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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통신] 돼지고기를 먹는 기독교인의 등장

사진: 오영철 선교사 제공

‘성경읽기 방송을 중단해야 합니다.’ 이 의견은 기독교를 핍박하는 이슬람국가의 당국자가 한 말이 아니다. 세계성서공회의 번역실장 유진 나이다(Eugene Nida)박사의 말이다. 성경을 반포하는 책임을 지는 기관의 최고 전문가의 발언이어서 우리를 의아스럽게 한다. 믿기 어려운 그의 의견은 하나님의 선교에서 나타난 예상치 않은 일과 그 일을 통하여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과정의 신비를 보여준다.

1984년 중국 교육부는 미국의 저명한 문화인류학자인 유진 나이다를 초청하였다. 중국 대학의 교수들을 위한 ‘인류학’ 특강강사로 초청한 것이다. 난징에서 강의를 마치고 난 뒤 그는 개인적으로 중국정부의 종교정책을 담당하는 당국자들을 만난다. 성서공회 번역실장이기도 했던 그는 성서공회의 중국 사역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세계성서공회는 1983년부터 중국 사역을 위하여 방문하고 접촉을 시도하였다. 그렇지만 중국담당자들은 협력은 커녕 아예 만나주지 않았다.

그러던 상황에서 허락된 이 만남을 통해 유진 나이다는 중국 정부의 종교정책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 정책대로라면 성서공회는 중국정부와 협력을 할 수 없는 단체였다. 성서공회가 중국정부 방향과 반하는 사역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성서공회는 중국에 있는 지하교회 성도들을 위한 특별 성경방송을 극동방송과 협력하였다. 성경을 필사할 수 있는 정도로 천천히 중국어 성경을 읽어주는 방송(Slow Reading Dictating)이었다. 외부에서 성경 반입이 불법인 상황에서 매우 유익한 방송이다. 그런데 이 방송을 계속한다면 중국정부는 성서공회와 협력을 할 수 없다고 하였다.

유진 나이다는 이런 정책을 듣고 바로 동경으로 가서 아시아 지역 성서공회 책임자인 최찬영 선교사와 만나서 상황을 설명하였다. 성서공회에서 그들은 심각하게 논의를 하고 결정을 하였다. 6개월 동안 진행되었던 그 방송을 중단하는 것이었다.

“눈물을 머금고 그 방송을 중단하기로 하였습니다.”

당시 그 회의에 참석하였던 최찬영 선교사의 말이다. 너무 아픈 결정이었다. 그렇지만 더 큰 협력을 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성경방송을 중단하였다.

그러나 하나님의 선교 역사는 전혀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다음해인 1985년 1월 7일 최찬영 선교사는 남경에 가서 중국교회 부총회장과 만남을 가졌다. 방송을 중단하였기 때문에 만남이 이루어졌다. 이 만남의 중요성은 그 만남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성경을 인쇄하는 ‘애덕인쇄소’가 설립되는 계기가 된 만남이기 때문이다. 물론 첫 만남에서 성경인쇄를 위한 협력을 논의할 계획은 없었다. 하나님의 신기한 방법으로 최찬영 선교사의 입을 통하여 성경인쇄 공장 이야기를 꺼내게 하셨다. 이후에 하나님께서 사람들과 상황들을 인도하셔서 1987년 12월에 성경인쇄공장을 완공하였다. 2019년까지 2억 권의 성경이 인쇄되었고 현재 1년에 1400만 권의 성경이 그곳에서 인쇄되어 전 세계에 배포되고 있다. 비록 성경방송은 중단되었지만 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성경이 인쇄공장을 통하여 퍼져나가고 있다.

남경의 인덕인쇄공장에서 1000만 권의 성경을 인쇄하고 난 뒤 특별 감사행사를 하였다. 그 때 나이든 한 여성 성도가 최찬영 선교사를 찾아왔다. 직접 손으로 적은 신약성경을 보여주면서 이야기 한다. 1984년 극동방송을 들으면서 기록한 성경이라고 한다. 성경반입이 불법이고 구할 수 없어서 이불 속에서 적은 것이다. 얼마나 성경이 소중하였는가를 보여준다. 그런데 성경반입을 금지하였던 그 중국 공산정부가 교회가 원하는 만큼의 성경을 공식적으로 인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나님의 방법은 신기하고 우리의 예상을 훨씬 넘어선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은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다. ‘눈물을 머금고 방송을 중단’하는 심정으로 교회에서 선교지원을 중단한다는 소식을 접한다. 이러다간 한국교회의 선교가 어떻게 되지 않을까 걱정한다.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선교현장의 선교사 가정에서 벌어질 것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런데 이런 어려움을 현실적인 관점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하나님의 뜻은 우리의 현실과 예상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기독교역사에서 심각한 위기가 있었고 그 위기는 예상외의 결과로 이어졌다. 기독교 대변혁의 첫 번째 사건은 ‘돼지고기를 먹는 기독교인들의 등장’이라고 할 수 있다. 초대 기독교인들은 유대인들이었다. 이들은 유대교 전통의 뿌리를 고수한다. 이들은 한계가 있었다. 이방인들을 포용하기에 너무 보수적이었다. 그런데 이방인들이 예수를 믿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다른 문화에 있었다. 대표적인 경우는 돼지고기를 먹는 것이다. 유대 기독교인들은 돼지고기를 혐오하였다. 심각한 논의 끝에 그것을 받아들였다. 돼지고기를 먹어도 기독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방인 문화를 유지하면서도 기독교인이 될 수 있었다. 기원후 70년 예루살렘의 파괴로 유대기독교인 시대는 저문다. 이방 기독교인들이 있었기 때문에 기독교는 유대문화에 예속되지 않았고 세계의 종교가 될 수 있었다. 만약 기독교가 유대문화를 고수하였다면 사라졌을 것이다. 하나님의 선교는 유대 기독교의 상식과 전통을 훨씬 뛰어넘었다. 다른 문화 갈등의 위기가 기회가 된 것이다.

제럴드 싯처는 하나님의 구속 사건을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우리의 삶의 배경과 환경은-아무리 좋거나 비참해도- 늘 역할이 제한되며, 하나님께 드려지면 실제로 유익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구속에 더 좋거나 나쁜 환경이란 없다.”

이것은 단지 구속사건의 영역만이 아니라 선교의 영역에서도 동일하다. 하나님의 선교는 하나님께서 주관하신다. 그 가운데 한국교회가 있다. 세계 선교를 위하여 한국교회가 감당해야 할 몫이 있지만 다 감당할 수 없다. 우리는 그의 도구이다. 우리 가운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도 하나님의 선교사역은 그 어려움에 종속되지 않는다.

선교사역 가운데 눈물을 머금어야 할 상황들이 있다. 선교지에 그런 상황들이 찾아오고 있다. 우리는 그런 상황들을 해결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동시에 우리는 그것을 넘어선 하나님의 선교의 신비함과 예상치 못한 역사를 기대하고 기도해야 한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 모두 동일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한계와 현실로 하나님의 선교를 규정하지 말아야 한다. 겸손히 하나님의 교회와 선교를 기대하자. 근거 없는 낙관론을 갖자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는 무에서 온 우주를 말씀으로 만드신 창조주이다.

2차 대전 이후 서구의 교회들은 아프리카의 교회들이 과연 생존할 수 있을까 걱정하였다. 그런데 이제 아프리카 교회는 세계 기독교의 중심이 되었다. 중국공산화 이후 중국교회가 과연 살아 남을 수 있을까 세계교회는 걱정하였다. 이제 중국은 주일출석교인이 가장 많은 국가가 되었다. 라틴 아메리카 개신교는 1910년에 1%였는데 지금은 20%로 성장하였다. 지난 100년동안 괄목할만한 성장을 하였다. 브라질만 3만 명이 넘은 선교사를 파송하였다. 과거의 선교지였던 국가들이 선교사를 파송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세계 기독교의 새로운 모습을 이끄셨다. 50년전에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사건이었다. ‘눈물을 머금어야 하는 상황’들이 있다. 코로나가 그런 상황일 수 있다. 하나님은 그보다 훨씬 크고 놀랍게 세계 선교를 이끄신다. 성서공회의 성경읽기 방송을 중단하는 것은 눈물을 머금어야 하는 아픔이었다. 그렇지만 그것 때문에 그 방송과 비교할 수 없는 일을 시작하셨다. 예상은 넘어서며 기적을 이루시는 하나님께서 코로나 시대의 교회와 선교를 이끄신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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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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