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3일~16일까지 진행됐던 ‘다시복음앞에’ 집회시간에 OO국에서 사역하셨던 한 선교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얼마 전 읽었던 책이 생각났다.
교회서점에 들러 책들을 둘러보던 중 유난히 눈이 가던 책이었다. 아프간에서 사역하시는 선교사님의 책인가보다 하며 지나치려했으나 시선이 그 책에서 떠나지 않았다.
책 뒷면에 본문을 요약해 놓은 글을 읽는 중 ‘배 목사님과 성민이’라는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아프간 피랍. 그 사건이후 참 많이 궁금했다. 수많은 비난과 비판이 있었고, 기독교계에서조차 선교에 대해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던 기억이 난다.
위험한 지역에 가지말라는 경고를 무시한 채 가서 사고가 났다느니하는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말들이 쏟아져 나왔고, 누구도 무어라 답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다 이해할 순 없어도 하나님은 살아계시다는 것이다. 또 그 계획이 하나님께 있다는 믿음은 놓을 수 없었다.
이 책은 샘물교회 아프가니스탄 단기선교팀원 중 한 명인 김윤영 자매가 피랍 후 50일간의 여정을 조심스러우나 두려움 없이 기록한 책이다.
4년이 지난 지금,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감추어져 있던 비밀 같은 50일간의 여정을 일기를 써내려가듯 담담히 풀어냈다.
당시 20여명의 팀원들은 피랍이후 여러 개의 팀으로 나뉘어졌고 각각 흩어져 서로의 생사를 알 수 없었다고 한다. 그저 탈레반이 데리고 다니는 대로 현지인의 여러 집들로 끌려 다녔다.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탈레반의 거처가 아닌 아프간 서민들의 가정들로 데리고 다니며 2~3일에 한 집씩, 어떤 때는 10일 이상을 한 집에 기거하게 되었다.
죽음의 순간을 넘나들며 겪고 보게 하신 것들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오히려 그들의 삶을 그녀의 눈과 마음속에 적나라하게 담게 하셨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치 내가 아프간에 다녀온 것처럼, 그들과 생활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머릿속에 아프간의 풍경, 사람 등이 그림으로 그려졌다. 섬세한 저자의 필체를 통해 주님은 그들의 삶과 마음을 그려내게 하셨다.
처음에는 적대감을 표시하던 이들도 함께 하면서 마음을 열게 되었고, 피랍된 대원들 또한 그 시간을 통해 아프간 영혼들의 공허한 눈빛과 빈 마음을 보며 두려움을 넘어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
물론 직접 겪는 상황은 처절하고 불편하며 말할 수 없이 괴롭기도 했지만 주님의 눈을 통해 본 아프간 사람들의 삶과 종교와 현실은 이들에 대한 간절한 기도를 토해내게 했다.
“이는 내 생각이 너희의 생각과 다르며 내 길은 너희의 길과 다름이니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사 55:8)
철저히 감추어지고 폐쇄되어 있던 땅, 광야 한 가운데 있는 그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누구도 알 수 없었는데 주님은 이 일을 통해 그들을 보게 하셨고 품게 하셨다. 그리고 이 땅을 향해 기도하게 하셨다.
사람들은 또 이렇게 말할 지도 모른다. 왜 이 책을 냈느냐고. 저자는 책 속의 기도를 통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는 잘 알 수 없지만, 우리는 사랑하는 배 목사님과 성민이를 하나님께 올려드리고, 그 대신 저 수많은 아프간 민족, 그리고 탈레반을 형제로 받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셨습니다….‘
피랍 전, 배 목사님은 모든 팀원에게 “예수를 깊이 생각하라”는 말씀을 유언처럼 남기셨다고 한다. 피랍 이후에는 허락된 한 권의 성경을 돌려가며 매일 예배와 기도로 주님을 묵상했다고.
주님은 50일의 여정을 통해 이들에게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을 깊이 생각하게 하셨고, 그것을 증거로 남기셨다.
주님은 주님의 방법으로 선교 완성을 향해 달려가고 계신다. 아프간 땅에 썩어진 밀알 된 주님의 사람들을 통해 그 땅을 회복하시고, 오직 주님만이 높임 받으시기까지 쉬지 않으신다.
주님을 찬양한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아프간을 품게 하실 주님의 일하심을 기대한다.
양승경 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