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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 통신] 이런 위대한 날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주노동자인 카렌족 나와폰 자매가 헌금 영수증을 게시하며 위대한 날이라고 기록한 페이스북. 사진: 필자 제공

“Dear Lord. 사랑하는 주님”
“Thank you for this great day. 이런 위대한 날을 인하여 감사합니다.”

충청도 충주에서 근로자로 일하는 ‘나와폰’ 자매의 페이스북 포스트이다. 그리고 그 이유를 사진으로 올렸다. 그것은 그녀가 헌금한 50만 원(1만3600받) 영수증이다. 그녀는 특별 헌금을 할 수 있는 것에 대하여 크게 감사하고 있었다.

올해 25살인 ‘나와폰’은 사연 많은 인생을 살아왔다. 1995년 미얀마의 카렌 지역의 오지의 길가에서 태어날 수 밖에 없었다. 미얀마 군의 집중적인 공격으로 카렌의 주요 기지들이 함락되었던 시대였다. 만삭이 된 어머니는 전투 지역인 마을에서 도망해야 했고 아무런 보호 장치도 없는 길에서 나와폰을 낳아야 했다.

일주일을 걸어서 국경을 넘고 태국에 있는 매홍손에 있는 ‘매라모’ 난민 캠프에 도착해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잡초처럼 살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14세 때, 미국 정부의 허락으로 난민자격을 취득하여 미국에 갈 수 있었다. 미국으로 가기 위해 매라모 캠프에서 출발하여 매솓으로 갈 때 너무 멀미가 심했다. 차를 거의 타 본 적이 없는 동생이 견디기 어려웠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매솓에서 방콕까지 8시간만 버스로 가면 되는 이 길로 미국에 갈 수 있었다. 그런데 너무 힘들어 다음 기회로 가기로 했다. 그 이후 미국에서는 더 이상 기회를 주지 않아 태국에 남게 됐다.

2017년 한국에 있는 태국인들을 위한 선교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한국어 과정을 마치고 2018년 5월에 외국인 노동자의 신분으로 간 곳은 청주에 있는 상추농장이다. 그 사이 2년여가 지났다. 2020년 7월 29일에 그녀를 방문하기 위해서 한 집사님과 같이 충주에 갔다. 한국 방문 때 그녀에게 방문하려고 작정을 했기 때문이다.

언제 올 수 있는지 여러 번 질문하던 그녀는 환하게 반겼다. 농장주인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 잘 챙겨달라고 부탁했다. 좁은 그녀의 방에서 그녀의 삶과 사역을 위해 기도했다. 그리고 시간을 내어서 잠시 밖에 갔다. 충주 호수도 가고 농장 근처의 교회도 같다. 목사님을 만나 소개하며 부탁도 했다. 그 사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작정한 헌금에 대한 질문을 했다. 그녀의 헌금이 총회로 입금된다는 소식을 못 들었기 때문이다. 떠나기 전, 십일조 외에 총회선교사역과 신학교를 위하여 각각 5만원을 하기로 했다.

“모든 돈은 집으로 보내는데, 교회에 십일조를 하고 난 나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특별 헌금이 총회로 입금되지 않고 있었나요?”
그렇게 알고 있다고 하니,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 제가 따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어떻게 송금하면 좋을지를 질문한다. 송금은 알아서 편한 대로 하라고 했다. 직접 총회사무실로 보내도 된다고 하였다. 국제 송금이 어려우면 한국에 있는 나의 통장으로 입금하면 내가 그것을 전달하겠다고 했다.

“그러면 저가 오 선교사님의 한국통장으로 송금하겠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달인 8월부터 매달 10만 원의 헌금을 보내기 시작했다. 나는 12월 28일 총회 사무실에 가서 8월부터 12월까지 보내준 헌금 50만원을 입금했다. 선교사역과 신학교를 위하여 각각 25만 원씩(6800받) 입금하고, 바로 영수증을 사진으로 찍어 보냈다. 바로 그날 저녁에 그의 페이스북에 그 영수증을 포스트하고 그의 마음을 적은 것이다. 이런 위대한 날을 주심에 감사를 한다고 하였다.

그의 페이스북을 보면서 사도행전 20절 35절이 떠올려졌다. “주 예수께서 친히 말씀하신 바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 하심을 기억하여야 할지니라”. 그녀는 ‘드림의 복’을 기쁨으로 고백하고 있다. 그녀에게 매달 10만 원을 적은 것이 아니다. 받은 월급 중에서 방세와 식사비 등등을 제하면 대략 150만원이 남는다. 대부분을 고향에 송금하고 일부는 용돈으로 남긴다. 그 가운데 10만원을 드린 것이다.

그녀는 ‘드림의 행위’을 부담이 아니라 ‘위대한 일’이라고 증언한다. 그 과정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가를 스스로 느끼고 있다. 그녀는 25살의 젊은 여성이다. 그녀의 나이 또래이면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쓰고 싶은 것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한국이라는 사회는 그것을 해야 행복하다고 한다. 충주의 농장 안에 있는 그녀의 좁은 방과 소박한 살림은 그런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면서 그녀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 하나님과 가족과 교회를 위한 헌신의 길이다. 카렌 교회의 선교와 미래의 지도자를 세우는 길에 조용하지만 단단히 서 있다. 녹록하지 않지만 그녀는 최선의 드림을 통하여 선교적 삶을 살고 있다.

선교사의 역할이 무엇일까? 그들의 필요와 도움을 찾아내어 도와야 할 때가 있다. 그들의 요청에 귀를 기울이고 나누어야 할 때가 있다. 미래를 이끌어 갈 지도자를 준비하는 것은 참 중요하다. 비상상황에는 즉각적인 도움도 주어야 한다. 때를 놓치면 공동체의 생존에 치명적인 결과를 맞이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선교사는 매우 섬세하고 예민하게 관찰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그들 안에 준비해 놓으신 자원을 보게 하고 그것을 드리게 하는 것이다. 한국교회 초기에 사역하던 장로교 선교사들은 이것을 했다. 그들은 병원와 교육을 위하여 막대한 선교자원을 투자했다. 그런데 교회사역자의 급여나, 교회건축을 위해서는 거의 지원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한국교회 안에 예비해 놓으신 자원을 보고 그것을 드리도록 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극심한 가난 속에서도 목회자를 그들 방식으로 부양하고 건축을 하고 전도했다. 이것이 한국교회의 신앙유산이 됐다. 한국장로교회가 세계에서 가장 큰 장로교회가 된 원인이기도 하다.

그녀의 고백 ‘위대한 날(this great day)’의 고백은 그녀가 원하는 것을 받아서가 아니다. 그녀가 드렸기 때문이다. 드림은 한 사람의 성숙도의 기준이다. 그녀는 말로가 아니라 드림으로 그녀의 성숙함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에서의 노동자로의 생활이 이제 2년 반 정도 남았다. 혹시나 싶어 앞으로 특별 헌금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지 질문을 하였다. 바로 대답이 왔다.

“매달 10만 원 헌금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그녀의 50만 원 헌금을 통한 ‘위대한 날’이라는 고백은 선교사인 내가 어떤 일을 해야 할 것인지를 다시 확인한다. 하나님께서 그들 안에 예비해 놓으신 것을 같이 보고 나누는 것이다. 동시에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드림을 감사함으로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드림’은 위대하다. 사연 많은 25살 자비량 선교사 나와폰의 드림을 통한 감사의 고백은 이것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무익종(본지 통신원)>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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