 주님의 영광을 위한 삶으로 변화되며 성장하는 삶이 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교사 임용시험을 앞두고

이 아이의 이름은 J이다. 음악을 전공했고 음악교사가 되고자 준비하고 있었다. 수개월을 함께 예배하고 성경을 가르쳤다. 그리고 드디어 임용시험을 보게 되었다. 필기시험을 합격해야 하고 합격하면 그 다음에 실기 시험을 보고 세 번째는 교사역할을 하는 수업 실기 시험을 보고 마지막에 면접시험을 치러야 했다. 이렇게 해서 전체 시험을 치르는 것도 약 2개월 정도가 걸린다. 그리고 초조하게 2주일 정도 기다린 후에 최종 결과가 발표된다.

기도부탁

J는 시험을 보러 갈 때마다 아침에 내게 기도를 부탁했다. 어떻게 기도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주님이 정말 기도를 들어주시려나? 다른 아이도 아니고 친구의 딸이라 그런지 더 신경이 쓰였다. 시험은 하나하나 성취되어 갔다. 필기시험에서 답안이 생각나지 않던 것이 하나님께 도움을 요청할 때에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더란다. 그것을 적고 나왔는데 기묘하게도 그것이 정답이었단다. J는 말하기를 그것 때문에 붙은 것 같단다. 나름 의기양양해진 J는 실기시험을 치르는데 함께 시험을 보는 애들의 수준을 보니 안심해도 될 것 같더란다. 사람이 이렇게 교만해지는 순간, 무슨 사건이 발생하는지 웬만한 기독교인들은 다 알고 있다. 실기 시험에서 J는 스스로 생각해볼 때에 많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풀이 죽어 있고 불안해하는 J에게 나는 점수의 배분이 높지 않은 것이니까 중국 삼국지에 나오는 조조의 이야기를 해주고 다음 시험을 잘 준비해서 치르면 된다고 말해주었다. 조조의 이야기란 조조가 적벽대전에서 수많은 군사를 잃고도 상심하지 않고 위나라로 돌아가 다시 국력을 키우는 것을 말한다. 그는 과거의 일에서 교훈을 삼기는 하지만 과거에 얽매여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망치는 사람은 아니었다. 반면 사면초가의 주인공인 초나라의 항우는 한나라 유방에게 쫓겨 고립되었을 때에 그의 부하들은 목숨을 걸고 그에게 탈출로를 만들어주었다. 만일 그 시기에 항우가 조조였다면 조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초나라로 탈출했을 것이다. 그러나 항우는 상황을 비관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나는 조조의 이런 태도는 좋다고 본다. 세 번째 시험은 가상수업인데 J는 점수를 만회하기 위해 가족들을 학생인 것처럼 앉혀놓고 교사 수업연습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 시험에서도 생각한대로 잘 치른 것 같았다. J 는 점수를 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 면접시험에서 답하기 까다로운 질문이 나왔지만 J는 나름 최선을 다해 답을 한 모양이다.

그리 아니하실지라도는 안됩니다. 주님!

J의 합격 여부를 알리는 발표가 나기 전에 주일을 맞이하여 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그런데 마음에 느낌이 오는 대로 고른 복음성가의 제목 중의 하나가 ‘그리 아니 하실 지라도’였다. 주일에 그냥 부르려고 하다가 J를 생각하니 이 노래를 부르면 안 될 것 같았다. 나는 노래의 제목을 주보에서 삭제하면서 마음속으로 “주님, J의 문제는 그리 아니 하실 지라도가 되면 안 됩니다. 꼭 합격시켜주셔야 합니다.” 라고 말씀을 드렸다.

주일에 J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때에 J는 몇 군데에서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 것이 있어서 교사임용에 합격이 될는지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사실은 불안해했고 긴장해 있었다. 누구라도 그 상황에서는 불안하고 긴장할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미래를 모르기 때문에 또 자신이 정말 후회하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했는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늘 자신의 마음과 행위를 돌아보며 미련이 남는다. 그러나 내가 볼 때에 J는 집중할 줄 아는 아이이다. 한 번은 이 아이가 공부하는 것을 얼핏 지나가는 소리로 들은 적이 있었다. 이 아이는 아침 8시 즈음에 집에서 나와 근처 도서관에 가서 밤 12시까지 공부를 했다. 중간에 실기 연습을 위해 자리를 비울 때가 있었지만 이 생활을 지속했다. 그것도 한 해를 재수했으니까 2년 동안 그런 삶을 산 것이다. J는 자기와의 싸움을 할 줄 아는 아이이다. 나는 이런 아이를 좋아한다. 왜냐하면 나 역시 그러하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하던 중에 만일 이번에 떨어지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말하게 되었다. J는 다시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J의 부모는 아마 다시 1년을 하라고 했을 것이다. 1차인 필기시험을 합격하고 2차 관문인 실기와 면접 등은 합격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J의 부모는 다시 공부하라고 할 것이다. 내가 J의 부모라고 해도 다시 시킬 것이다. 발표일을 며칠 앞둔 주일을 그렇게 보내고 불안과 긴장 속에 J는 돌아갔다.

꿈같은 소식과 목사의 기쁨

“저 합격했어요!” 단체방을 통해 J는 꿈같은 소식을 알려왔다. 지난 2년의 고독한 준비의 시간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소식이었다. J는 아마도 하늘을 향해 있는 힘껏 소리를 쳤을 것이다. “나, 합격했다. 나, 합격했다고! 나, 합격이야!” 흐흐흐, 아니다. J는 그렇게 할 아이가 아니다. 오히려 내가 그렇게 소리칠 유형이다. 합격 소식을 들으면서 내가 그 아이처럼 되어 느끼는 감정이 그러했다.

중국에서 선교할 때에 중국 자매가 10년 결혼 생활을 해도 아직 자녀가 없었다. 그러니 목사로서 내가 그 가정을 볼 때에 참 마음이 안타까웠다. 나와 아내는 10년 동안 그 가정을 위해 기도했다. 자녀 문제가 연관되는 설교는 매우 조심스럽게 했다. 다른 가정의 아이들이 자라나는 것을 보면서 슬퍼하는 모습을 보면 나와 아내는 참 힘들었다. 그러던 가정에서 놀랍게도 임신을 하고 출산을 했다. 이것은 기적이었다. 왜냐하면 남자도 정충이 부족했고 여자도 나팔관 쪽에 문제가 있어서 시험관 아기도 몇 번을 실패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연 임신이 된 것이다. 그러니 기적이 아닐 수 없었다. 목사로서 이런 소식을 들을 때에 가장 기쁘다. 동일하게 한국에서 나를 목사로 여겨 딸자식 신앙교육을 제대로 시켜달라고 맡겨준 아이가 그 아이 스스로 볼 때도 합격이 안 될 것 같은 상황에서 합격했으니 그것은 하나님께서 하신 것이라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J는 합격 소식을 알리면서 끝에 “하나님께 영광을!” 이란 말을 덧붙였다. 나는 그 글을 보면서 이 아이의 의식에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의식이 형성되었고 삶을 통해 그렇게 할 것이란 느낌이 왔다. 되었다. 이 아이의 마음에 신앙의 씨앗은 심어졌다. 농사로 비유하자면 모내기의 모판을 옮겨 심는 작업은 잘 된 것이다.

잘 자라라

J야, 잘 자라라. 너는 항상 내게 세 살 때 보았던 그 귀여운 얼굴 그대로 있다. 물론 이미 다 커서 스스로 말하기를 자신은 늙어간다고 말하지만 내가 내 자식들을 보듯이 너는 항상 세 살 때의 그 귀여운 꼬마아이로 있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삶이 되어라. [복음기도신문]

조용선 선교사 | GMS(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선교회) 소속으로 중국에서 사역 중 추방된 이후 인터넷을 활용한 중국 선교를 계속 감당하고 있으며 세계선교신학원에서 신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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